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항만 노동자들, 기후 위기에 반대하는 산업 행동

[인터내셔널1-3]한국, 기후 대책 외면하는 호주 석탄 주요 수입국

기후 위기로 인한 재난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다. 그중에서도 최근에는 호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이 최악의 기후 재난을 경신하고 있다. 이 산불이 5개월 가까이 잡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드니 노동자들이 노동자 건강권과 기후 위기 대처를 촉구하며 필사적으로 산업 행동에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드니 건설 및 항만 노동자들은 연기에 질식하는 대신 작업중지를 선택했다.

  12월 11일 기후시위 [출처: https://www.smh.com.au/]

이번 산불은 9월 남동부지역 뉴사우스웨일스 주에서 발생해 8일 기준, 150건의 불길로 확산됐다. 최소 24명이 사망했고, 코알라를 비롯해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 동물이 폐사했으며 가옥 수천 채가 불에 탔다. 12월 첫째 주에만 시드니 주민들이 하루 담배 한 갑을 흡연한 것과 같은 수준의 연기를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암을 유발하는 PM2.5 입자의 농도는 정상치의 10배까지 치솟았다.

최근 〈자코뱅〉에 따르면, 산불이 발생한 이후 시드니 항만 노동자들은 눈과 목, 피부에 생긴 염증으로 고통 받으며 교대 근무와 휴식을 늘려 왔다. 하지만 공기 질 악화에도 회사가 마스크만 지급하자, 노동자들은 12월 5일 선박 하역을 거부하기 시작해 시드니의 컨테이너 항구 세 곳이 모두 멈춰 섰다. 12월 11일에는 2만여 명이 모여 스콧 모리슨 정부의 미흡한 기후 위기 대처 조치를 비판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대회에는 사무직, 소방관, 퇴직자 등 다수의 노동자들이 참가해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투쟁에 힘을 모았다. 지난 11월 29일에는 COP25를 앞두고 대규모 기후 위기 집회에 참가해 기후 위기에 맞선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에 △기후 위기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토착민 정의(특히 토지와 물 주권 보장) △신규 화력 및 핵발전소 건설 금지 △2030년까지 공공이 소유하는 재생에너지로의 100% 전환 △재생에너지로의 적절한 이동과 파업권이 보장되는 기후 일자리 창출을 요구했다.

시드니 항만, 건설 노동자들의 작업 중지는 파업이 아닌 작업장 위험에 대한 예방 조치로 실시됐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이 작업 중지를 선언하자 항만, 건설 기업들은 이 행동을 불법화하고 해고로 위협했다.

우파가 이끄는 호주 정부는 대규모 산불에도 기후 위기에 가장 소극적인 정부 중 하나다. 지난 8월 태평양제도포럼(PIF)에서도 호주는 참가국 중 유일하게 기후변화 대책에 반대해 논란을 낳았다. 당시 17개 태평양 제도 국가들은 화석연료 발전을 즉각 중단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룬다는 대책에 합의했다.

호주 정부는 이번 COP25를 사실상 무산시킨 미국과 함께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정부 중 하나로 지목됐다. 호주가 기후 대책을 외면하는 이유는 석탄이 호주 경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호주는 세계 야금용 석탄의 3분의 1, 화력용 석탄의 20%를 수출한다. 2017-2019년 사이에만 5억1천만 톤을 채굴했다. 이 석탄의 주요 구매자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 대만, 인도, 중국 등이다. 호주의 주요 야당인 노동당도 정부의 석탄 노선에는 이견을 내지 않는다.

호주 정부는 기후 대책을 외면할 뿐 아니라 기후정의운동을 불법화해 문제가 되고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 10월 국제광업및자원회의(IMARC) 컨퍼런스에 반발하는 지역 ‘멸종저항’ 및 노조 등 사회단체 활동가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해 논란을 낳았다. 이 행사는 호주 최대의 에너지기업 이벤트로 세계 100여 개국에서 7000명 이상의 광산업 및 정부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지난 9월에는 기후파업에 참가하는 석탄업종 노동자도 생겨나는 등 기후운동에 대한 노동계급의 관심이 늘고 있다. 호주 유나이트노동조합(UWU) 임원 고드프리 모아제는 “지구 착취는 노동자 착취의 다른 측면이다. 우리는 기업이 노동자와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춰 연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