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경향신문과 대북논쟁 본격화

상이한 대북관, 비판에 비판 이어져

민주노동당과 경향신문이 크게 한판 떴다.

진보진영 내에 존재하는 북한에 대한 뚜렷한 시각차가 이번 ‘3대 세습’ 문제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북한권력의 3대 세습 문제에 대한 민노당의 뜨뜻미지근한 논평(“북한 후계구도와 관련하여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하더라도 북한의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을 경향신문이 사설을 통해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경향은 9월 31일자 사설 “민노당은 3대 세습을 인정하겠다는 것인가”에서 북한의 후계구도에 대한 민노당의 논평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향은 “북한의 가족통치는 사회주의 이념을 배반하고, 사회주의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임에도 “민주노동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3대 세습을 공식화한 당대표자회가 긴장 완화와 평화통일에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는 등 “여전히 3대 세습 정권에 희망을 걸어볼 여지가 있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며 “북한은 무조건 감싸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그것이야말로 냉전적 사고의 잔재”라고 비판했다.

또 “진보적 대표성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정당”으로서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민노당이 입장을 바꿔 진보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어르기도 했다.

“대화하려면 받아들여야” vs “나빠도 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민노당은 경향이 기대했던 ‘진보의 진짜 모습’ 대신 ‘절독 통지문’을 날렸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김창현 위원장)이 4일 경향신문 영남본부장 앞으로 보낸 절독 통지문에는 절독 선언과 함께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지 않는다고 하여 ‘북한 추종세력’으로 단정 짓고, 자신의 잣대를 상대방을 규정하고 그 잣대에 어긋난다고 하여 ‘종북’이나 ‘냉전 잔재’니 딱지를 붙여, 언론사의 공식 논평으로 게재한” 데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도 담겨 있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이 경향신문에 보낸 절독 통지문 [출처: 경향신문]

이 논쟁에 민주노동당 부설 정책연구소인 새 세상 연구소 박경순 부소장도 가세했다.

박 부소장은 “‘종북 논란’ 부추기는 경향신문 사설에 부쳐”라는 글에서 “‘3대 세습’을 비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자기 만족감을 가져다 줄수는 있지만 남북관계 발전의 측면에서나 한반도 정세 발전의 측면에서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또한 “‘3대 세습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평화와 통일을 위한 대화 상대방으로 인정한다면 ‘3대 세습’ 문제는 불편하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지 않는다고 하여 ‘북한 추종’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또 하나의 ‘오리엔탈리즘’에 불과하다”고 경향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여기에 대해서는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이 반론을 제기했다. 이 논설위원은 “3대 세습이 나쁘다고 해도 당연히 대화를 해야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도덕적 판단과 정책적 판단을 분리해 사고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또 “자기 시민에 대한 비인간적 행위, 비인도주의적 행태, 비민주주의적 정부, 반인권적 국가에 대해 누구나 어떤 외부인이든 인간이라는 자격으로, 인류라는 동류의식으로,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비판하고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민주노동당도 미국의 부시 정권에 대해, 일본의 자민당 정권에 대해, 이스라엘 정권에 대해 인권과 민주주의 혹은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내걸고 내정간섭을 하지는 않았는지” 검토해볼 것을 권했다.

그리고 오늘, 민주노동당 대표 이정희 의원이 입을 열었다.

이정희, “말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응방식”

이 의원은 민주노동당 게시판에 올린 글 “진보임을 인정받기 위해 한 마디만 해 보라고?”를 통해, 말하지 않는 것이 경험적으로 터득된 최선의 대응방식임을 강변했다.

이 의원은 “아직까지는 북의 사회를 특징짓는 정체성의 하나인 것이 현실인 이상, 북의 권력구조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하면 남북관계는 급격히 악화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며 “반박하고 싶어도 아예 말하지 않는 것”이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온 오랜 경험에서 생긴 대응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지금 “진보임을 인정받”는 것보다 “남북관계에서 수많은 의견대립과 충돌을 겪으며 끌어낸 대응방식을 잃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반박했다.

앞서 민주노동당은 북한 당대표자회 직후 북한 지도체제와 관련 "북한 내부가 결정할 문제"라는 대변인 논평을 냈다. 이후 개혁적인 언론에서도 민주노동당의 무입장에 대해 비판했지만 민주노동당은 이에 대해 일체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민주노동당 주요 책임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힘에 따라 더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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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 경향신문 , 절독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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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량주의반대

    경향신문이 민노당보다 더 좌파적이다. 개량당 민노당은 어쩔 수 없이 반동을 추종한다.

  • 노동자

    소비에트(고침)연방공화국이 무너질때
    소련공산당이 소련인민대표자회의에 군림하였고
    당시 서기장이 코르바초프 였고 옐친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주의적 개방주의자와 관료주의자들이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개방을 부정하고 활용하였다.
    옐친은 관료주의와 야합하여 소련공산당의 지도력을 흔들고 코르바초프의 개혁은 개방에 밀려 소련사회 개혁은 이론적 개혁의 합리적 이성이었으나 코르바초프를 중심으로 하는 소련사회 개혁주의자들은 자유주의와 관료주의자들에게 지도력을 잃게 되었다.

