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겨울...긴축의 사회상, “나는 크게 소리치고 싶다”

“이제 시리자 차례...다른 모든 이들은 이미 겪어봤다”

[편집자 주] 최근 그리스 국채 환매 개시 후 세계 3대 신용평가 기관 중의 하나인 S&P는 그리스의 신용 등급을 6단계 상향 조정하며 지속됐던 경제 위기에 대한 청신호를 나타냈다. 그러나 경제위기 후 4번째 연말을 맞고 있는 그리스 사회의 모습은 경제적 신용등급과는 다른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독어판의 마르쿠스 발커(Marcus Walker)와 마리안나 카카오우나키(Marianna Kakaounaki)는 경제위기와 긴축 조치 아래 살아가는 그리스 사회 각층의 이야기를 전한다. 연금과 임금 삭감, 일자리 축소를 전제로 제공되는 구제금융이 야기한 긴축의 사회상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부상하는 인종주의 아래 그리스의 인구의 약 10분의 1을 차지하는 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온 이주자, 특히 거리에서 살아가는 10만 이상 난민들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이들의 겨울은 보다 혹독할 것이란 점은 쉽게 짐작 가능하다.


마리아 카트리는 그리스 경제가 몰락한 후 아들을 고향의 아동복지시설에 맡겼다. 큰 딸은 여전히 집에 있다. 그러나 그리스 경기가 점점 더 나빠지고 카트리의 살림도 어려워지며 10대인 딸은 더 좋은 고향으로 돌아간 동생을 부러워한다.

그리스인들은 3년 전 부채위기가 엄습한 후 혹한의 겨울을 맞고 있다. 경제적 고난은 매우 크고 넓게 퍼져서 그리스 사회적 관계를 갈라놓고 정치적 결속을 해체시키려 한다. 식구들끼리 가깝게 지내는 그리스의 가정문화는 노동시장이 몰락하며 일자리를 잃은 이들을 지금까지 도왔다. 그러나 가계수입이 급격하게 감소하며 가정도 위기에 처했다.

[출처: http://www.focus.de/ 화면 캡처]

많은 가정이 아래로 추락하고 있다. 이들은 종종 나이든 친지의, 애초 그들이 장시간의 노동으로 얻은 수확인 연금에 의존한다. 그러나 이 연금마저 줄어든 상태다. 가난한 가정은 이미 완전히 파산했다. 이들에겐 단지 과부하가 걸린 복지단체의 후견을 받는 길만이 남아 있다.

그리스 인구는 1천1백만명이다. 그러나 단지 3백7십만명만 일자리를 갖고 있다. 이 수는 4년 전 4백6십만명이었다. 지금 경제 활동은 20% 이상 줄어들었다.

사회가 맞고 있는 압력은 그리스의 정치적 안정성을 시험대에 세우고 있다. 기성 정당은 붕괴하고 있고 가난한 이들을 잡으려 한다. 대중적인 급진 좌파는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경제위기 전의 복지 수준으로의 귀환을 약속한다. 폭력적인 네오나치는 이주민과 범죄 그리고 사회 해체에 대한 두려움을 선동하며 정치 이력을 쌓고 있다. 많은 그리스인들은 집권 연정이 내년에 몰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렇게 되면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국가도산과 유로존으로부터의 탈퇴라는 위험이 야기될 수 있다고 본다.

사방에서 포위된 정부는 이달로 계획된 유럽연합과 IMF로부터의 344억 유로가 그리스의 침체된 분위기를 경감시키길 바란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은 이 보다는 1월부터 시행되는 긴축조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다시 세금은 인상되며 임금과 연금은 국민총생산의 약 5% 규모로 삭감된다. 이 조치는 정부 산출에 따르면 내년 국민총생산의 4.5%를 추가로 축소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침체가 보다 광범위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리스 사회가 이번 겨울 계속해서 가혹한 경제적 충격을 가동시킬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는 엄격한 개혁안을 관철시킬 수 있을 것인지 또는 실패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또한 유럽이 이 위기를 제어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사람들은 비축분을 쓰고 있다. 가정, 기업과 공공 단체는 저축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더 이상 지탱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연초 카트리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했다. 그리스 긴축조치로 인해 그는 병원에서 비정규 청소노동자로 일하거나 월 6백 유로의 연금을 받고 일자리를 떠나야 했다. 그는 연금을 받기로 결정했지만 지난 가을 정부는 연금을 435유로로 삭감했다. 그는 이 연금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고 염려한다. 일자리는 아무데도 없다. “그들은 우리에게 두려운 미래를 상상하도록 했다”고 그는 말했다.

