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윤성현의 들풀이야기>를 시작한다. 윤성현 님은 순천 들풀한의원 원장으로 용산참사 유가족과 활동가들은 물론,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와 희망버스, 강정마을과 밀양송전탑 현장 등 아프고 지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끝까지(!) 돌봐 주고 있다. 이 연재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상식으로 알고 있는 병과 치료에 대한 문제를 한의학을 중심으로 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동의보감에서는 불에 덴 곳에 찬물을 끼얹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가시에 찔려 본 적이 있겠지요? 대부분 바늘로 빼거나 하지만 박힌 줄도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곪은 자리를 보고서야 가시에 찔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도 있을 겁니다. 벌써 가시가 삐죽이 머리를 내밀고 나오는 경우도 있고 손톱으로 살짝 누르면 고름과 함께 터져 나오기도 하지요.
경험하다시피 우리 몸은 바늘이나 손톱을 빌지 않고도 박힌 가시를 스스로 빼낼 수 있다는 겁니다. 곪아서 가시를 빼내고 게우거나 내려서 상한 음식을 내보내고, 눈물콧물 흘려 최루가스를 씻어냅니다.
소주에 고춧가루를 풀어 마시고 감기가 나았다는 용감무식(?)한 얘기도 들어봤을 테지만 몸을 따뜻하게 해서 땀을 내는 게 대부분의 초기 감기에 좋은 치료법이라는 건 전통이자 상식입니다. 그러면 이런 상식은 어떨까요?
한상식이라는 선생님 한 분이 배구를 하다 발목을 삐어서 왔습니다. 다친 다음날 왔는데 멍이 들고 부었지만 만져보니 그다지 열은 나지 않습니다. “얼음찜질은 이미 했습니다.” 그 정도의 응급처치는 알아서 했으니 ‘이제 침이나 놔주시면 됩니다’ 하는 표정입니다. 침이야 돈 받고 하는 것이니 당연히 놔드리겠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고 치료에는 원리가 있지 않겠습니까?
붓고 멍이 들고 열이 나야 할 곳을 냉동 고기마냥 얼려 놓으면 빼도 박도 못하게 됩니다. 감당 못할 정도의 힘을 받은 발목 주변의 인대, 근육, 혈관 등이 순간적으로 늘어나면 실밥이 터지듯 터지거나 늘어나는데 당연히 붓고 멍이 들어 열이 나는 것입니다.
이럴 때 흔히 쓰는 고약이 ‘이생고’입니다. 생지황과 생강을 짓찧어서 술과 밀가루에 개어 붙이는 것입니다. 풀을 쑤는 밀가루는 잘 붙으라는 뜻이겠고 생지황은 성질이 차서 열을 식히고 죽은피를 없애며 다쳐서 힘줄이 끊어진 데 좋고 살을 찌운다고 했으니 쓰겠지만 생강과 술은?
매운 생강은 속을 따뜻하게 하여 지혈하고 뜨거운 술은 약기운을 혈관 속으로 이끌며 피가 잘 흐르게 합니다. 그런데 환부가 냉찜질로 얼어버리면 순환이 안 되거나 느려져 흘러나온 조직액이나 멍든 피가 흡수-배출되지 못하고 오래 머물러 있게 되며 따라서 옛것이 사라지지 않아 새것이 생겨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 치료를 한다는 것은 화장을 지우지는 않고 새로이 발라대기만 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급성일 때는 냉찜질을 하고 만성일 때는 온찜질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삔 곳에서 붓고 열이 나는 것은 다쳐서 조직이 상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우리 몸의 자연반응으로 복구하는 처음이자 치유하는 힘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자발성을 굳이 억누르고 전혀 다르게 치료를 한다는 것은 말마따나 순전히 인공적인 것으로 언발에 오줌 누기도 아니고 4대강에 삽질하기일 뿐입니다.
쇠는 달구어졌을 때 잘 두드려지고 우리 몸은 열이 날 때 치료가 잘 되는 법입니다. 열이 나는 곳에 얼음을 대면 병이 오히려 만성으로 되며 새것이 생겨나지 못해 옛것이 사라지지 않게 됩니다. 뼈나 관절의 수술 부위, 깁스를 오래 한 곳, 삔 곳이 만성화한 곳 등에서 날궂이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관절 속으로 냉기, 습기가 들어가 안팎으로 조응하기 때문이며 얼음찜질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냉찜질을 해야 한다면 중요한 경기 등에서 해당 선수가 계속 뛰어야 한다거나 외과적인 수술 때 지혈에 도움이 되는 정도일 것입니다. 대부분은 몸의 자연치유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치료를 더하면 좋습니다. 씨름을 할 때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대패질도 결을 따라서 하듯이 치료도 몸의 반응에 잇대서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화상에는? 찬물을 끼얹지 말고 따뜻한 소변을 적시면 좋습니다. 왜 그럴까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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