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지성’은 없어지고 ‘땡전뉴스’만 부활

G20 관련 포럼, 학술제 불허 통지...집회, 언론 통제도 극심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각계각층의 의견과 목소리가 차단, 검열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등의 집회를 비롯한 대학 내 워크숍 등이 줄줄이 불허 통지를 받고 있는 것. 특히 지난 2일 서강대학교가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하는 국제워크숍을 불허하면서 이 같은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G20, 대한민국의 지성마저 죽였다”

G20대응민중행동(민중행동)은 4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국제민중회의 장소사용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서강대 측에 유감을 표명했다. 또한 이 같은 움직임은 G20을 앞두고 정부에서 벌이는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민중행동은 오는 8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서강대에서 서울국제민중회의 개최를 준비 중이었다.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 대해, 주최 측은 지난 9월부터 서강대와 공동주관 여부 및 장소 사용여부를 논의해 왔다.

또한 지난 10월 26일에는 최종적으로 이냐시오관, 다산관, 김대건관 등의 시설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사회과학연구소와 행사를 공동주관하는 것이 확정됐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심지어 11월 1일에는 공동주관 단체가 함께 통역기 설치 등을 염두 해 둔 시설답사까지 진행했으며, 민중행동 측은 서강대 강의실 운영계획에 민중회의 일정이 명시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행사 개최 5일 전인 지난 11월 2일, 서강대 측은 일방적으로 대학 시설 제공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사회과학연구소 측에 시설사용을 불허한다는 통보를 발송했다. 하루 뒤인 3일에는 총장의 불허조치가 번복되지 않으리라는 최종적인 결론을 전달하기도 했다. 서강대 측은 ‘이 행사가 정치적 성격의 행사’라며 불허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국제민중회의는 개폐막식을 포함한 총 17개의 국제워크숍으로 기획된 대규모 시민사회포럼이다. 이 행사에서는 금융규제 및 국제금융기구 개혁, 기후변화대응과 대체에너지, 지구촌 빈곤퇴치와 개발, 여성과 아동의 권리, 노동자와 농민의 권리, 공정한 대안적 무역과 식량주권 등의 분야에 대해 정책 토론이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현재 페드로 파예즈 에콰도르 대통령 직속 지역금융구조개혁위원회 의장, 조모 K. 순다람 UN 경제개발 사무부총장을 포함한 학자, 저널리스트, 연구자 등의 전문가 300여 명이 대거 초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용건 금융규제강화 투기자본과세 시민사회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각국 교수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세계 경제의 대안을 논의하는 학술적 토론을 대한민국이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과연 대한민국에 지성이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또한 “아펙(APEC)과 아셈(ASEM), 그리고 G20 국제회의 시기 등에는, 어느 나라든지 민중포럼이나 강연 등을 개최한다”면서 “그럼에도 이미 합의된 민간단체의 실내 민중포럼에 불허통보 하는 것은, 유사 이래의 처음 있는 일로 이런 것을 듣보잡이라 한다”고 비판했다.

학술제부터 언론까지...G20기간의 통제

서강대에서는 서울국제민중회의 뿐 아니라, 일반 학생들의 학술제까지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G20이 언급되는 행사들에 대해서는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강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윤경씨는 “학내 공부모임에서 ‘G20에 맞선 대안경제 포럼’이라는 학술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이를 승인해주지 않았다”면서 “학생처를 비롯한 대학본부에서는 G20 내용이 포함된 학술제는 학교내의 시설 사용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이 학술제를 그대로 강행했을 경우, 학교 차원에서 빌려주고 있었던 강의실 대여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G20 정상회의에 대한 정부의 예민함에 서강대 역시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윤경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공권력의 힘이 서강대학교에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었다.

