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쌍용차 정리해고는 정부와 기업의 ‘도가니’“

공지영 작가, 최일배 코오롱 정투위원장 거리강연 벌여

광주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청각장애아동들에 대한 구조적 학원 성폭력 문제를 소설 ‘도가니’로 재사회한 공지영 작가가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는 정부와 기업의 ‘도가니’라고 표현했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도가니 같았다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로 고통받는 노동자들과 이들의 삶과 투쟁을 알리기 위해 대한문 앞에 마련된 11일 거리 강연 “시대를 묻다 톡톡톡(talk talk talk)” 첫 번째 자리에 쌍용차 정리해고와 투쟁 그리고 사회적 살인과정을 집필 중인 공지영 작가와 지난 8년간 코오롱 자본의 정리해고에 맞서 싸워 온 최일배 코오롱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장이 나와 이야기를 나눴다.

공지영 작가는 집필 과정에서 느꼈던 해고자들의 삶과 사회적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그는“솔직히 말하면 정말 도가니 같았다. 정부, 기업이 함께 만든 도가니. 꼭 파헤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장애인이나 외딴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몇 천 명이 일하는 기업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라고 술회했다.


공지영 작가는 쌍용차 해고자들의 고통이 전이되는 것 같아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며 “애초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특히 돌아가는 분들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 아무도 없는 거리 위 추위 속에서 싸우며 계시는 분들을 돕기 위해 시작했는데, 지금 느끼는 것은 이것이 남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의 문제구나,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 넘어가면 나라가 망하겠구나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쌍용차 자료를 보면서 역사는 진짜 민중들이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노동자들이 쌍용을 이끌어 왔다고 느꼈지만 아무 죄 없는 노동자들에게 반을 잘라서 나가라고 하면 ‘네’라고 나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 외에는 모두가 불법. 싫다고 한 순간부터 불법이 된다. 이것이 어떻게 법인지 모르겠다”고 부조리를 곱씹었다.

또한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산업발전, 매각, 자동차 발전인지를 잊어버리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유성기업 파업을 두고 7천만 원 씩 받아가는 사람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있는데 무슨 불법파업이냐라고 쌍용차 얘기를 꺼냈다. 그가 쌍용차가 구조조정을 한 이후 17대에서 22대까지 만든다고 했을 때 소름이 끼쳤다. 자동차 5대 더 만들어서 뭐할 것인가. 그때 시점이 21분 째 돌아가셨을 때다. 자동차 5대 생산하는 것이 더 좋은 거고 노동자가 죽는 것은 너희의 팔자라는 시각이 우리 나라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쌍용자동차 100대라도 죽은 목숨을 보상할 수 있는가”라고 개탄했다.

더불어 “나를 한순간에 잘라도 아무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 사회에서 누가 왜 열심히 일해야 하는가. MBC 연봉 1억원이라서 비난하는데 우리가 돈만 보고 일하는가. 노동은 인생이 펼쳐지는 커다란 필드인데, 돼지가 먹이 많이 주면 옆으로 누어 자듯이 노동자도 그래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살아 있어도 아직 안 죽었다고 하면 과언일까요

그는 이어 집필 과정에서 만난 쌍용해고자 가족들에 대해 “살아 있어도 아직 안 죽었다고 하면 과언일까요. 피해자 가족 분들을 보았는데 만날 때부터 헤어질 때까지 계속 우셨다. 3년이나 지났는데. 이를 테면 한 아이가 강도만 당하면 그렇게 슬프진 않다. 그런데 강도를 만나고 와서 엄마가 꾸중을 하면 그 상처는 가시지 않는다. 쌍차 가족을 만났을 때 해고한 사람, 회계조작한 사람들이 나쁜 건데, 쌍용차 분들이 이제까지 이해받지 못해 왔다.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라고 말한 후 눈물을 적시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끝으로 그는 “유명한 분들이 아니라 이렇게 한 분 한 분 오시는 것이 희망이고 인간들이 가지는 가장 큰 사랑의 연대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렇게 여러분의 사랑을 받으시면 건강해지실 것이다. 쌍용자동차 문제는 경제학 이런 것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시각이 문제인 것 같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펼쳐지는 장소로서의 노동, 숨 쉬고 희망하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돈을 가져가는 사람으로 보는 생각이 모든 것을 망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소설 초고의 절반 정도를 완성했다는 그는 쌍용차 문제를 바꾸어내지 않으면 “분향소가 상설화 될 수 있다”며 “19대 국회가 이것을 문제 삼도록 힘을 모으자”고도 제안했다. 또한 자신이 국회의원이어서 쌍용차와 관련해 국정조사에 2명을 불러낸다면 누구를 출석시킬 것인지에 대한 청중의 질문에 대해 “책임있는 사람들 다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회계법인 대표, 상하이차 인수 했을 때 여기 대표. 그리고 조현오, 그도 당연히 받아야 한다. 책 마지막에 리스트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전과자 취급 받는 정리해고자

