도시계획과 교수들 격문 발표... “뉴타운 중단하라”

지방선거 앞두고 개발악몽 재현될까 우려

“2008년 총선 당시의 ‘뉴타운 욕망의 선거’가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된다”
“당시 뉴타운 바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이득은커녕 오히려 70%가 넘는 뉴타운 사업구역들이 사실상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사기극’이었다”


도시계획과 교수들이 뉴타운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김수현 교수와 경원대학교 도시계획학과 정석 교수가 17쪽에 달하는 격문을 발표했다. 두 교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잘못된 개발방식을 부추기는 정치인들과 부동산전문가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작성 이유를 밝혔다.

격문은 먼저 현재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진단했다.

뉴타운 사업은 소형주택을 없애고 중대형 주택으로 바꾼다는 점을 지적한다. “서울시 계획에 따르면 2006년부터 10년까지 136,346호의 주택이 멸실되는 반면 67,134호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뉴타운 사업으로 인해 오히려 주택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더구나 새로 지은 주택은 넓고 비싼 집이 대부분이다. 원거주민이 그 지역에 거의 입주하지 못하는 이유도 주민들의 경제적 능력으로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봤다.

게다가 현재와 같은 뉴타운 사업은 가옥주와 그 조합, 세입자, 구역내 사업장 및 영업 활동하는 사람, 건설업체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갈등의 핵심이유가 “개발이익을 누가, 얼마나 갖느냐”라고 꼬집는다.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는 재개발 아파트

한편, 뉴타운 사업으로 인해 단독주택, 연립주택, 다가구 다세대주택과 같은 다양한 주거유형이 사라지고 아파트 일색의 단조로운 도시로 바뀌고 있다고. 서울의 경우 1990년 당시 전체 주거유형의 40%를 차지했던 단독주택이 2007년에는 19%로 크게 줄었다. 아파트는 점점 늘어나 주거유형의 56%를 점하고, 공동주택의 비율은 이미 80%에 달한다.

무엇보다 서민층의 주거지를 빼앗아 상위계층의 주거지로 제공하는 것이 뉴타운 사업의 가장 큰 문제라고 봤다. “재개발과 뉴타운은 도시공간을 사유화하고, 특정계층만을 위한 폐쇄된 사적공간을 양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뉴타운 재개발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교수는 이른바 시장전문가와 시장만능주의 학자들이 신봉하고 있는 ‘공급만능론’이 만들어낸 종교적 맹신 때문이라고. “이들은 뉴타운 사업을 통해 아파트를 공급해야 집값이 안정된다는 생각하고 있다”며, 그야말로 “도시를 콘크리트 덩어리로만, 또한 주택의 수요와 공급을 기계적으로만 이해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이들은 철거중심의 재개발을 근대화로 믿고 있다며, ‘전면철거 재개발’은 말 그대로 기존의 것을 몽땅 쓸어내고 전혀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아주 극단적인 도시개발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개발도상국가들에서나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방식 대신에 리모델링이나 개보수와 같이 도시를 점진적, 부분적으로 고쳐나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이런 생각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싹 쓸고 새로 짓는 것이 돈이 덜 들기 때문”에 “다른 모든 가치들을 모두 내팽개치고 채산성을 지켜주는 쪽으로 쏠려있다”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두 교수가 본 뉴타운 재개발의 대안은 무엇일까?

먼저 뉴타운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재정지원을 해서 소형주택, 임대주택을 확대하는 계기로, 우량주택 공급과 서민주거지원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양한 주거방식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재개발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만약 정부가 재정지원을 할 여력이 안 된다면? 그럼 당장 사업을 멈추라는 것이다.

  구릉지 경관의 변화 (보광동 1994년, 2009년) 다세대 단독주택 중심에서 고급아파트 중심으로 변화됨.

또, 재개발을 천천히 하라는 충고도 덧붙였다. 서울 인구의 15%가 영향을 받는 사업을 불과 4년만에 해치우겠다는 것은 무모한 발상이라며, 뉴타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정부 정책의 균형감각을 회복하는 일을 급선무로 봤다.

한편, 철거재개발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도시관리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북촌 한옥마을 가꾸기와 같은 ‘마을만들기(보전재생)’나 ‘자율갱신’, ‘소단위 점진적 재개발’ 등을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지방선거가 무르익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천과 관련한 얘기들만 무성하다. 그러나 선거전에 들어가면 각종 개발공약들이 난무하고 지역개발이익을 둘러싼 극단적인 대립도 예상된다. 이 교수들의 격문이 어떤 파장을 나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재개발 뉴타운 중단하라> 글 보기

김수현 교수 인터뷰

- 격문을 내게 된 이유나 계기는?
정석 교수는 작년 여름 재개발 문제점을 알기 쉽게 풀어 쓴 책 '구미호 재개발'을 냈다. 서로 이 문제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난 가을쯤 정석 교수와 둘이 함께 글을 써보자며 의기투합했다.

- 글을 내면서 기대한 것은?
원래는 서명받으려고 짧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길게 되어서 둘이 내게 되었다. 유사한 글을 많이 써 왔는데, 이번 글을 주로 대학교수나 관련 공무원들이 보고 관심을 가지라고 쓴 글이다.

- 지자체 선거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뻥치는 일은 없어야 겠다. 재개발이나 뉴타운 같은 주제로 표를 얻으려해서는 안된다. 모쪼록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광풍을 염려하고 대응을 고심하는 분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 끝으로 한마디
글에도 썼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잘못된 개발방식을 부추기는 정치인들과 이른바 부동산전문가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 호소문의 취지에 공감하신다면, 다른 분들께 전송해주셔도 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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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 주거 , 도시계획 , 뉴타운 , 아파트 , 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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