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 “경사노위 참여 불가” 목소리

“정부, 노동개악 공세…대화할 시점 아냐”

오는 28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 일부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해선 안 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19일 ‘사회적 대화, 어떻게 볼 것인가? 민주노총 활동가 토론회’가 용산 철도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150명에 달하는 활동가, 조합원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이 토론회는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위원장, 김덕종 제주본부 본부장 등 중집위원 10명이 제안해 열렸다.



금속노조, ‘조건부 참여’ 수정안 마련

이날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탄력근로시간제, 최저임금 결정제도 개악 등 자본 편향적으로 가는 경사노위에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는 의견을 모아 경사노위 참여에 대한 수정안을 마련했다. 오는 대의원대회에서 금속노조 입장에 동의하는 대의원이 있다면 현장에서 발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가 밝힌 수정안은 ‘조건부 참여’다. 수정안은 “경사노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 당면 과제인 △탄력근로제 개악 철회 △최저임금제도 개악 철회 △노조법 개악 철회 및 ILO 핵심협약 비준 △노정교섭 정례화 요구를 받아들이는 결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또 현 민주노총 집행부의 교섭과 투쟁 전략 중 투쟁 전략을 비판했다. “민주노총 투쟁 계획을 봤을 때 2월 총파업으로 이어질지 의구심이 든다”며 “총파업은 내용, 조직, 준비 정도에 따라 무게감이 달라진다. 만약 총파업 조직이 안 됐을 때,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서 어떤 힘을 가질지 모르겠다. 사회적 교섭은 다양한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 경사노위만 사회적 교섭으로 보는 건 적절치 않다. 앞으로 벌어질 다양한 공세에 투쟁을 조직하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됐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경사노위는 민주노총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라며 “사회적 대화는 주어진 상황과 맥락에 따라 민주노총이 참여할 수 있고, 또 불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규제프리존, 제주 영리병원 등 박근혜 정권도 하지 못한 것들을 한 번에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차 버리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부위원장은 “지금 민주노총 위원장의 ‘묻지마 참여’ 태도는 매우 위험해 보인다”며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플랜 B는 없다’고 했다. 또 대의원대회 이후 한국사회의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여기에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었다. 민주노총이 전략과 전술이 부재한 가운데 의제 주도성을 가질 수 없다. 현재는 불가피하게 싸워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전선 교란…‘교섭과 투쟁’ 양립 전술 폐기해야”

경사노위 ‘조건부 참여론’과 달리 사회적 대화기구 자체에 민주노총이 참여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발제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적 대화는 노동유연화, 일상적 착취 구조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며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가하면 정부는 세련되게 포섭해갈 것이다. 이를 거부하면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치며 민주노총을 고립시키고, 노동 개악을 강행하는 명분을 앞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김 본부장은 “전선을 교란하는 교섭과 투쟁 양립전술은 지금 당장 폐기해야 한다”며 “양립전술은 경사노위 참가 명분으로 쓰이고 있다. 지금은 노동자 죽이기에 혈안이 된 자본과 문재인 정부에 맞서 위력적인 투쟁을 조직할 때”라고 말했다.

청중에서도 같은 의견이 터져 나왔다. 현대중공업의 한 노동자는 “사업장에 구조조정 문제가 터졌는데도 대중 투쟁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투쟁과 교섭이 병행됐기 때문이다. 교섭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교섭에서 노조가 승리하려면 사용자와의 세력 관계에서 우위에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강력한 투쟁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 활동가 역시 “조건부 수정안으로 민주노총 집행부의 폭주를 막을 수 있을까 우려된다”며 “경사노위는 총자본이 총노동을 이데올로기적으로 포섭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교섭이냐 투쟁이냐를 두고 논쟁하는 동안 투쟁을 조직할 시간도 잃는다. 지금은 경사노위에 대한 정치·이데올로기적 규정을 내리고 대중 투쟁을 만들어가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비정규교수노조의 한 조합원도 “<한겨레>는 ‘민주노총의 대중 투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 설 것이란 믿음은 정신승리에 가까워 보인다’고 했다. 민주노총에 대한 친문세력의 조롱이 도를 넘고 있다. 반면 정권에 맞서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노동자 사이에 퍼지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대화기구 불참, 투쟁을 선언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사노위 참여를 반대하는 민주노총 활동가들은 28일 열리는 대의원대회 당일,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불참과 대정부 투쟁을 결의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