최일배 위원장은 8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무엇보다도 거리에서 만난 정리해고자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주목했다.

“정리해고 된 후 부당하다고 방송 틀고 시위를 하면 지나가는 시민 분이 무슨 일로 이 고생을 하냐고 물어본다. 정리해고 돼 억울하다고 말하면 측은하게 보다가 아무 잘못도 없는데 잘랐겠는가라고 말한다. 회사가 왜 꼭 필요한 사람을 잘랐겠냐고 한다. 나머지 얘기는 듣지도 않는다. 정말 염려해서 한다는 말이며 아직 나이도 젊은데 빨리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 찾으라고 한다. 정말 걱정한다면서. 그런데 코오롱에서 정리됐다고 하면 다른 데서 받아주지 않는다. 정리해고 된 자는 전과자 취급을 받는다. 정리해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리해고자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얼마 전 어떤 동지가 들렀다. 술 한 잔 한 김에 용기를 내서 물어본다고 하면서 자신은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데, 이해가 안 된다며 전문직은 일을 하면 할수록 그 능력을 평가받는데 정말 일을 잘하면 회사에서 나가라고 할 리가 없다며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그러나 전문직은 그럴 수 있지만 대부분의 제조업은 그렇지 않다. 설비가 자동화가 될 수록 기능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연봉만 높고 눈에 가시일 뿐이다. 이것이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는 정리해고에 대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한 “3월에 천막농성을 한 적이 있다. 현수막을 보고 시민들이 정리해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기업이 살려면 소수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얘기한다”며 사람들의 시선을 전했다.

그는 더불어 “집사람이 12시간 일한다. 휴일이 없다. 어느 날 저에게 하소연. 8시간만 일하고 일요일 하루라도 쉬었으면 좋겠는데 이것이 나의 과도한 욕심이냐고 얘기했다. 이웃의 주민들은 아빠가 너무 무책임하다고 얘기한다. 부인을 괴롭힐 만큼 괴롭혔는데 아직도 길거리에서 그 짓을 한다고 얘기한다. 이것이 정리해고자로서 살아가는 얘기”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사람들의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정리해고 반대 투쟁의 정당함과 원직복직의 필요성을 조목조목 밝혔다.

정리해고는 더 많은 착취위한 것

그는“코오롱은 당시 서열 23위의 대기업이었는데 정리해고된 78명의 인건비로 대기업이 정상화 된다는 논리를 폈다”며 “이런 기업이 어떻게 23위 대기업일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또한 최근에 정리해고 방침을 밝혔다가 철회한 KEC의 사례를 들며 기업들은 “조합원 임금 삭감해서 관리자들 연봉 인상하는 데 사용하는 등 기업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정리해고를 통해서 더 많은 착취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노동조합에 대해 “자본들이 눈에 가시로 생각하는 노동조합이 저들의 말처럼 정말 필요악인가”라며 코오롱이 2000년도에 단행한 17일 동안 파업 사례를 전했다. 그는 “그전에는 임금, 단체교섭 진행되면 무조건 임금인상만 요구했지만 2000년도에는 구미에도 신규투자해서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승리해 회사가 구미에 신규투자를 했다. 그런데 현장의 관리자가 현장 순회를 할 때 노동조합원인 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더라. 자기가 아무리 연구개발을 하고 회사에 투자를 요구해도 전혀 관심도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코롱이 2005년 재계 서열 23위였지만 정리해고 후 50위 건 밖으로 나갔다. 자본이 제대로 경영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이 견제하고 질책하고 상생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정리해고 기준에 대한 한 청중의 질문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해 대상자를 선정한다고 한다. 그러나 78명 정리해고 됐을 때, 수긍할 수 없었던 우리 한 동지가 현장의 부서팀장을 찾아갔다. 그 이유나 말해달라고. 관리자는 당신이 현장에서 열심히 일했다는 것 나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일과 관련해서 사비로 자격증도 획득한 것도 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노래방 가면 도우미랑 잘 못 놀지 않느냐라고 툭 뱉듯이 말했다.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아무리 많이 배워도 비정규직이다