김윤경씨는 “학생처는 두 번째 면담에서 ‘마포 경찰서에서 직접 총장실로 연락을 취했으며, 이에 따라 총장실은 행사를 개최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털어놨다”고 밝혔다. 또한 마포서 측은 학생들의 학술제뿐만 아니라, 국제민중회의 포럼의 일정 역시 알고 있었으며, 이를 대비해 경찰이 배치될 것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마포서는 서강대 총학생회 측에 여러 번 연락을 취해 ‘학술제 이후 가주시위로 변질될 위험이 있으니, 긴밀히 협의하자’며 제안하기도 했다.

G20기간의 통제와 검열은 비단 학술제와 포럼 등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과 우리센터가 4년째 진행해온 ‘론스타 투기자본, 삼성재벌 비호하는 김앤장 규탄대회’역시 종로경찰서로부터 불허 통보를 받았다.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경호안전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정부는 파키스탄 여성단체 ‘여성노동자의 전화’ 사무총장 칼리크 부슈라씨의 비자발급을 거부하기도 했다. 테러연관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칼리크 부슈라씨 뿐만 아니라 네팔 노총 사무총장과 최빈곤국(LDC) 감시네트워크 활동가 등의 비자발급 역시 거부했다. 이들에 대한 비자 발급 거부 이유를 제시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G20기간 언론 통제역시 강화되고 있다. 특히 공식 미디어센터에 대한 접근이 소수의 언론 매체에만 허용되고 있어, 'G20 땡전 뉴스’라는 비아냥도 속출하고 있다.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부는 미디어센터 출입증을 언론사 선별을 통해 발급하고 있다”면서 “ 때문에 인터넷언론과 진보 언론매체 등은 전혀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해 놓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진보 성향의 매체인 레프트 21에 대해서는 정부가 배포 중단을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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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자는 중세사의 로마권력(가톨릭)무너졌다고 착각하는 경우를 목격할 때, 네주변 교회열정분자들께 이런 질문한다. "종교개혁은 이뤄졌는가"라고요. 서구와 다르게 아시아의 한국기독교는 초기 대원군 군부독재에 4차례 박해에도 불구하고 순교의 피로 이뤄낸 오늘날 기독교문화(천주교) 토착화시켰다. 하지만 성서의 "빛과 소금의 역할"비유가 적절할듯하다. 자본집중 사업장(각교단별 운영하는 대학, 병원, 미디어 등)노사분규 끝임없이 있어 왔고 앞으로 있을 것이다. 이는 종교의 근본 기능 이미 상실한지 오래됐다. 게다가 급속도로 번지는 "세속화 현상"은 오늘의 서강대 운영주체인(로마교황청직속수도회:Society of Jesuit)예수회가 영화 "미션"에서 시사하는 바와 전혀 다른 반동적 종교집단으로 변신해갔다. 특히 예수회소속 신부(마태오 리치와 사베리오, 떼아르 샤르뎅, 드메닐 등 이들 모두 순교 또는 암살당 함)제3세계 지역의 예수회소속 신부들은 모두 로메로 신부처럼 나찌와 스탈린에 저항하다 암살당한 사람들이 대부문이다. 하지만 국내 예수회는 오늘날 자본의 압잡이, 자본의 그늘(서강대:호텔)아래 자신들의 종교권력 지향적 탐욕스런 박홍같은 신부들뿐, 제3세계 지역의 예수회회원의 삶과는 전혀 다른 현실 안주 뿐이다. 유학 경험 하신분이면 쉽게 이해하겠지만, 서유럽 전세계 엘리트 대학(예수회 운영하는 대학)이 많고, 국내 서강대처럼 폐쇄적 교육체제는 아니라는걸 알겁니다. 저의 모교(필리핀:아테네오대학)의 경우, 대학 내 건물 하나를 통째로 시민사회단체 사무실로 운영하도록 열려있는 대학이다. 이점만보더라도 한국예수회는 이미 노동자, 민중의 삶과는 전혀 거리가 먼 집단으로 변질됐다. 따라서 한국에서 "종교개혁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무엇을 할것인가"를 성찰해보았으면 합니다. 자본주의 한국종교는 창녀(정치권력과 밀애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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