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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기자의 주장에 따르면, 촛불시위 대중은 월드컵을 개최하고 김연아 선수를 낳은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국의 아직 후진적인 정치분야를 보수공사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더군다나 그 근본에는 (미국에 대한) 민족적, 국가적 자존심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촛불대중은 진보적이지 않다는 것이 그의 판단인데, 현재 대중들이 국가가 국가답지 못하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주권 그 자체가 초민족적 독점자본 및 그것의 테크노크라트들에 의해 강탈되어 있는 상황으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가(심지어 미국마저) 더이상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헤게모니적 기능을 하지도 못하는 데에서 생겨나는 현상이지, 근대화에 지각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별나게 생겨나는 현상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은 이제 국가를 더 이상 숭고한 것으로 바라보지도 않고, 더 나아가서 "제도정치/국가정치"를 통한 삶의 변화를 시도하려고 하지 않는 것은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다. 불만이 표출되는 방식은 다르지만, 이명박과 유비되곤 하는 사르코지에 대해서도 거의 동일한 불만이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넘쳐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신기자도 말하듯이 문제는 정치인들의 무능력이자, 국가의 무능력인데, 이는 단순히 어떤 특정인의 무능력의 문제도 아닐 뿐 아니라, 특정 국가나 특정 민족의 특수한 사정으로 인한 것도 아니라는 것, 오히려 문제는 신자유주의 하에서 조직되는 반정치(anti-politics)의 일반화와 국가(City)의 형해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대중들의 분노는 정당한 것이고, 대중들이 인민주권의 문제를 전면화한 것도 논리적으로 필연적인 것이다. 이러한 대중들의 지향과 욕망을 뒤늦게 깨달은 민족적 자존심이나 지키려는 것으로 폄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제대로 개입할 길을 찾지 못하는 무능력 앞에 선 좌파의 자존심이 아닐까. 정말 이 글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은 바로 그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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