또한 그는 “저는 고등학교 졸업자이지만 제가 알기로는 대학은 더 많은 학문을 배우기 위해서 가는 곳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은 취업하기 위한 공장이다. 직업훈련소와 같은 느낌. 오로지 좋은 직장 가기 위해서 대학에 가는 것 같다.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서는 노동 쪽에 눈을 돌리면 안 된다. 좋은 직장은 학생들이 노동계 쪽에 관심을 갖고 운동하는 학생들을 뽑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가 꿈꾸는 좋은 기업에 갈 수 있는 여건이 되는가. 아무리 많이 배워도 비정규직이다”라고 말했다.


투쟁하면서 만나게 된 좋은 분들 때문에 8년을 버텨올 수 있었다는 그는 “이 땅에서 정리해고자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비참하다는 것을 안다면 정리해고를 우선 철회해야 한다. 원직복직에는 여러 개념이 있을 수 있다. 정리해고자의 마음을 다독이는 것이 우선이다. 짓밟힐 대로 짓밟힌 것이 정리해고자의 마음”이라고 밝혔다.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밝힌 한 청중은 “22번째 희생자가 생기셨던 당시 우리 학교에서는 취업 때문에 자살한 친구가 있었다. 울면서 학교에 갔는데 학교는 아무렇지도 않더라. 왜 분노하는 법을 모를까에 대해 생각한다. 이 마음들을 전하기 위해 고민도 하는데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새내기도 만나고 선전전도 하는데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투쟁 속에 답 있다

이러한 물음에 대해 최일배 위원장은 “투쟁 속에 답이 있다”며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가 다른 문제가 아닌데, 비정규직 문제로 공통투쟁을 하면 공감을 못했다. 각각이 갈라져서 투쟁했다. 결국 답은 현장에 있다”고 밝혔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정우 쌍용차노조 지부장은 거리 강연을 정리하며 “해고자 가정들은 다 파괴됐다. 미혼인 동지들은 해고가 됐다는 말을 안 한 사람도 있다. 가정이 있는 사람들은 깨지지 않기 위해 부단한 삶을 살고 있다. 이것이 해고자의 삶. 하루하루를 견디면서 순간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것이다. 8년을 싸운 동지가 존경스럽지만 이렇게 싸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아이들에게 이러한 미래를 물려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경동 시인도 참여하여 희망의 난장, 집회할 권리, 연대할 권리 외치는 6월 16일 희망과 연대의 날 집회를 소개했다. 그는 “1차 희망의 버스 끝내고 7월 5일 전국 185일 희망버스를 제안했었다. 그렇지만 195대가 조직됐다. 지금 일주일도 안남았다. 하지만 무려 6일이나 남았다고 생각하고 모두가 희망의 나팔수가 되어 주변과 모든 사람들에게 모여달라”고 말한 뒤 쌍용, 코오롱, 재능, 유성 등 투쟁사업장 한 곳 한 곳을 전하며 시민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과 희생자 추모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가 마련한 '시대를 묻다, 톡톡톡'은 불어나는 청중들과 함께 2시간 가까이 열띠게 진행됐다. 대책위는 각계 사회 인사들과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싸움을 벌여온 노동자들을 초대해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을 조명하고자 한다. 6월 15일 진행되는 두번째 강연 참여자는 진보신당의 홍세화 대표 그리고 유성기업에 맞선 노동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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