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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찬반 투표가 쟁의 행위의 요건도 아닐 뿐더러 쟁의 행위가 반드시 조합원의 찬반 투표 여부에 의거해 이루져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글귀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나라는 그야말로 프랑스 등 노동이 사회 다수 대중들로부터의 지지를 받고 일정정도의 힘을 보유하게 된 나라에서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노조의 정치 파업은 너무나 당연한 권리이고, 그 무엇보다 일상적으로 사회적 문제에 개입하여 역할하는 것이야 말로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산별노조로의 전환도 자칫 기업 단위의 경제 투쟁 혹은 더 나아가 자기업 중심 투쟁에서 머무는 것에서 벗어나 사회적 의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의미에서도 매우 중요한 한 걸음이었지요. 그만큼 이제는 그 동안 독점해 왔던 파이를 내 놓아야 하는 시대의 초입에 들어선 이 땅의 가진자들과 지배자들은 노조의 산별 전환을 크게 두려워하고 반격의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또 하나는 이러한 것을 허용한 데에는 저들의 치밀한 계산과 통계가 바탕이 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우리 노동 운동의 힘이 일정정도 커졌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현장에서의 이반과 조직화 정도의 약화 현상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규직/비정규직 논쟁 이전에 많은 이들이 상대적 민주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리어 노동 조합의 필요성과 역할에 대해 회의를 품는 현상들이 진행되어 온 것을 저들은 아주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많은 노동자들은 자신이 노동자이기 전에 시민으로, 소비자로 규정되기를 좋아하고, 특히 남성의 경우 노동 조합 간부 중에서도 전 사회에 만연한 성접대 문화에 감염되어 있어, 한 편으로 정치와 사회를 비판적으로 논하는 노동자이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그저 한 성인 남성으로 살아 가는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처럼 점차로 견실한 노동자성이 크게 약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저들은 십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만큼 산별 전환 이후 첫 파업, 그것도 좀처럼 시도해 오지 못 했던 정치 파업인 만큼 저들의 이데올로기적 공세에 맞서 신중의 신중을 기해야 했다는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이지 이번 파업을 음해하는 자본과 권력에 동의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이 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아실 터인데 참으로 답답하군요. 무엇보다 성공적이어야 할 첫 정치적 파업이 기본적인 절차상의 하자조차 막지 못 하고 강행된다는 것이 저들에게 뿐 아니라 저들의 이데올로기의 헤게모니 하에 있는 많은 노동 대중에게조차 회의와 반대의 실마리를 주게 되었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현장의 목소리, 그것이 설사 저들의 이데올로기에 우왕좌왕 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 자체가 현재 한국 노동자 의식의 현 주소이기도 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의 기사가 파업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몰아 부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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