부채위기 전 하치콘스타재단(Hatzikonsta)과 같은 그리스 아동복지시설은 성폭력, 방치, 알콜중독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 집중했다. 그러나 경제 위기 후에는 빈곤 문제를 겪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부모, 어려움을 겪게 된 한부모 가정과 연금을 받는 조부에게 키워졌던 아이들이 맡겨지고 있다. “문의가 쇄도한다”고 하치콘스타재단 대표 레오니다스 드라고우마노스는 말한다.

점점 더 많은 가정이 복지단체를 향한다

[출처: http://www.abendblatt.de 화면 캡처]

2011년 이래로 7백개 이상의 가정이 경제 문제로 아이를 맡기기 위해 “SOS어린이마을” 국제복지단체에 문의했다. 대게 부모가 일자리를 잃었고 어떠한 사회적 지원도 받지 못하는 가정이 이 방법을 찾고 있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범주”라고 게오르게 프로토파파스 대표는 말한다.

두 단체 모두 대부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들은 자금이 부족할 뿐 아니라 가정을 갈라놓지 않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대신 가정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자금이 부족하다. 기부와 임대 수익은 감소하고 있다. 하치콘스타재단은 이미 위기 전 모아뒀던 돈의 절반을 썼다. 2014년에는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아테네에서 별로 부유하지 않은 키프셀리 지역의 많은 가정은 SOS어린이재단에 문의한다. 이제는 문을 닫았지만 금세공사로 일했던 스타마티스 코트솔라라스도 여기에 속한다. 그는 현재 택시를 운전한다. 하루에 12시간 일주일에 7일을 일한다. 그는 하루에 약 40유로를 번다.

“이전에 우리는 품위있는 삶을 살았다”고 판매원으로 일했지만 현재는 일자리를 잃은 기오타 부인은 말한다. 그는 “우리는 스위스 계좌는 없어도 적어도 새 옷을 살 수는 있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현재 급진적인 좌파동맹인 시리자를 지지한다. 그러나 시리자가 실제로 “이 터널 끝의 빛”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지난 수개월 간 총파업이 벌어졌을 때 그는 긴축조치에 저항하기 위해 의회를 향한 행진에 참여했다. “나는 크게 소리치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거리를 마비시켰던 파업 때문에 그의 남편은 4살 된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드문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들은 함께 농구를 했고 아이는 기쁨에 여기 저기를 뛰어다녔다고 한다.

위기에 놓인 그리스인 대부분은 지원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가정이 마지막 피난처다. 공무원연금을 받고 있는 소티리오스 초바라스 11명의 가족 구성원 중 대부분은 그의 연금으로 살아가고 있다. 긴축으로 연금의 3분의 1이 삭감됐지만 그는 여전히 한달에 1,000유로를 받는다. 그의 아이들과 부인은 일자리가 없거나 단지 비정규직으로 적은 돈만 번다.

최근 대금을 완납한 집은 이들 부부의 소유다. 주택을 소유하는 그리스 전통은 매우 뿌리 깊어서 위기에 중요한 방파제로 기능했다. 그리스의 부동산 자기 사용률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높은 모기지 부담은 스페인이나 아일랜드에서 보다 적게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는 주택소유자에 대한 과세를 증가시켰다. 가계 수입이 줄어들더라도 주택소유자는 이 세금을 물어야 했다.

많은 그리스인들은 난방을 위한 석유를 살 수가 없다

신규 과세로 난방에 쓰이는 석유는 벤젠처럼 비싸졌다. 초바라스 이웃 절반은 이를 살 수 없다.

초바라스는 1942년에 태어났다. 당시에는 전쟁과 기아가 지배했다. 독일인이 이 땅을 점령했다. “당시 우리는 배가 고팠고, 오늘에는 오히려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아무도 더 이상 얘기하거나 웃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묘지와 같다. 모두 자기 자신의 불행에 빠져 있다. 이따금 사람들은 거리에서 혼잣말을 한다.

[출처: http://www.zeit.de 화면 캡처]

초바라스의 부친은 왕의 근위병이었고 그 스스로도 자신을 보수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이전에는 아테네의 수많은 정치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는 바뀌었다. 그는 할 수 있을 때마다 사람들과 함께 의회 앞 신타그마 광장에서 시위했다. 경찰이 청년들과 대치하며 쏜 최루탄을 여러 번 맡아야 했다.

아테네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어떤 정치적 효과가 나타나는지에 대해 잘 보여준다. 그리스 아테네 한 광장에서 파시스트 정당인 황금새벽당의 추종자는 아침마다 무료 급식을 나눠주고 있다. 여기서 음식을 얻으려면 자신이 그리스인인지를 증명해야 한다. 음식을 받기 위해 천명의 노인과 실업자가 이 공원에 서서 기다렸다. 검은 옷의 나치 표식을 단 근육질의 활동가들은 국수, 과일, 야채, 올리브유와 생선을 쌓아올렸다.

