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빚쟁이, “허리띠 졸라 총을 사라?”

유럽 위기국 여전한 군비, 무기 판매하는 독일 등 채권국은 모른 체

유럽 경제위기 5년간 사회보장비는 대폭 삭감됐지만 군비는 요지부동이다. 무엇보다 독일 등 부자 나라의 “허리띠 졸라 총을 사라”는 암묵적인 강요 때문이다.

군사주의, 분쟁, 빈곤, 소외, 사회적 부정의 등에 대한 국제 진보 네트워크인 “다국적연구소(TNI)”는 14일 “군비와 유럽위기” 보고서를 발행하고 유럽 경제위기 후에도 위기국들은 대규모 예산을 군비에 배정하며 사회적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발표했다. 사회보장비 삭감을 강제했던 채권국들도 대규모 군비 예산은 모른 체하는 한편, 부자 나라의 무기상은 자주 가난한 나라의 관료에 뇌물을 써 무기를 팔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천문학적인 군비, 삭감 대상은 대부분 인력 예산

[출처: http://www.tni.org/ 화면 캡처]

TNI는 2010년 유럽 가입국의 군비 총량은 약 1,940억 유로로 이는 그리스, 이탈리아와 스페인 3국의 연간 부채를 합산한 총계에 맞먹는다고 밝혔다. 무기에 들이는 돈만 줄여도 부채 문제는 크게 만회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국들의 군비는 여전히 절대적인 액수로 나타난다.

TNI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의 군비는 2000년에서 2008년 사이 29%가 증가했다. 키프로스에서는 지난 10년간 50%가 올라갔다. 그리스도 올해 군비를 1억8,400만 유로로 결정했다. 그리스는 특히 지난 40년 간 대부분 유럽에서 가장 많은 예산인, 유럽연합 평균 국내 총생산의 약 2배를 무기 구입에 쓰고 있다.

대부분의 채무국은 경제 위기 후 군비를 삭감했지만 신형 무기 구입비는 증가했고 삭감 대상도 병력 축소에 한정됐다. 이탈리아는 2008년 282억 유로에서 2011년 248억 유로로 군비를 줄였지만 이는 대부분 병력 감축에 집중됐다. 그리스도 비슷하다.

채권국은 채무국 군비에 눈 감고, 무기상은 뇌물 쓰고

독일 등 채권국은 사회보장비에 대해선 대량 삭감을 요구하지만 군비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23일 <노이에스 도이칠란트>는 “독일과 같은 채권국이 대규모 군비에 눈감는 이유는 이를 통해 이득을 취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지난 20년간 독일 기업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무기를 그리스에 수출했다. 2010년에만 해도 그리스는 유럽에서 10억 유로 이상의 무기를 수입했다. 프랑스는 최근 그리스와 유럽에서 가장 비싼 군함 2대에 관한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다.

그리스 전 총리의 한 보좌관은 “아무도 그들의 군함을 사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무기를 구입)한다면 지원에 보다 적극적일 것이라는 분명한 암시들이 있다”고 말했다.

채권국 무기상들은 대규모 무기 판매를 위해 종종 채무국 관료들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난다.

2011년 12월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대한 잠수함 거래에 관여했던 독일 거래상 2명은 6,200만 유로를 뇌물로 썼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2004년 포르투갈에서는 최소 3,400만 유로 규모의 무기 거래에 10여 명의 브로커가 간여했다고 드러났다.

그리스에서는 1990년대 이후 정부 간 무기 거래 중 8건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고 판결됐다.

연구에 참여한 프랭크 슬리퍼(Frank Slijper)는 “유럽이 실제로 필요한 유일한 삭감 대상은 군대와 무기산업”이라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빈곤을 줄여야 하는 예산을 무기 구입에 쓰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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