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 내일이라도 손털고 나갈 수 있어”

[인터뷰]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최기민 정책실장

쌍용자동차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어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을 대상으로 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마힌드라의 이번 쌍용차 유상증자 참여 결정이 투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마힌드라의 먹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청문회에서도 밝혀진 상하이차의 먹튀 행각을 경험한 노동자들은 마힌드라가 상하이차와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다고 우려했다.

93년 쌍용차에 입사해 2009년 정리해고 반대 파업으로 징계 해고당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최기민 정책실장을 만나보았다.


1조 원 투자한다더니 직접 투자 없다?

국정조사 개최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 고엔카 사장이 한국에 들어와 이사회를 열어 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결의하더니, 다음날 추가적인 직접 투자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노조는 어떻게 보는가

개발비를 직접 투자할 수 있는데, 왜 유상증자 방식을 택했는지도 의문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800억 밖에 투자하지 않고, 실질적인 직접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고엔카 사장의 발언을 보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량 ‘X100’ 프로젝트 개발비용만 2천9백억 원이 든다. 나머지 2천1억 원은 어디서 가져올 것인가? 결국 대출과 자체 이익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 상하이차가 쌍용차 기술만 빼가는 먹튀 행각을 했던 사례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마힌드라는 X100 프로젝트 추진, 핵심 기술인 1.6리터 디젤엔진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일정정도 투자가 필요했던 것이다. 마힌드라 입장에서는 그 기술을 확보하는 게 절박한 상황이다. 800억 원 유상증자 하고, 나머지 자금은 실제 은행권 등 대외적 대출과 이익금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마힌드라가 X100 프로젝트, 1.6리터 디젤엔진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보는가

소형 디젤엔진 개발로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현대기아차가 아직 개발을 못했는지 관련 계획을 내놓지 못했고, 한국지엠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캡처’ 등 소형 SUV 차량이 각사의 전략차종으로 출시된다. 마힌드라가 디젤엔진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고 판단한다. 자본 입장에서는 절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애초 마힌드라가 약속한 투자 금액 1조 원(9억 달러)은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다

그 얘기다. 4년 동안 1조 원 가량 투자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공표해 왔으면서, 역시 자체 이익금이 나지 않으면 일부 개발은 포기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800억 원 외에 추가 투자는 없다는 것이다. 마힌드라와 쌍용차가 합작개발 한다고 했는데, 그 내용은 전혀 발표되지 않고 있다. 마힌드라는 2014년 말~2015년 초 연간 19만대 생산 계획을 가지고 있다. 쌍용차가 작년 내수·수출을 합해 총 12만 대 판매했고, 과거 잘 나갔을 때도 16만 대 가량 판매했다. 그런데 한 차종으로 19만 대를 판다?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쌍용차와 인도 현지의 동시 생산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합작 기술 개발로 기술 획득하고, 인도와 쌍용차에서 동시생산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기술력을 확보해 동시생산하면, 마힌드라는 더 이상 쌍용차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과거 상하이차와 마힌드라가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다는 것인데, 마힌드라의 먹튀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차와 마힌드라를 비교해 보면 어떤가

이미 밝혀졌듯이 상하이차는 헐값으로 매각해 일체 투자하지 않고, 쌍용차의 기술만 빼갔다. 체어맨 가솔린엔진, 하이브리드 기술 등을 빼갔지만 상하이차가 5년 동안 자체 개발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카이런 기술도 빼가서 중국에서 카이런 짝퉁을 생산하고 있다. 동종사의 기술개발력이 높아질 때 쌍용차는 정체했다. 마힌드라의 경우 새롭게 소형 디젤엔진과 X100 프로젝트를 위해 불가피하게 일부 투자한 것이다. 쌍용차 인수할 때 매각대금 4천억 원 가량 투자한 것 말고 없는데, 투자여력이 없다는 핑계로 자기 자본으로 직접 투자하지 않겠단다. 상하이차 때와 유사하게 가고 있다.

