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사태 “독일, 너나 잘 하세요”

[해외] “독일정부는 독일 기업 탈세부터 규제하라”

[편집자주] 키프로스가 유럽 채권국들과의 힘겨루기에 나섰다. 키프로스 의회에서 좌절된 예금 과세에 대한 대안으로 키프로스 정부는 교회 부동산, 연금, 긴급 국채 발행과 금보유고 매각 등 “통합기금”과 2대 은행 구조조정을 포함한 긴급조치를 마련하고 22일 논의할 예정이다. 키프로스 정부의 위기조치에 대해 유로존 채권국의 입장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유럽중앙은행은 긴급 지원 마지노선을 25일까지 정하며 키프로스 국가부도와 유로존 탈퇴가능성을 열어두고 압박하고 있다.

키프로스에 대한 유로존그룹 대응을 주도하는 독일 정부는 특히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의 돈세탁과 탈세를 이유로 은행 예금 과세를 정당화했으며, 이 조치가 불발된 후에도 러시아 “올리가르히” 예금을 문제로 이들 자금을 보호하는 데 기금을 쓸 수 없다며 예금 과세 재논의를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 정부의 대응에 대해 독립 언론인 엔즈 베르거(Jens Berger)는 진보 언론 <타쯔>에 “독일 정부는 자국 기업의 탈세부터 규제하라”라고 비판한다. 그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탈세의 문제는 다수 기업들의 기본적인 문제지만 빚진 남유럽 국가의 채권자인 독일이 그리스에 이어 이제는 키프로스까지 각국에 반민중적 긴축조치를 주도하며 위기의 원인을 각국의 낙후성에 기인한 문제로 몰아가는 논리를 편다고 비판한다. 독일 정부의 논리에 대한 그의 비판을 들어본다.



“도둑을 잡아라!” 이건 악당의 오래된 속임수와 같다. 키프로스에 대한 예금 과세가 불발되자 [유럽연합의] 책임자들은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도둑을 잡아라”라고 소리치고 있다. 특히 뻔뻔스러운 것은 러시아에 대한 “비추” 흐름을 이용해 맹목적인 국수주의를 계속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키프로스 은행에 예치된 러시아인의 예금은 기본적으로는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 oligarch) 소유다. 그리고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돈은 기본적으로 불법이며, 돈세탁과 세금도피에 책임이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 키프로스에 예치된 러시아 국적의 예금을 압류하는 것은 정당한 조치일 뿐이다.

[출처: http://roarmag.org]

러시아인들은 유죄다. 소송이나 판사 없이 그리고 변호 없이 그냥 유죄다. 고소나 개별적인 증명도 없이 유죄가 선고됐다. 그런데 도대체 “올리가르히”란 무엇인가? 옥스퍼드 사전은 이 개념을 “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는 매우 부유한 실업가”라고 정의한다. 이들 정의에 따르면 스프링거, 몬과 클라텐[독일 기업가들]도 “올리가르히”에 속한다. 그러면 악셀스프링어 AG[독일미디어그룹]의 계좌가 있는 도이체방크도 이들과 영업 행위를 하는 걸까?

그러면 오늘부터 내일까지 스프링거 예금의 10%를 압수하라고 도이체방크에 명하는 것은 타당한 것일까? 한 국가, 예를 들어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리히텐슈타인이 이러한 근거로 독일 국적자의 돈을 몰수한다면, 독일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슈타인 브뤼크[2013년 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맞선 사민당 총리 후보]는 어쩌면 출정할 차비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러시아 올리가르히는 200억 유로 이상을 지중해의 섬나라에 “비축하고 있다”. 그렇다. 러시아인들은 “비축”하는 것이고 독일인은 돈을 송금하고 “투자한다.”

올리가르히로 표현할 수 있을 수많은 러시아 기업가는 키프로스 지주회사를 통해 러시아 기업을 운영한다. 여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철강회사, 건설과 에너지기업들이 속한다. 그런데 모두가 돈세탁만을 위한 것일까? 확실히, 키프로스로 기업 일부를 이전한 주요 이유는 가장 낮은 세율 때문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러시아 기업의 경우, 세금도피는 결국 러시아 국가재정을 해치기 때문에 그들 문제다. 키프로스의 다른 장점은 유럽 소재 기업을 보장하는 법적 안전성에도 있다.

그러나 메르켈은 향후 러시아에 투자자를 위한 법적 안전성을 개선하라고 경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이는 모스크바에서는 썰렁한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우리는 그러니까 키프로스에 있는 “그들의” 지주회사를 이유로 러시아인을 비난하기에 앞서, 독일 기업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조세피난처에 영업소를 두지 않은 DAX 기업(독일 30대 상장기업)은 없다. 독일 대기업들은 모두 의문의 섬나라들에 지주회사를 갖고 있다. 세금을 좀더 덜 내기 위해 키프로스에 지주회사를 둔 기업들의 이러한 창의적인 방식은 러시아 블랙경제에서는 돈세탁과 탈세를 의미한다.

모스크바는 세금도피로 국가재정을 해치는 러시아 기업들에 대해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으며 그래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비난을 독일 정치인이 제기한다면 이들은 독일 국가재정을 해하고 있는 독일 기업의 세금책동에 대해 자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질문해 봐야 한다.

“형제의 눈에 있는 티끌은 보면서 너의 눈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는가”라고 예수는 물었다. 우리는 결국 모두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러시아인은 나쁜 올리가르히다. 키프로스인은 돈세탁을 하고 있고, 그리스인은 오랫동안 그랬듯 고약한 게으름뱅이다. 그리고 우리는 생각 가능한 모든 규율에 부합하는 모범생이다. 세계는 우리를 사랑해야 한다.

[원문]http://www.taz.de/Eurokolumne/!113256/
[원제]“Haltet den Zyprer!”
[게재]2013년 3월 21일
[저자]엔즈 베르거(Jens Berger)
태그

유럽경제위기 , 키프로스 , 예금 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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