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고로 구미 단수 4일째...시민들 직접 나서

정부 ‘무대책’에 트위터러 출동...사고는 정부가 치고 수습은 국민이 하고?

무리한 4대강 공사로 인해 임시로 쌓아뒀던 제방이 무너지면서 4일째 이어진 단수가 구미 지역 주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11일 트위터와 인터넷에서는 구미 지역 현황들이 언론보다 빠르게 공유됐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주민들의 고통과 분노가 극에 달했음에도 정부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자 급기야 직접 구미에 물 공급을 하겠다고 나섰다. 4대강 사업이라는 사고는 정부가 치고 그 뒷수습은 국민들이 직접 하고 있는 실정이다.

11일 트위터와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는 구미 지역 상황은 하나같이 절박했다. 구미에 친척을 두었다는 한 트위터 이용자는 “참다못해 화장실 변기 물을 내리기 위해 생수를 사용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한 구미 지역 주민은 10일 ‘네이트판’에 “그나마 단수 예보도 없었던지라 물 한 통 못 받아놔 양치도 못하고 머리도 못감고 화장을 이틀째 못 지우고 있다”며 “식당은 거의 반 이상이 문을 닫았고 슈퍼의 생수들은 동이난지 오래고 어느 큰 아파트 단지 앞에서 물을 주는 차가 한대오면 전쟁터를 방불케 줄을 서고 어린 아이들조차 작은 물동이를 가지고 다닌다. 구미는 지금 생지옥”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이 구미를 물 지옥으로 만들었다”

이 같은 단수의 원인으로 4대강 공사가 지목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구미 낙동강 해평 취수장에 4대강 공사를 위해 설치한 임시 제방이 갑자기 내려앉으면서 단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진보 양당은 11일 각각 논평을 내고 신속한 대책 마련과 4대강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박은지 진보신당 부대변인은 “반성을 모르는 정권 때문에 애꿎은 국민만 고생 중”이라며 “4대강 공사의 직접적 책임을 지고 있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제대로된 조치를 취하지 못해 막대한 주민피해를 가져오게 한 수자원공사와 구미시 모두 주민 앞에 사죄하고 시급한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취수장 근처에서 대규모 준설 작업을 했다는 것 자체도 문제이고, 가물막이가 허술해서 보강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미 제기됐음에도 수자원공사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구미 지역 단수 사태는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예고된 인재’다. 제2 제3의 구미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4대강 공사를 전면 중지하고 4대강은 자연하천으로 원상복구하는 작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게 정부가 말하는 ‘정상’공급인가”

수자원공사와 구미시는 11일 오후부터 수돗물 정상공급을 한다고 밝혔으나 지역 민심은 좀처럼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출처: http://twitter.com/orangehomeEllie]
한국수자원공사는 11일 “밤샘 복구 작업으로 금일 새벽 01시 25분 자연취수로 전환했다”며 “현재 공급 수량은 하루 31만㎥로 평상시 수준(26만2000㎥/일)을 상회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미와 칠곡 지역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물이 안 나온다”거나 “공급이 불안정하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한 트위터러(@orangehomeEllie)는 11일 오후 2시 경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왼쪽)과 함께 “이게 구미시와 수자원공사에서 언론에 말하는 ‘정상공급’이다. 이 또한 언제 끊길지 몰라서 불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배수장에서 거리가 멀거나 고지대에 위치한 지역은 이마저도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지대 지역은 12일에나 돼야 물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해져 주민들의 고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러, “우리라도 구미에 물 전달하겠다”

정부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자 급기야 트위터 이용자들이 ‘물공급 원정대’를 꾸렸다. 이들은 단수사태를 겪고 있는 구미 주민들에게 생수를 직접 전달하기로 했다.

트위터 모임 사이트인 ‘트윗밋’에는 최근 ‘구미 트윗 친구들 물공급 원정대(http://twtmt.com/cards/4921)’가 만들어졌다. 물공급 원정대에 가입한 트위터 이용자들은 11일, 12일, 13일 세 차례에 걸쳐 구미 주민들에게 직접 생수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들은 각자 지참한 물통에 구미로 이동하는 도중 수돗물도 채워가기로 했으며 파워트위터러인 박대용 춘천MBC 기자(@biguse) 등이 여기에 동참했다.

한편 이날 트위터에는 10일 김주하 앵커의 MBC 8시 뉴스 클로징멘트가 단연 화제였다. 김 앵커는 이명박 정부를 “옆집 아이가 다쳤을 때는 위문이다 약이다 챙겨 주면서 정작 우리 아이가 다쳤을 땐 나 몰라라 하는 부모”에 비유하며 “일본에서 지진 피해가 나니 생수다 생필품이다 보내주면서 4일째 물이 나오지 않는 구미 시민들은 정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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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야

    맞네요 기사내용 좋습니다

  • 낙동강 칠백리

    좋은 글 입니다.
    비오는 날 우산 받쳐쓰고 어린아이 손 붙잡고 물 받으러 가는 아주머니 보니... 참 눈물이 나올려고 하더라. 내가 대신 물 받아드리고 싶더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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