극우 정당은 구제자로 자신을 추앙한다

황금새벽당은 올해 두 번의 선거까지는 소수그룹으로 연명했다. 황금새벽당 조직원은 무엇보다 인종주의적 욕설, 이주자에 대한 폭력, 홀로코스트 부정과 나치 스타일의 경례법으로 악명 높다. 지금 이 정당은 자신의 네오나치 배경을 뒤로하고 로빈 후드인 것처럼 행동한다.

테미스 스콜델리는 면 상품을 나눠주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칼로 찔러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아무도 다치지는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 옆의 가죽 잠바를 입은 짧은 머리의 일리아스 카시디아리스는 최근 정당대회에서 “우리의 목표는 유대인을 위해 일하는 자, 외국세력을 비열하게 보호하는 자를 굴복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인 단체와 인권단체는 그리스 정부와 기정 정당들에 대해 황금새벽당의 극우적 발언에 대한 보다 강화된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 대부분에게 이는 상관이 없다. “황금새벽당은 사람들과 가까이 하는 유일한 정당이다”, “다른 정당들은 식료품을 분배하지 않는다”고 이전에 상점을 경영했으나 현재는 파산한 한 사람은 말한다. 그는 이들이 이주자를 공격했다는 것은 지어낸 얘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황금새벽당은 경찰 보다 빨리 범죄에 대응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아테네대학 정치학자 일리아스 니콜라코포울로스는 황금새벽당에 대해 지난 선거에서 그들은 7%를 얻었지만 현재는 12%의 지지율을 보이며 이는 향후 경제가 더욱 악화될 경우 2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팀 아나니아디스는 안정된 상황을 그리워한다. 그는 고급호텔인 그랑드 브르타뉴의 지배인이다. 신고전주의 외관을 한 이 호텔은 2010년부터 의회 앞 신타그마광장에서 긴축에 맞선 시위가 벌어지면 이 시위의 배경으로 전세계에 방영되곤 했다. 시가전이 벌어지면 후드티의 청년들은 경찰에 던지기 위해 제일 먼저 호텔의 대리석 계단을 부순다. 계단 수리에 매번 수천 유로가 들어간다. 그러나 보다 큰 손실은 아테네의 국제적인 명성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다른 고급호텔처럼 그랑드 브르타뉴도 비지니스여행객과 컨퍼런스 참여자에 크게 의존한다. 그러나 뭔가 벌어지면 이들은 아테네를 기피한다. 신타그마 광장에서의 시위를 흥미진지하게 여기는 개인 여행객들은 있다고 그는 전했다. 그러나 그의 수입은 4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50% 줄었다. 추세가 심각해지면 소유자가 손실을 감당해야 하거나 문을 닫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비가 오는 11월 저녁 그랑드 브르타뉴는 다시 창문과 문을 닫았다. 광장에는 경찰만 8만명이 투입됐다. 의회에서는 최근 긴축조치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또 다시 삭감된다면 생활을 해나갈 수가 없다고 바실리키 타시오울리는 말한다. 그는 쓰레기수거 노동자이며 2년 간 실업상태에 있는 딸을 돌보고 있다. 단지 급진적인 좌파 정부만이 점점 더 가혹해지는 긴축조치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제 그들 차례다. 다른 모든 이들은 이미 겪어봤다”고 그는 덧붙였다.

비는 점점 더 많이 내린다. 그랑드 브르타뉴 앞에서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약 5백명의 청년이 화염병과 돌을 경찰에 던지고 있다. 다른 시위대는 야유하며 최루가스를 피한다. 선동자들은 광장 쓰레기더미에 불을 지른다. 그러나 격렬한 비로 불은 이내 꺼지고 만다.

경찰 디모스테니스 파코스는 “이런 비는 아테네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의 부대가 비에 흠뻑 젖어 시위대와 싸우는 사이, 의회는 경찰 월급의 15%를 삭감했다. 포코스는 위기와 폭력은 충분하는 입장이다. 그는 다시 그리스 북부의 그의 마을로 돌아가 완전히 평범한 경찰로 일하는 날을 꿈꾼다. “그곳의 삶은 좀 더 단순하다”고 그는 말한다.


[원문]http://www.wallstreetjournal.de/article/SB10001424127887324407504578187233684347210.html
[원제]Für die Griechen bricht der Winter der Entscheidung an
[번역]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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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 경제위기 , 긴축 , 황금새벽당 , 신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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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너무 달라요

    저곳이 바로 서양문화 본고장인 그리스가 맞나요? 포플리즘을 잘못했다가는 쫄딱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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