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무죄에 “못살겠다 박살내자”…2만, 도로 점거에 횃불

“재판부, 역대 최악의 2차 피해”


사법부의 안희정 무죄 판결이 국민적 분노를 불렀다. 시민 2만 명(집회 측 추산)이 참여한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살겠다 박살내자’ 집회가 18일 오후 5시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렸다.

집회 참여자들은 ‘안희정은 유죄다’, ‘사법부도 유죄다’라는 피켓을 들고 도로를 점거했다. 경찰은 사전에 인근 도로 1~2차선까지만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이에 시민들이 물리적으로 공간을 4차선까지 확장해 도로를 점거한 것이다. 경찰은 이에 대응하지 않았고, 확장된 도로에서 집회가 진행됐다.


집회 참여자들은 횃불 행진도 이어갔다. 이들은 오후 6시 반께 서울역사박물관을 출발해 광화문, 안국동, 인사동을 지나 다시 서울역사박물관으로 돌아왔다. 행진 선두는 ‘못살겠다 박살내자’, ‘편파경찰 규탄한다’, ‘편파법원 규탄한다’, ‘사법부도 유죄다’라고 적힌 깃발을 들었다.

본 집회에서 안희정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 씨는 대리인을 통해 “8월 14일 (1심 선고) 이후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다”며 “이대로 죽어야 미투가 될 수 있다면 지금 죽어야 하는지 수없이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안희정에게 왜 자신의 SNS에서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썼는지, 휴대전화는 왜 파기했는지, 김지은에게 왜 미안하다고 말했는지 묻지 않았다”며 “동시에 재판부는 나에게만 (피해자다움을 판단하는) 질문만 했다. 이에 대적할 수 있는 건 시민의 관심뿐이다. 오늘 여러분(집회 참여자)과 함께해 힘을 낸다. 이를 악물고 살아가겠다”고 전했다.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 씨는 “판결문에는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며 “조병구 판사는 역대 최악의 2차 피해를 저질렀다. 재판부가 판결을 통해 피해자에게 다른 구조적 폭력을 가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다움에 감정 이입했고, 재판부 자신과 가해자에게 물어야 할 성인지 감수성을 피해자에게 물었다. 안희정과 재판부는 유죄”라고 주장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역시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며 “‘위력은 있지만 위력을 행사한 증거는 없다’는 판결로 재판부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 또한 경찰은 홍대 누드모델 사건에서 편파 수사를, 검찰은 피해자다운 모습에 부합하지 않으면 ‘꽃뱀’ 취급을 했다. 그들이 만든 사회에서 여성들은 죽음에 내몰리고 있다. 이 잔혹한 가부장 사회를 철저히 박살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여자들은 집회에서 ‘명예훼손’, ‘꽃뱀’ 등이 적힌 35m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퍼포먼스 후 집회 참여자들은 오후 8시 40분 현재까지 자유발언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