    결국 관료주의자들은 자유주의로의 시장개방에 야합하여 그들은 하나의 마피아와 같은 붉은 부르조아지의 역활을 하는 것이다.

    소련사회는 지도력이 없는 새롭게 생성되는 지도력이 소연방을 해체하며 독립국가로 나아가면서도 민족간의 갈등과 전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었다.

    여기서 핵심은 소련공산당 지도력의 개혁에 대한 정치의 지혜가 부족했던 것이다.

    북한도 지금의 상황이 더욱 어렵겠지만 3대세습은 누가봐도 인정할수 없는 관료주의의 산물이다.
    그것은 민족의 불행과 불안이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이라고 말할수 없다.

  • 홍길동

    비판에는 성역이 없다 관계를 위해 비판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발언할 수 있는 대상은 무엇인가

  • 악수를 두는구나..진보신당만 신났겠네.

  • 노동자

    침묵은 흑묘백묘이다.
    후진타오도
    오바마도
    간나토도
    주변국은 물론
    이명박 정권과 자본도 침묵하고 있다.
    이렇게 침묵의 그룹에 가세하는 흑묘백표에
    민주노동당 마저 덩달아 침묵하고 있다.
    그야말로 정치적이다
    침묵은 우리끼리 민주주의 힘을 세우는데 백해무익하다(별들-정치권력 경제권력)이 한반도의 어둠에 빛이라고 말할수는 없다 한반도의 민주주의 상태가 암울하다)
    인민과 민중은 침묵의 댓가를 치루게 되는 것이다.
    정치의 근본을 무시하는 실용과 실리는 껍데기다.

  • 허 공

    경향신문, 그대들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진보란 행동에서도 나타날 수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고.판단함에 있어 시대에 앞서가는 트인 사고방식이라 할 수 있다.

    '억압은 반발을 부르고 탄압은 투쟁을 낳는다.'라는 것이 인간사회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사회 현상이며 이는 국가간에도 다르지 않다.

    독재국가에 있어 권력유지를 위한 국민에 대한 억압과 탄압에 대항하여 반발.투쟁으로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민주주의 국가사회 발전을 이루어 왔슴인데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자 있는가?!

    세습하며 국가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소위 자유민주진영이라는 국가들이 억압과 탄압을 일삼고 3대 세습한다며 더욱 더 날 선 비판을 가하고 비판을 강요하고 있다. 비판하지 않으면 종북주의라 했던가!

    북한의 세습체제를 누가 더 만들었으며 더욱 더 굳히게 만들어 가고 있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보편적 인간사회 현상'을 보노라면 충분히 알 수 있지 않는가!

    자유민주국가라 하면서 자유민주국가가 아니라 하여 억압과 탄압을 일삼으니 그 체제는 반발하고 투쟁하며 더욱 그 체제보호를 위하여 전력을 다하고 있다.
    어찌하여 사회는 자유롭고 민주적인데 생각하는 틀은 어린아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이러고도 경향이 진보라 할 수 있고 국민들에게 진보언론이라 자부할 수 있겠는가!

    비판치 않는다 하여 종북주의? 본인은 백번 종북주의가 되더라도 비판치 않겠다.
    왜냐하면 이것이 궁극에 있어 북한주민의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국가라면 분명히 들어라!
    여러분들이 북한 사회에 대하여 억압과 탄압을 가한다면 그 체제는 3대뿐 아니라 4대.5대~~~~~까지도 갈 수 있슴을 분명히 자각하기 바란다.
    세습체제를 누가 키워가고 있는지 이제 알아듣겠는가!
    경향신문 너희도 그기에 일조하려 하는가!

    어린아이 사고방식으로 비판하려 하지 말고 갓난 아기 같은 행동으로 자유이며 민주이며 말하지 말라!

    소위 진보라면 사고의 틀부터 넓게 키우기 바라며
    그나마 자칭 보수라는 자들보다 생각하는 바가 겨우 한발 더 앞선 언론이라 하니 이를 어여삐 여겨 민노당 김창현 울산시당 위원장님은 절독을 철회하시고 주의를 주는데서 논란의 종지부를 찍으시기 바랍니다.

  • 노동자

    조령모개(고침),육백원 가지고
    재벌들 처럼...
    조령모개도 문제지만 조삼모사도 더욱 문제이다
    이게 다 침묵의 계산 때문이다.
    껍데기들이 침묵할때 결과는 껍데기일 뿐
    침묵으로 금을 얻겠다고 천만에....
    -글자고침

  • 김일성

    식자께나 든양 떠들지만 북한주민들의 고통은 어쩔건데? 북한이 지상낙원이냐? 못살고 고통스러운것이 남한탓이라는데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