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비윤리 경영 시정 위해 ‘불매’의 채찍을 들자

[연속기고] 코오롱 불매투쟁(2) 소비자들이 나서야

코오롱 주식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소개란을 클릭해보니, “이제 Life style innovator, 이는 인간생활의 풍요와 인류문명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경영철학에 걸맞게 새롭게 세운 코오롱의 새로운 비전입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코오롱이 생활방식의 혁신가로서 인간생활의 풍요와 인류문명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뭐 그런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지난 2월 18일, 코오롱 이웅열 회장의 얼굴이 공중파를 장식했다. 2월 17일 경주의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붕괴하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참가자 10명이 사망하고 128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리조트를 운영하는 마우나오션개발이 코오롱 법인·이동찬 명예회장·이웅열 회장이 지분을 100% 보유한 코오롱 그룹의 자회사라는 사실이 바로 알려졌고,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참사에 대한 공분이 거세게 일었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와 대응은 매우 단적으로 이윤을 위해서는 기업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의식과 ‘사람’마저 손쉽게 저버리는 코오롱의 맨얼굴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4월 18일에는 코오롱스포츠 한 매장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할인 이벤트를 홍보하는 마케팅 문자를 발송해 파문이 일었다. 코오롱스포츠는 트위터를 통해 공식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탑승자의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순간에 ‘더 늦기 전에 선물하자’는 판촉 문자를 발송한 반인륜적인 상술에 많은 이들이 분노해야 했다.

인간생활의 풍요와 인류문명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코오롱은 돈벌이를 위해 부실공사와 사람의 비극을 이용하는 판매 전략마저 마다하지 않았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코오롱은 2004년 8월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노사합의 하에 실질임금을 20% 삭감하였다. 그러나 그 해 12월부터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강제퇴직을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5년 2월 1일 조합원 1,400여 명 중 430명을 희망퇴직시키고, 임금 15%를 삭감하는 조건으로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며 노사합의서에 서명했다. 그런데 코오롱은 서명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같은 해 2월 21일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78명의 노동자들을 공장 밖으로 내쫓았다. 노사 간의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엎어버렸다. 사회적 약속과 노사 간 합의의 구속력을 증대시켜온 인류문명을 한순간에 조롱거리로 만들어버렸다.

[출처: 코오롱 홈페이지]

노사 합의를 위배한 코오롱의 정리해고는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 하더라도 그에 관하여 노사는 임의로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이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 따라서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협상에 따라 정리해고를 제한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단체협약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이는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에 대한 대우에 관하여 정한 것으로서 그에 반하여 이루어지는 정리해고는 원칙적으로 정당한 해고라고 볼 수 없다” 는 대법원 판례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코오롱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단행 직후부터 ‘코오롱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를 만들어 10년째 복직투쟁을 전개해오고 있다. 2012년 5월 21일부터는 과천 코오롱 본사 뒤에 천막을 치고 2년 이상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코오롱 자본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며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코오롱의 노동자 무시 경영 배경에는 또 다른 부도덕이 숨겨져 있다. 코오롱은, 2012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이상득 전 의원의 ‘친정’이기도 하다. 1988년 코오롱상사 사장으로 퇴임한 이상득 전 의원에게 고문료 명목으로 19년 이상 매월 수백 만 원씩을 지급해왔다. 이상득 의원 보좌진들은 코오롱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고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다수의 코오롱 출신 인사들이 정부 요직을 차지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물 사유화와 4대강 수질 개선 등 각종 사업 특혜와 비자금 문제의 중심에도 코오롱이 있었다. 각종 공기업과 지자체의 사업 발주에 참여하면서 도모한 불법적인 입찰 담합으로 코오롱이 부과 받은 과징금 총액은 무려 130억 원이 넘는다. 지난해 이웅열 회장은, 지주사인 코오롱이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5개 계열사로부터 47억 원의 연봉을 받은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며 빈축을 샀다. 30위권 밖의 자산 순위에도 불구하고 100대 기업 중 11위에 해당하는 액수의 연봉을 챙긴 것이다.

노사 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수십 명의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쫓아 삶을 파탄시키고 그 대신에 수 십 억원을 회장의 연봉으로 지급하는 등 계속되는 코오롱의 비윤리 경영은, 고삐 풀린 탐욕을 견제할 최소한의 브레이크조차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노사합의를 위배한 정리해고로 10년째 거리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공장으로 복직시키고, 고삐 풀린 코오롱의 비윤리적 경영을 멈추기 위해서는 이제 소비자들이 나서야 한다. 코오롱이 계속해서 윤리적 경영과 노사상생의 경영을 거부한다면 ‘불매’라는 채찍을 들어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존재할 필요가 없음을 분명하게 경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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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광호

    코오롱 불매에 동참합니다.

  • 김지수

    연속기고인데 (1)기사가 관련기사 항목에 뜨지 않는 것이 아쉽네요. 기사는 참 좋습니다. 감사하게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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