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야권연대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협상에 참여했던 시민사회단체 쪽에서는 경기도지사 후보단일화 경선 룰, 이른바 ‘경기도 룰’과 관련해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이견이 결렬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구조적인 책임은 민주당에 있고 결정적인 최종책임은 국민참여당에 있다”는 말로 정리했다.
20일 야권연대의 협상 결렬 전, 이미 서로에 대한 책임 공방은 치열했다. 민주당 협상대표였던 김민석 최고위원은 20일 12시 마지막 협상을 앞에 두고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협상 쟁점, 특히 ‘경기도 룰’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인 유시민 후보도 언론지상에 수차례 ‘경기도 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서로 하는 이야기가 달랐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4월16일에 4+4협상단은 마지막 한가지 쟁점, 즉 민주당의 호남양보문제만 제외하고 사실상 다른 모든 쟁점에 합의한 가합의문을 작성한 바 있다. 이 가합의문에 경기도지사 후보선출은 여론조사 50%와 도민선거인단 50%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고 국민참여당도 가합의문에 동의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2~3일 전부터...유시민 후보가 직접 나서서 합의문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발언하고, 4월 15일부터 18일 타결을 전제로 즉각 실시를 위해 가동되기로 했던 부속 위원회, 즉 경기도 경선 준비부속위원회에 참여당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유시민 후보가 시간 지연을 통해 경선을 무산시키려 한다며 유시민 후보쪽을 강하게 질타했다. 애초에 민주당이 제안하는 어떤 룰도 받겠다던 말도 번복하고 시민단체에 결정권을 위임한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가합의문에 대해서도 국민참여당의 대표가 최종합의 자리에 있었음에도 ‘자리를 떠났다’는 둥 하면서 말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한편, 김진표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도 20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유시민 후보의 벼랑 끝 정치를 그만두고 경기도지사 경쟁방식을 시민사회에 위임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유시민 후보의 얘기는 이와 조금 다른다. 20일 최종 협상 전인 이른 아침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16일에 가합의 한 여론조사 50%, 도민참여경선 50% 방식에 대해 합의가 됐다”고 말했다.
협상결렬 이후 유 후보는 “국민참여당이 그것을 큰 틀에서 수용하고 세부내용에서 몇 가지 뭐 민주당 주장에 대한 좀 보완이랄까, 수정, 이런 걸 요구했는데 민주당이 그걸 끝까지 안 받아들여서 잘 안 된 거다”고 주장한다.
유 후보가 얘기한 경기도 룰의 세부내용은 여론조사 방식에서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배제하자는 것과 도민참여경선을 인구와 성비례에 맞춰 선거인단을 구성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식이 2002년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간의 단일화 방식이라는 주장이다. 이 방식을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4+4 협상은 이 같은 경선 룰에 대한 차이 때문에 최종적으로 결렬 되었다. 그러나 단지 그 뿐만은 아니다.
협상 결렬의 이유에 대해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호남과 서울지역도 민주당이 다 양보했고 오직 ‘경기도 룰과 관련한 국민참여당 고집’ 때문에 결렬됐다고 결렬 책임을 국민참여당에 떠 넘겼다. 그러나 유시민 후보는 경기뿐만이 아니라 호남과 수도권 광역단체장, 영남지역 연합 문제 등 포괄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결렬되었다고 주장했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초기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던 진보신당 역시 서울과 수도권 후보조정 문제가 핵심이었다. 기본적인 합의가 되었다고는 해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호남지역 안배 문제는 경기도에 가려서 크게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부산과 영남 문제도 많은 불씨를 내포하고 있다.
어찌되었건 협상은 결렬되었고 책임은 협상에 참여했던 모든 정당들이 떠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남은 것은 후보들 간의 결단이다.
유시민 후보는 21일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 직접 후보단일화 협상을 하겠다고 밝히고 김진표 후보에게 협상 테이블을 제안했다. 김민석 최고위원 역시 전국적 차원의 연대협상은 어려워졌다면서도 후보자끼리 직접협상의 길이 열려있다고 했다.
그러나 후보간 협상이 막판 대타협과 단일화로 가기보다는 상호 비방으로 갈 공산도 크다. 후보간에 이른바 통큰 결단보다는, 각개약진하면서 막판에 서로 사퇴하라는 압박과 후보의 결단을 촉구하는 치킨게임으로 치달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벌써부터 김민석 최고위원은 유시민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또한 광역시, 도지사 차원의 후보단일화가 실패하면서 광역의원과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등 지역별 선거연합도 모두 어려워 질 전망이다.
가치, 대안, 정책 연대 등을 내 걸었던 야권연대 협상은 이렇게 책임공방만을 남긴 채 별 성과 없이 막을 내리고 말았다. ‘반이명박’이라는 명분 하나로는 각 당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조정하기도 어려웠고, 공동선거강령은 형식적인 정책자료집으로만 남게 되었다.
과거에 대한 반성없이 이름값 하나만으로 후보를 뽑아야 하는 문제는 차지해 두고서라도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기대에 이런 방식으로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지도 냉정히 살펴봐야 한다
지방선거, 이제 40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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