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외면할 수 없는 질문에 답해야”

강수산나 호주 영사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

[편집자 주] 용산참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 호주 시드니 상영회 주최 단체들은 상영회를 준비하며 강수산나 호주 시드니 주재 한국총영사관 검찰 영사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마련했다. 공개질의서를 대표 작성한 호주 교민 고직만(호주건설노동조합 조합원) 씨는 18일 <참세상>에 “용산 참사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영화를 통해 알게 됐고 공분을 느꼈다”며 “<두 개의 문>을 상영하면서 꼭 질문하고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참세상>은 최근 <두 개의 문> 호주 상영 논란에 관한 이해를 돕기위해 공개질의서를 게재한다.

“역사적 진실을 위해 기억과 기록의 투쟁을 멈추지 않는 이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2009년 1월 20일 발생한 용산참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 에필로그에 적힌 영화 제작 취지다. 우리는 이런 취지에 동감해 국외 최초로 호주 시드니(스트라스필드 소재 라트비안 극장)에서 오는 26일 <두 개의 문> 상영을 준비하고 있다. 상영회 준비에는 시드니 민족교육문화원(KRC, Korean Resource Centre), KRC 소속 한국문화원(KCC), 독서모임 ‘시나브로’, 호주건설노동조합(CFMEU) 등 단체와 재호주 한인 동포들이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두 개의 문>에는 용산참사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경찰특공대원을 심문한 강수산나, 안상돈, 김민형 검사 등이 출연한다. 목소리만 나오는 ‘보이스 오버(Voice Over)’ 출연이다. 사건을 담당한 강수산나 검사가 시드니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영사로 근무하고 있어 상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온 의문점을 모아 강수산나 영사에게 공개 질의하기로 했다. 우리는 법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의 질문은 일반적인 상식에 근거했다.

경찰특공대 투입,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두 개의 문>을 보면 강수산나 검사 심문의 초점은 용산 철거민 농성 진압에 경찰특공대(SWAT) 투입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데로 모인다. 경찰특공대는 80년대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 게임을 준비하며 테러 진압을 목표로 설립된 특수부대로 대원들은 대부분 무술 유단자다.

반면 변호인들은 경찰특공대의 주요임무가 대테러 진압이며, 목표는 테러범 섬멸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들은 철거민들이 비록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했지만, 농성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자체가 위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강수산나 검사 심문: “이번 건에서도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과 용산 철거민 농성자)이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지었다. 그런 것 때문에 사실은 위험성을 고려해서 특공대가 투입된 것 아닌가요? 일반 경찰이 아니라?”

우리의 첫 질문은 경찰특공대 동원에 관한 관련법 내용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경찰특공대 설립에 관한 법률과 어떤 경우에 경찰 특공대가 투입되는지를 규정한 관련법의 내용은 무엇인가?

특공대장이 법정에서 진술했듯 경찰특공대의 주임무는 테러 진압이다. 하지만 90년대 건국대 점거 농성 진압, 2000년대 포스코 농성 진압, 그리고 최근 쌍용자동차 농성 진압 등 학생·노동운동과 생존권을 요구하는 시위 현장에 무원칙적으로 경찰특공대가 투입되고 있다.

안전 문제는 고려했는가?

두 번째 질문은, 농성을 진압하기 위한 경찰특공대 작전에서 안전 문제를 얼마나 고려했느냐는 것이다.

<두 개의 문>은 경찰특공대의 투입이 이미 2009년 1월 19일에 결정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다음날인 1월 20일 새벽 진압작전이 시작됐다. 영화를 보면 19일엔 농성장 건물 근처 노천 과일가게가 오후 늦게까지 영업을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농성자들은 경찰 차량을 향해 화염병을 투척했지만, 경찰은 차량과 보행자들을 통제하지 않았다. 경찰 주장대로 치안 상황이 악화해 경찰특공대 투입을 결정했고, 강수산나 검사가 제기한 안전 문제가 있었다면 1월 19일부터 농성장 주변 교통을 통제해야 했다.

강수산나 검사 심문:
“농성자의 입장에서 컨테이너가 하나인 것과 두 개인 것이 차이가 있나요. 안전 면에서...”


한 특공대원은 법정에서 1월 20일 당일 진압용 컨테이너가 2대 동원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특공대원은 컨테이너 기사가 ‘잠적해서’ 진압용 컨테이너 한 대를 사용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옥상 망루 농성자를 제압하기 위해 사용되는 결정적 도구인 크레인과 컨테이너 차량 기사는 경찰특공대원인가 민간인인가? “컨테이너 기사가 잠적했다”는 경찰 측 진술을 보면 이들이 특공대원들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민간인 신분이 어떤 법적 절차를 통해 경찰특공대 작전에 동원될 수 있는가?

호주 ‘작업장 건강·안전법’(WHS, Work Health and Safety Act)에 따르면 크레인으로 컨테이너를 고공으로 운반할 때 컨테이너 안에 절대로 사람을 태워선 안 된다. 경찰은 최소한의 안전수칙도 고려하지 않고 컨테이너에 경찰특공대를 실어 화염병이 난무하는 고층 건물 옥상으로 투입했다. 이런 진압방식은 삼국지나 수호지에나 나올 만한 방법이다. 컨테이너가 옥상에 도착했을 때 경찰 수뇌부는 “(영화처럼) 멋지다”고 말했다.

또 왜 경찰이나 소방당국이 화학성 화재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가? 진압작전 때 옥상 망루에는 인화물질이 가득했다. <두 개의 문>에서 들리는 경찰 지휘부의 말은 이렇다.

“이거는 화학성이기 때문에 물로 소화가 안 됩니다.”

그렇다. 시너와 휘발유가 섞이면 엄청난 화학성 인화물질이 되기 때문에 물로 끄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경찰 지휘부는 계속 물대포만 쏘라고 명령했다. 물만 쏘아대다 망루에서 시작한 화학성 화재는 더욱 크게 번졌고, 결국 그 아비규환 불 속에서 경찰특공대원 1명과 농성자 5명이 참혹하게 죽었다.

“모두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한 경찰의 증언처럼 희생당한 농성자나 경찰특공대원은 모두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결코 섬멸 대상의 테러리스트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검찰 측은 용산참사와 관련해 경찰 수뇌부엔 면죄부를 줬고, 농성자들에겐 중형을 구형했다. 그리고 1심 재판부는 철거민 농성자 6명에게 징역 5~6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의 요지는 이렇다.

“화염병을 던지는 등의 행위를 해서 결국 공무집행 중이던 경찰관 한 명이 사망하고 많은 경찰관을 다치게 하는 등 국가 법 질서의 근본을 유린하는 행위를 했다. 따라서 법치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 이유로도 이러한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

용사참사 희생자 유가족은 절규한다. “이건 재판이 아니다.” 변호인단도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법치주의는 용산참사와 함께 죽었다”고. 2010년 대법원에선 이들에게 징역 4~5년을 최종 선고했다. 그리고 철거민에게 중형을 내린 대법원 합의부 양승태 판사는 대법원장이 됐다.

<두 개의 문>은 이 시대 한국사회 상황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질문, 포기해서는 안 되는 질문을 쏟아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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