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기]의 사노라면
도시빈민운동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이 평범한 사람들 노점상, 철거민, 노숙인, 장애인, 이주 노동자, 전과자들... 나의 삶 속에서 때로는 이들과 다투고 지치고 힘들어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다시 한 번 대화 할 준비를...

땡땡이 뒤에 허접한 기분

"장애인의 70%가 외부 출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최인기  / 2005년11월26일 20시19분

얼마 전 부터 ‘정립회관’에서 ‘장애인 문화공간’ 주최로 장애인 기자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강사로는 진보네트워크 참세상 사진기자 용욱씨가 진행을 하는데 어떻게 하면 강의를 들을수 있냐고 물으니 그냥 와서 들으란다. 올 초에 사진기를 구입해서 열심히 찍고 이런저런 개론서를 열심히 읽은 터라 강사가 진행하는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았고 기존에 알고 있는 개념들을 다시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11월 25일에는 간단한 교육을 마치고 ‘정립회관’에서 가까운 ‘서울 어린이 대공원’으로 사진을 찍으러 갔다. 소위 출사를 나간 것인데 아쉽게도 단풍은 어느 정도 지고 약간 설렁해져 있었지만 참여한 모두에게는 정말로 신나고 즐거운 날이었다. 사실 같은 시간에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초법 공대위’ 주최로 집회가 있는 날이었고 우리단체도 열심히 참여를 하기로 결의를 모았지만 난 단체 정책국장에게 실무를 맡겨놓고 모처럼의 외도를 즐기고 있던 터였다.

으허허 ~ 남들 다 일하는 시간에 사진기를 들고 출사라니 그것도 이제 막 저물어가는 마지막 가을을 찍으러 가는 기분이란 너무 삼삼하고, 신나고, 기분 째지는 일이었다. 그것뿐인가?

들어가는 입장료도 장애인 특별 할인 덕분에 나는 덤탱이로 공짜로 들어갈 수 있었고 ‘장애인 문화공간'의 은애 씨가 준비한 김밥과 커피도 나누어 먹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서로를 찍어주고 풍경도 담고 동물원에 가서 코끼리도 보고, 사자도 보고... 거참 신기하데 사진기를 드니 사자가 하품을 하면서 포즈를 취해 주데... 역시 시대가 낳은 풍운의 사진작가님을 알아주더군,

엄마의 손을 잡고 작으마한 공을 들고 나온 아이와 그 주변으로 몰려드는 비둘기를 찍으며 정말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그래도 뜨끔 뜨끔 전화벨은 계속해서 울리고 메시지를 점검하면서 내가 이 시간에 이래도 되는 건가 집회는 잘 끝났나 슬금슬금 걱정이 오다가도 마지막 하이라이트 놀이기구 타는 것을 놓칠 수 없었다.

70년대 유년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서울 어린이 대공원의 청룡열차는 그야말로 환상의 놀이기구였는데 그것을 나이 마흔이 다되어 마침내 타보게 되었으니 얼마나 신나겠는가?

나는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고 뒤에는 뚱뚱한 용욱씨가 탔고 뭐 등등 모두들 어렵게 자리를 잡자마자 서서히 청룡열차가 움직이기 시작 했다. 기차가 정점을 향해 서서히 움직이다가 내리 꽂고 돌고 달리는데 등 뒤에서 으악~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은가 덩치가 산만한 용욱 씨가 지르는 하늘을 가르는 비명소리 였다...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각자 집으로 헤어지는 시간, 나는 오후 4시부터 회의가 있어서 땡땡이를 그만 접고 이동을 시작했다. 좀 시간이 촉박했는데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그동안의 치열한 투쟁으로 서울 지하철은 어느 정도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같은 편의시설이 갖추어 있겠지 생각했는데 그것은 오판이었다. 대학로까지 이동하는 시간동안 정말 초겨울 식은땀을 흘릴 정도였다. 이것은 약과라고 하는데 평소 아무 생각 없이 걷던 지하철역이 장애인에게는 정말 장난이 아니게 불편하고 답답하고 왜 이리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은 많은지 우리나라 장애인 편의시설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는 ‘체험 삶의 현장’ 이었다.

서울시에서는 장애인 이동시설에 대하여 예산 운운하며 차일피일 뒤로 미루다가 약 46개의 지역에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능 하다고 보고되었다고 한다.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의 설치가 불가능한 이유로는 보도 폭이 협소하다는 것과 승강장 폭이 협소 하다는 것 그리고 구조물의 특성, 민원 및 도시계획 사업 등을 그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설치가 불가능한 것은 불과 몇개 밖에 안 된다는 것인데 얼마 전 청계천 변의 장애인이동 시설이 전무한 것을 상기 시키지 않더라도 서울시의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생각과 의지가 얼마나 간극이 큰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장애인의 70%가 외부 출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이들의 대부분은 이동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설이 되어있지 못하기에 사실은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소한의 이동권이 보장이 된다면 오늘 우리가 어린이 대공원에서 볼 수 있었던 코끼리며 사자는 물론 가까운 친구들과 영화도 보고 쇼핑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수많은 장애인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집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참으로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창살 없는 감옥이나 마찬가지 인 것이다.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뭔가를 찍고 있는 영권 씨의 진지한 모습, 따뜻한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화사하게 웃고 있는 주영 씨와 애린 씨의 귀여운 모습을 자주자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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