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미안하다’던 편지가 가장 기억에 남아”

[인터뷰] 한상균 쌍용차 전 지부장

꼬박 3년의 수감생활을 채운 쌍용차 한상균 전지부장이 출소한 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5일 새벽 2시부터 환영회가 열렸다. 한 전 지부장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실 줄 몰랐다”며 모인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지난 3년을 담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한 전 지부장과 수감 생활과 출소 소감에 대한 간략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출처: 뉴스셀]

3년의 수감생활 동안 가장 기뻤던 소식은 어떤 것이었나

“희망버스에서 시작한 흐름들이 쌍용차 투쟁에 ‘희망텐트’라는 이름으로 함께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연대와 희망의 흐름들이 확산되는 것이 기뻤다.”

정리해고 문제를 사회적으로 부각시켰던 희망버스에 대한 생각은

“나 역시도 희망버스에 희망의 간절함을 담아 보냈다. 이 사회의 연대가 침체되어 있는 노동운동을 좌시하지 않고, 희망의 꽃을 피우는 자발적 노력들이 보이는 건 큰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연대의 폭이 넓어지면서 정권과 자본이 하고자 하는 노동자 죽이기를 다시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면회자는 누구인가

“많은 분들이 분에 넘치는 사랑을 해줘서 절망을 딛을 수 있었다. 면회를 와주신 모든 분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도 꼽으라면 오히려 직접 접견을 못하고 편지를 남기고 갔던 한 조합원이 기억에 남는다. 해고된 노동자가 아니라 공장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인데, 교도소까지 오긴 했으나 차마 접견신청을 할 수 없어서 망설였던 것 같다. 결국에는 ‘미안하다’는 서신을 남기고 갔는데, 그 마음을 생각하니… 두고두고 마음에 남았다.”

독방에서 수감생활을 하셨는데, 못 견디게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지

“누군가 죽었다는 비보를 접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함께 투쟁했던 쌍용차 조합원들이 희망을 포기하고, 생사의 벽을 넘나들어야만 했다. 확인할 수 없는 곳에서 죽음들이 이어졌다. 투쟁을 선두에서 이끌었던 입장에서, 이렇게 연쇄 학살로 연결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누군들 생각했겠는가. 이런 것들이 정말 현실로 나타났을 때, 소화할 수 없을 만큼이었다. 22명의 죽음은 맨 정신으로 견디기 어려웠다. 독방에 있으면서 22명의 만장을 벽에 걸어 놨다. 혼자서 추모하는 건데 그게 거의 매일의 일상이었다. 그것밖에 할 수 없다는 것에 자괴감이 많았다. 심정을 표현하기 어려운데, 신문을 들춰보는 게 힘들었다. 무서울 정도였다. 신문 배달이 오면 바로 보지 못하고 한참 뒤에 들춰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그랬다."

‘8.6 합의’의 사안이 3년이 지나도록 어느 것 하나 이행되지 않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당시 노동자들은 많은 아픔을 가진 상태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어떤 조건이나, 문구의 문제라던가… 이행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잉크도 마르기 전에 회사가 모든 사안을 어겼다. 회사 스스로 ‘자본의 본질이 이렇다’라는 걸 뚜렷하게 보여줬다고 본다.”

연대가 확산되고, 정치권에서도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어떻게 보시나

“전체적으로 쌍차 문제가 사회적 공론화되고 있다. 소중한 동지들이 목숨을 잃은 것, 그 자체만 가지고 이 문제를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것의 분명한 본질은 자본이 노동자들을 소모품화 하고 노예로 만들려는 정리해고다.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노골적으로 기업의 편을 들면서 노동자들을 억압한다. 지금은 합법적인 파업을 할 수 없는 조건들이 있다.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건 이제 정말 식은 죽 먹기가 됐다. 이런 것들을 바꿔 나가는 게 앞으로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3년 동안 민주노조 깃발을 지켜온 쌍용차 조합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민주노조를 온전하게 지키기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은 제가 많이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민주노조가) 공장 안에 있는 것과 밖에 있는 것은 많은 차이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동안 조합원 동지들의 헌신적인 투쟁이 있어온 것으로 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민주노조 깃발아래 쌍용차 노동자들이 하나로 될 날이 분명 올 것이라 확신한다. 스스로들 그런 날을 믿고, 동지들과 의지하며 가자고 이야기하고 싶다.”(기사제휴=뉴스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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