결국 마힌드라의 행보는 자본의 필요에 의해 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결의했고, 대외적으로 국정조사가 사회적 쟁점이 되니까 이를 잠재워 사회적 여론을 피하고, 상하이차 먹튀 논란에서 마힌드라는 상하이차와 조금 다르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면피용으로 해석된다.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쌍용차 최대주주인 마힌드라의 보호예수 기간도 지난 8일 만료되지 않았나?

마힌드라는 언제든지, 오늘이라도 주식 팔고 나갈 수 있다. 상하이차 때도 그렇지만 외국계(투기)자본이 국내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기간이 3~4년이다. 이렇게 봤을 때 2011년 3월에 마힌드라가 들어왔으니까 2014년 말~2015년 초다. X100 프로젝트 후 모든 개발력이 넘어가는 시점과 맞물리며, 그때는 언제든지 철수 가능하다.

때문에 쌍용차 사측의 무능력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시 법정관리인이었던 이유일 현 쌍용차 사장이나 임원진은 대주주 마힌드라의 눈치만 본다. 결국 대주주가 원하는 방향으로 하지 않으면 자기가 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측이 쌍용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려고 한다면, 과거 상하이차 때를 경험 삼아 제동 걸어야 하는데, 자기 밥그릇이 걸려서 그런지 그런 모습은 안 보인다.

마힌드라의 먹튀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이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안 보인다

그래서 국정조사가 더 필요하다. 정치권에서는 개별기업 국정조사는 할 수 없다는 조항을 핑계로 대고, 회사는 국정조사 하면 회사 이미지가 안 좋아져 판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국정조사를 해야 회사가 더 투명해지고, 2009년 상하이차 때처럼 먹튀가 재연되지 않게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조선일보조차 고엔카 사장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먹튀 가능성을 제기한다.

2009년 회계조작, 기획부도 등으로 노동자들만 억울하게 희생했다. 더불어 지금 국면에서 먹튀 재연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정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물며 식중독에 걸려도 진원지 파악하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역학조사가 들어간다. 쌍용차가 왜 이렇게 됐는지 진실규명하고, 의혹에 대해 법제도적 장치인 국정조사 통해서 밝혀보자는 것이다.

국정조사 필요성,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새누리당, 국정조사 한다고 기자회견까지 하더니...


작년 9월 청문회에서 쌍용차 사태가 기획부도, 회계조작으로 인한 문제라고 밝혀졌다. 바로 국정조사 요구가 올라왔는데, 사측의 주장처럼 회사 이미지가 안 좋아져 판매가 급감했나? 근거 자료가 궁금하다

매출은 계속 증가해 2006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주장이다. 그래서 역으로 국정조사 하게 되면 뭐가 나오는 게 있는 거냐? 더 의심이 가는 것이다. 국정조사 해서 우리 기업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당당하게 드러내서 국민에게 깨끗한 이미지로 다가서면 되는 것 아닌가. 사실 회계조작하고, 먹튀의 책임을 오히려 노동자에게 돌려 정리해고하고, 그 기회에 민주노조 말살하고, 이런 종합적인 계획이 다 드러날까 봐 걱정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참세상 자료사진]

국정조사에 대해 정치권이 어떻게 약속한 것인가

대선 전 김정우 지부장이 단식을 마치고 병원에 있고, 3명의 노동자가 송전탑농성에 돌입하자 김성태 새누리당 환노위 간사가 찾아왔다. ‘새누리당이 나선다’, ‘황우여 대표가 국정조사를 한다’며 대국민 기자회견을 한다고 했다. 기자회견 전 새누리당이 요청해 황우여 대표, 김성태 의원, 환노위 의원 등 몇몇과 노조가 간담회를 한 뒤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하겠다고 대국민 기자회견을 했다. 대선기간 5개 종단 대표와 김무성 새누리당 선본총괄본부장이 만난 자리에서, 김무성 본부장도 ‘대선 후 첫 번째 열리는 국회에서 국정조사 한다’고 약속했다. 국민 앞에 당 대표가 당 이름 걸고 국정조사 발표했는데, 지금 와서 이한구 대표 반대한다고 못하겠다고 한다. 대국민 사기극이다. 민주당도 국정조사를 당론으로까지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못 밀어붙였다. 야당으로 너무 허약한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60~77.6%가 국정조사에 찬성했다. 2009년 이후 연이은 죽음 이후 국민들도 쌍용차 사태가 빨리 해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국민의 요구를 모른 척하고, 정치적 판단과 이해관계로 물러섰다.

