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다시피 요즘 언론에서는 보도를 잘하지 않지만 2007년 아이슬란드 국가부도 사건 이후 불똥은 2008년 미국을 거쳐 현재 유럽으로 번지고 있다. 그 불똥은 다시 미국과 중국을 거쳐 곧 한국을 강타할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미국이 돈을 풀어 월가를 지원했지만 미국의 문제는 해결된 것이 없다. 그 문제가 현재 유럽으로 퍼져 소위 재정위기를 낳고 있는데 국가의 재정이 말라버린 이유는 분명하다. 정부가 나서서 은행의 자기비율을 맞춘다고 은행에 돈을 풀었으니 말이다. 그러고 나서는 재정위기 운운하며 돈이 없다고 공무원을 해고하고 노동자들의 최저임금과 연금을 삭감하며, 민중들의 복지를 축소시키고 부자들의 세금은 줄여 주면서 일반 민중들의 세금은 올리고 있다.
▲ 아이와 함께 거리로 내 몰린 그리스인 [출처: socialistworker.org] |
이 와중에 프랑스는 사회당이 정권을 잡았고 그리스는 2차 총선을 치렀으며 미국과 한국은 대선이 남아 있는 등 전 세계가 자본주의의 공황 국면에서 선거 국면에 빠져 있다. 그렇다면 왜 그리스인가? 소위 세금 천국Tax Haven으로 알려진 아이슬란드는 오로지 금융 산업만으로 먹고 살던 나라였다. 말이 금융 산업이지 오늘날 금융 산업이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나 파생금융상품처럼 돈 장사다. 좀 더 쉽게 말하면 금융 판의 다단계 사업과 비슷한 것이 서브프라임, 파생금융상품처럼 고상하게 들리는 말들의 본질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아는 은행이란 것도 사실은 무수한 사람들의 돈을 받아 저축 이자와 대출 이자로 돈 놀이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말만 투자은행이 아니지 그 돈으로 금융상품이라는 명목으로 각종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의 이곳저곳에 투자하면서 돈놀이를 하고 있다.
요컨대 결국 문제는 투자은행, 상업은행, 저축은행이라는 은행에 있다. 미국 산업의 이익이 제조업보다 금융부문에서 나올 정도이니 소위 말하는 신자유주의 세계 금융화라는 것은 결국 주식차액을 노리는 돈놀이 장사를 가리키는 것일 뿐이다. 거기다가 주식차액은 각 국의 경기부양책 명분으로 진행된 신자유주의적인 개발사업과 연결되어 있고 건설업체는 건설경기를 통해 시세차익을 노리며 일반인들은 그 시세차익의 욕망을 좇아 왔다. 그런데 이제 막대한 이익(마르크스 식으로 말하면 지대)을 투자자들에게 몰아주던 금융부문이 터지면서 그 부풀려진 욕망이 한계에 이른 것이다.
2007년의 아이슬란드, 2008년의 미국 이야기는 그 동안 많이 들었다. 작년 미국과 유럽에서 번진 점거운동 등을 통해 유럽의 재정 위기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왜 그리스인가? 그리스만이 아니지만 오늘날 그리스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도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나서서 은행위기를 해결한다며 금융부문에 돈을 몰아준 데에서 비롯한다. 이것을 좀 고상하게 표현하면 은행위기의 국가채무위기로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유럽의 소위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국가채무 비율은 모두 100%를 넘었다. 소득보다 빚이 더 많은 셈인데, 이것을 해결한다고 구제 금융을 해봐야 돈은 다시 금융부문, 즉 은행으로 들어가고 노동자민중은 실업, 해고, 연금 및 임금삭감, 물가고, 빈곤 상태 등에 내몰린다. 구제금융의 조건이 허리띠 조르라는 긴축정책인데 은행 등 금융부문의 허리띠는 조르지 않고 노동자민중의 허리띠만 잔뜩 조르니 당연한 결과다. 우리는 오늘날 소위 말하는 신자유주의 세계금융화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유럽연합의 약한 고리인 그리스를 통해 똑똑히 보고 있다. 결국 이 결과는 금융위기와 재정위기 형태로 미구에 우리에게도 닥칠 것이다.
오늘날 그리스는 인구의 48%가 빈곤수준이거나 그 이하 수준에서 살고 있다. 임금은 30%나 떨어졌다. 실업률은 22% 되고 청년 실업률은 그 이상이다. 그러면 그 많던 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은행, 투자자, 주식보유자, 시세차익과 주식, 펀드 투자 등으로 돈을 번 부자들 호주머니로 다 들어갔다. 이러한 현상은 그리스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이것을 주주자본주의라 부르든 신자유주의 세계 금융화라 부르든 모두 다 돈놀이라는 점에서 본질은 똑같다. 이번 그리스에서 행해진 2차 총선에서 시리자 당은 주류언론과 정치인들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26.89%의 지지를 얻었다. 신민주당도 29.66%의 득표율에 그침으로써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사회당은 참패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그리스는 유럽연합에서 탈퇴하지 않아도 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문제는 유로 존에서 그리스가 탈퇴하는가 안 하는가도, 시리자 당이 급부상한 것도 아니다. 여전히 2007년에 시작한 세계 경제의 파국적인 국면이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로본드(euro-bond)를 발행하든 유럽 국가들이 금융동맹을 결성하든 유럽의 재정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 유럽연합 회원국들 간의 의견이 일치할 여지도 없을뿐더러 긴축정책을 빌미로 노동자민중을 쥐어짜봐야 격렬한 저항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2007년부터 멀리는 1970년대 이후 시작한 자본주의의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 돈이 노동자민중들에게 돌아가 소비여력이 생기고 이에 따라 내수 시장이 살아나야 자본주의가 굴러가는데 돈이 금융자본, 금융세력에게만 들어가니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이다. 군대에 닭 한 마리가 나오면 상사가 살은 다 먹고 졸병들은 국물이나 마시듯이 현재 전 세계 노동자민중들은 최저임금, 저임금, 실업, 해고, 인플레 등으로 국물이나 마시는 소위 낙수효과 조차도 누릴 형편이 되지 않는다.
▲ 그리스 총파업 당시 상황 [출처: socialistworker.org] |
자본주의가 당을 초월한다는 것은 진정한 좌파정당이 들어서지 않고서는 그리스의 경제 회복만이 아니라 유럽, 미국, 한국 등 전 세계의 경제 회복이 불가능하고, 이 기회에 자본주의 이후의 대안 사회 초석을 까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선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누가 정권을 잡든 2007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러한 자본주의의 격변을 감당할 수 있는 정권이 출현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좌파는 2012년 이후를 구상하며 대안체제 구축을 위한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이렇게 전 세계가 경제적으로 공황이라는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을 고려하면, 말이 나온 김에 첨언하는 것이지만, 한국 사회의 통진당 사태는 유사좌파들이 저지른 막장 드라마일 뿐이다. 전 세계 노동자민중들이 반 - 긴축정책, 반자본주의를 외치며 투쟁하는 이 막중한 정세를 눈 감고 곰곰이 생각해 보라. 이제 그들은 깃발(진보의 구호와 의원 뱃지)을 내리고 귀농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