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태국 붉은셔츠들의 함성

[국제통신] 태국정부는 “전쟁실” 설치해 통제

지난 5월 아피싯 태국정부가 짖밟은 붉은 셔츠 운동의 지지자 6천여명이 다시 대중적 운동의 함성을 모아 외쳤다. 언론들에 따르면 붉은셔츠라 불리는 ‘독재에 맞선 민주주의를 위한 연합 전선(UDD)’ 구성원과 지지자들은 지난 5월 19일 정부의 대학살 이후 4개월 그리고 2006년 선거로 선출된 탁신 정부를 군부가 축출한 지 4년째인 9월 19일 태국의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다시 함께 거리에 섰다.

붉은 셔츠들은 지난 4월과 5월 점거했던 방콕 라차프라송 시내를 가로질러 행진했으며 북쪽 치앙마이에서도 3천명이상의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5월 살인 진압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고, 의사의 자유와 구속자 석방 그리고 정의를 요구했다.

[출처: Ooi Thai Delphi CBN Press]

이날 시위에 앞서 9월 17일 방콕 쿨롱프렘 중앙 형무소에서도 상징적인 시위가 진행됐다. 3천명 가량의 붉은 셔츠들은 지난 5월 정부의 살인 진압 후 연행된 정치적 수감자 약 470명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들은 형무소의 문에 수백송이의 붉은 장미를 꽂았으며, 이와 같은 시위는 타이의 다른 지역 형무소에서도 벌어졌다.

방콕시위 참여자들은 사회주의자 재건을 위한 국제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Socialist Renewal)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곳에 다시 모인 붉은셔츠들에게서 동지애를 확인하며 매우 행복하게 느낀다. 모두가 부둥켜 안았고 웃음을 나눴다. 4개월만에 처음으로 우리는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민주주의와 의회 해산 그리고 조기총선을 요구하며 3월 초부터 2달간 전개된 태국의 붉은 셔츠 운동. 이때 아피싯 태국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대를 투입, 저격수 배치를 포함한 참혹한 유혈진압을 자행해 거리에서 시위중이던 민간인 90명 이상이 군에 의해 사망하고 2천여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후 태국 정부는 붉은 셔츠 운동의 주요 근거지인 방콕과 18개 지역에 대해 5명을 초과하는 정치적 집회 금지를 포함한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이를 연장해온 한편, 천건에 육박하는 체포영장 발부, 2천2백개 이상의 웹사이트 폐쇄, 자금과 지역 통제, 비판적 언론 검열 등으로 붉은셔츠 운동을 억눌러 왔다. 또한 교통 및 전기요금 감세를 검토하는 등 유화책과 함께 지역에선 타이 군주제를 위한 충성 맹세 서명과 군주 보호 모임에 가입을 강요해왔다.

그러나 붉은 셔츠들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매주 일요일마다 “붉은 일요일” 캠페인을 조직하여 올초 정부 폭력에 의한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소규모 시위를 이어왔다.

태국정부는 19일 붉은 셔츠들의 시위는 허용했으나 약 5천명의 경찰력을 배치해 통제했다. 시위대는 확성기를 사용할 수는 있었지만 앰프는 금지됐으며, 모든 거리봉쇄 또한 금지됐다. 경찰은 토요일 시위 장소에 감시카메라를 추가적으로 설치하기도 했다. 정부는 또한 붉은셔츠 운동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 “전쟁실”(War Room)을 신설해 운영했다. 여기서 경찰과 군대는 합동으로 수십개의 모니터를 이용해 시위를 감시했다.

UDD는 주로 사회적 약자인 지역의 가난한 농민, 도시빈민들로 구성된 대중적 풀뿌리 조직으로서 2006년에 처음으로 군사정부 그리고 선거 5주 전 탁신정부를 전복한 군대쿠데타에 반대하며 형성됐다. 이들은 군사정부 통제 하에 있던 2006년과 2007년 동안 반정부 집회를 조직했으며 국민의 힘 정당(PPP)이 승리하고 탁신계 사막 총리가 집권한 2007년 총선 후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왕실과 군부 그리고 특권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민민주주의연대(PAD)와 노란 셔츠가 사막총리가 무능하고 부패하다는 이유로 그가 총리에 집권한지 4개월만에 반정부 시위에 나서 2008년 5월 정부 청사를 장악했다. 이후 9월 사막 총리는 사퇴했으나 계속되는 PAD의 시위 속에서 12월 헌재는 PPP 등 집권당을 해산시켰으며 이후 PAD의 지지를 받는 민주당의 아피싯 총리가 취임했다. 그가 권력을 잡은 후 UDD는 민주주의를 위한 의회해산과 총선실시를 요구하며 2009년 주요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으며, 2010년 4월 3일 이들은 방콕 도심을 점거하고 대중적 시위를 시작했으나 5월 19일 정부의 유혈 탄압 후 소강상태를 맞았다.

태국정부는 현재 붉은 셔츠와의 화해와 타협을 선동하고 있으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2006년 군사쿠데타 비판을 이유로 대역죄 혐의를 받고 2009년 영국으로 망명한 후 태국 정치 상황을 논평해온 짜이 응빠껀(Giles Ji Ungpakorn)도 태국정부의 중재정책을 위한 첫번째 조건은 반역죄로 수감된 이들을 포함한 붉은 셔츠들의 석방, 비상사태 해제와 검열 중단, 2006년 쿠데타에 대한 공적 조사와 2010년 대학살에 대한 사법적 대응, 2011년까지 총선을 위한 일정 발표, 모든 정당, 본질적으로 붉은 셔츠 활동가들을 포함한 교섭이라고 밝혔다.

태그

붉은셔츠 , 아피싯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은희(객원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