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가족대책위 꾸린다

인터넷에서 글 보고 스스로 모여...18일부터 가족대책위 꾸려질 듯

17일 정오 쯤,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정문 앞에는 아이를 들쳐 업은 여성 3명이 서 있었다. “조합원 가족 되시죠?”라는 질문에 반갑게 웃어 보인 그들은, 3일째 공장 점거 투쟁중인 조합원의 가족들이었다.


16일 비정규직지회 사이트에 올라온 ‘낮 12시 정문 앞에 비정규직 가족 모입시다’라는 글을 보고 왔다고 했다. 그 글에는 “가족들도 걱정만 할 게 아니라 나섭시다. 17일 수요일 낮 12시부터 정문 앞에서 모입시다. 불법파견 중단하고 직접고용을 외칩시다.”라고 적혀 있었다.

12시에 모이기로 했지만 그들은 20분이 지나도록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처음 보는 조합원 가족들과 반갑게 인사하기에는 정문 앞 사측 직원들이 무서워 서로 알은체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12시 전부터 기다렸는데 남자 3명이 여기 있으면 안 된다고 가라고 무섭게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건너편에 가족인 듯한 분이 계셨는데 말도 못 붙였어요.”

2공장에서 투쟁중인 조합원의 아내 최은미 씨의 하소연이었다. 겨우 만남을 가진 3명의 아내는 그제서야 웃음을 보였다. 공장 안 투쟁을 진행 중인 남편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까 모인 그들이었기에 만남은 더욱 반가웠다.

“못 들어 올 수도 있겠다”, “해결될 때까지는 못 올 것 같다”는 말을 남긴 채 남편들은 공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장혜경 씨의 남편은 1공장 조합원으로 월요일 새벽부터 공장에서 투쟁을 진행 중이다. 강정옥 씨의 남편 역시 월요일 저녁부터 1공장에서 점거 투쟁을 하고 있다.

“장기화 될까봐 그게 가장 걱정이예요. 빵 1개로 세 사람이 나눠먹고, 컵라면도 간신히 구해서 먹었다고 하더라구요. 잠도 젊은 사람들은 시멘트 바닥에서 자고,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들은 박스 위에서 잔대요. 우리가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사측이 협상 테이블에만 직접 나와 줬으면 좋겠어요.”

매일 통화로 남편의 소식을 들을 때 마다 장혜경 씨의 마음은 무너진다. 가장 기본적인 먹을거리, 잠자리를 걱정하는 것은 항상 가족의 몫이다. 강정옥 씨 역시 “장기화 될수록 먹을거리가 제일 걱정이예요. 2, 3일은 참을 수 있지만 그 보다 더 배고픔이 계속되면 너무 힘들어지잖아요”라며 걱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들은 남편의 투쟁의 정당성과 절실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간 회사에서 겪어왔던 비정규직 남편의 차별은 그들에게도 상처였기 때문이다. 최은미 씨 역시 8년째 현대자동차 2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남편의 아픔에 공감하고 있었다.

“비정규직의 아내로 8년을 살았어요. 그래서 비정규직들의 차별과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 아이 2명을 키우면서 출산휴가도 번번이 쓰지 못하고 경조사도 챙기지 못해요. 똑같은 라인인데 정규직의 1/3의 임금을 받고요. 정규직이 파업하면 그대로 다 결합하면서, 또 다른 비정규직만의 파업을 준비해야 하는 거죠.”

때문에 최은미 씨는 누구보다도 남편의 투쟁을 지지한다고 했다. 공장에 있는 남편에게 누구보다 먼저 바깥의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최은미 씨는 “오늘 낮에는 공장 상황이 이렇다 전해주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기사를 검색해 알려주기도 해요”라며 웃어보였다.

조합원들의 가족들은 공장 바깥에서 자신들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누구보다 조합원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늘은 비록 3명의 가족들이 간신히 만났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가족대책위를 꾸린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오는 18일 오전 11시 첫 모임을 시작으로, 더욱더 많은 가족들을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가족대책위를 꾸려 본격적으로 남편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바람이다.

남편에게 한 마디를 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최은미 씨가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남편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사랑한다’는 말 뿐이예요. 남편에게 가장 힘을 주는 것이 ‘사랑한다’, ‘힘내라’라는 말과, 집에 왔을 때 말없이 안아주는 것이라는 걸 아니까요.”(울산노동뉴스=참세상 합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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