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가공 제품을 실은 트럭이 CJ제일제당 진천공장을 드나든다. 하얀 불빛은 발전소 내부의 창자 같은 파이프들을 밝히고, 붉은 불빛은 발전소 외벽에 점점이 박혀 숨 쉬듯이 끔벅인다. 제주 용암수를 뽑아내는 기계의 웅웅거림이 공장의 벽을 통과해 계속 흘러나온다. 노동자의 죽음으로 잠시 멈춘 공장들은 자본의 속도로 다시 돌아갔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다르다고 한다. 맞다. 이전에는 박근혜가 당선됐고, 이후에는 문재인이 집권했다. 2008년 이천 물류창고 화재에서는 40명이 죽었고, 2020년 화재에서는 38명이 죽었다. 2013년에는 1,929명이 산업재해로 죽었고, 2019년에는 2,020명이 죽었다. 2013년에는 황선웅이 죽었고, 2019년에는 자이분 프레용이 죽었다. 이전과 이후는 다르다고들 한다.
▲ 경기도 수원시 고색동 수원산업단지. 건설노동자인 김태규는 아파트형 공장 신축 현장에서 일하다, 2019년 4월 10일 20미터 높이인 5층에서 떨어져 죽었다 [댓글] "시공사 대표가 최종적인 책임을 피할 순 없겠지만 근본적으로 안전은 작업자 스스로가 준수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 안전작업의 기본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용접작업하면서 가스확인 산소농도체크 같은 기본만 지켰어도 될 것을 지키지 않아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저질 안전문화를 고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
▲ 충청남도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은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2018년 12월 10일 새벽에 혼자 작업을 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죽었다 [댓글] "뭐든지 정부 탓? 아쉬울 때만 정부 끌어들이는 이기주의 아닌가요?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를 표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민노총이 왜 나오나요. 유족들께서는 고인의 순수성마저 잃어버리지 않도록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분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
▲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 기수인 문중원은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일하다, 2019년 11월 29일 마사회의 비리를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댓글] "그만하세요. 남편 시신을 두고 너무하네요... 본인이 직장에서 적응을 못할 걸 누굴 탓합니까? 개인의 능력에 따라 열심히 노력하고 그 일이 아니면 다른 직업을 찾아가는 겁니다. 그만하세요." |
▲ 제주도 제주시 제이크리에이션. 이민호는 생전에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다. “지금 우리 회사 상황. 원래 있던 베테랑들이 우리 같은 초보한테 1주일 미만으로 알려주고 퇴사함” [댓글] "정말 안타깝고 공감하지만 그게 왜 안 되는지 아세요? 민노총이 끼어들어서 안 되는 겁니다. 차라리 국회, 청와대 앞에서 민노총 버리고 1인 시위를 하세요. 그게 더 진정성 있어 보입니다." |
▲ 전라북도 전주시 아중저수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인 홍수연은 콜센터에서 일하다, ‘실적 경쟁’과 ‘콜수 압박’ 속에서 신음하다 2017년 1월 22일 저수지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댓글] "자식이 먼저 죽은 부모의 마음은 애석하지만 자살 사건까지 남에게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 강제 노역도 아니고 힘들고 감당하기 어려우면 그만 둘 수도 있다. 아직 앞날도 창창하고 또 본인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잘 살 수도 있다. 자살까지 남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
▲ 경기도 수원시 고색동 수원산업단지. 김태규는 필수적으로 지급되어야 하는 안전모와 안전화도 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고, 3일 만에 20미터 높이에서 떨어져 죽었다. [댓글] "담당 공무원이 6차례나 화재위험에 대해 경고했고 소방차 출동해서 불구경한 게 아니고 화재진압 최선을 다했다. 시공사 원청 하청업체의 책임이다. 전직총리이자 국회의원 당선자 신분으로 직접적 책임도 없고 권한도 없는 이낙연에게 대책과 보상문제에 대한 답을 달라며 떼쓰듯 얘기할 게 아니다. 사망한 분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위로는 당연하지만 지금 유족분들의 대처는 국민들에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
▲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문중원이 일했던 부산경남경마공원은 2005년 개장한 이후, 8명이 목숨을 끊었다. [댓글] "억울한 건 알겠지만 저게 왜 문정부 탓인지 도통 알 수가 없네. 문정부가 만만하니? 진짜 너무 싫다, 이런 사람들." |
▲ 충청북도 진천군 CJ제일제당 진천공장.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인 김동준은 육가공 공장에서 일하다, 2014년 1월 20일 일터괴롭힘으로 괴로워하다 기숙사 옥상에서 투신해 자살했다. [댓글] "어머님, 아드님이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한 건 안타깝고 저도 화가 납니다. 하지만, 누구에게 휘둘리는지 모르겠지만 적당히 하세요. 지금 어머님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뭐라 하시는지 아십니까? 선을 넘으면 받을 건 비난 밖에 없어요." |
▲ 제주도 제주시 제이크리에이션. 이민호가 사고를 당한 기계는 이전에도 자주 고장이 났다. 한 번은 고장이 났을 때 그의 휴대폰 액정이 깨졌고, 또 한 번은 기계 위쪽을 정비하다 떨어져 갈비뼈를 다쳤다. [댓글] "엄격히 따져서 이번 사고는 회사의 허술한 안전관리 탓이 50%, 작업자의 부주의가 50%의 쌍방과실입니다. 수천수만번의 점검과 수리공사중 별일 없었는데... 너무 과하면 고인에게도 누가될 터인데 절제된 언사로 하시기 바랍니다, 절제된 언사를." |
* 이 작업은 세월호 6주기 추념전 1부 <왜 모르고 왜 기억이 안 나는지>에 출품된 작업입니다.
* 전시는 2020년 5월 28일 부터 6월 28일까지 아트 스페이스 풀에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