현 기업노조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기업노조는 국정조사를 반대한다

일부 이해하지만, 현장 노동자의 노동강도와 안전문제가 심각하다. 무조건적인 협조가 투자를 이끌어내진 않는다. 자본의 습성은 똑같기 때문에 견제와 투쟁력을 동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상하이차 때 매년 3천억 원 투자 약속, 고용안정 협약서 써도 무용지물 되지 않았는가. 사측을 검증하면서도 투쟁 돌입을 준비해 둬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생산량을 타진했을 때 현재 해고자 복직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결국 사측의 의지문제 아닌가

근본적으로 생산량을 타진해 복직 가능성을 타진하는 건 맞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2009년 회계조작과 기업부도로 발생된 희생자로, 정리해고가 원천 무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양보해서 현재의 고용여력만 따져보더라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동종사보다 월등히 높은 노동강도로 현장 노동자들이 3년 동안 너무 고생했다. 기업노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진짜 안에 있는 노동자들 뼈골 다 빼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기계가 아닌데 참는데 한계가 있다.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것을 기업노조도 분명히 알고 있다. 때문에 노동강도를 낮추고 현재 생산량을 유지한다면, 약간의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해고자들이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는다는 보고서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거리에서 정리해고 원천 무효 싸움을 한 지 벌써 몇 년인지 모르겠다. 송전탑 농성자들의 건강이 걱정이다. 27일이면 100일이다

한 겨울 혹한, 좁은 공간서의 활동 제약 등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농성자들의 건강이다. 15만4천볼트 전류가 흐르는 곳에서 농성하고 있다. 사람이 3명이나 목숨 걸고 올라가 있으면 정치권이 해결에 나서야 하는데, 실질적 노력이 없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국정조사가 최선의 해결책인가?

지금 넋 놓고 있으면 안 된다. 마힌드라가 투자한다고 하지만 먹튀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은 쌍용차 해고자들의 떼쓰기로 몰아가고, 회사는 노동자간 갈라치기로 경영 악화 ‘가능성’을 주장한다. 2009년이나 2013년이나 정치권과 회사는 같은 논리를 들이민다. 다 당해보지 않았는가.

국정조사는 4년 동안 억울하게 돌아가신 24명의 노동자와 가족, 죽지는 않았지만 죽기 일보직전까지 간 대다수의 노동자와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진행되어야 한다. 또,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로 쫓겨난 3천여 명의 노동자와 지금도 공장안에서 죽은 듯이 일하는 노동자, 모든 피해 노동자들을 위한 일이다. 한국 사회 노동 의제 중 가장 수면 위로 떠오른 사안인 쌍용차 사태를 국정조사로 깔끔하게 해결하고, 거듭나겠다고 하는 게 오히려 쌍용차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일이다. 안팎이 다를 수 없고, 공장 안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노동자와도 직결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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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 국정조사 , 먹튀 , 상하이차 , 마힌드라 , 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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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제프

    이런 빨갱이 새끼들부터 먼저 국조들어가자!

  • 죠스

    만일 마힌드라가 내일이라도 손털고 철수하면 그것은 아마도 당신들 때문일 것이다..좌빨 여러분들 제발 남탓좀 그만하고 열심히 일하면서 사세요..쌍용차 아니면 죽음을 달라..이게 말이 됩니까?..

  • 죠스떡복이

    국정조사하고 빨갱이, 좌빨이랑 무슨 관계람?? 모라자도 한참 모자란 제프와 죠스...

  • 뎃글쓴놈들 고소 가능한가?
    개나소나 빨갱이 타령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