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가 문제라면 체제를 바꿔야죠.” 청년, 사회주의를 말하다

[기고]11월 10일, ‘(가칭)청년 사회주의자 모임’ 발기인 대회 개최

지난 두 달, 조국 사태로 인해 청년들은 분노했습니다. 촛불 이후, 청년들은 ‘청년들 일자리 문제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믿고 ‘뭔가 바뀌겠지’, ‘이전과는 달라지겠지’라고 생각하며 2년을 기다렸지만 딱히 바뀐 것은 없었습니다. 이 와중에 조국 사태가 터졌고, 청년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체제가 만들어낸 불평등이 남아있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청년들은 분노했지만 우리의 분함은 서초동도. 광화문도 담아낼 수 없었습니다. 혹자는 청년들이 두 집회에서 배제되었다고 말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청년들은 광화문과 서초동에 나가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청년들에게 있어 과거로 돌아갈 것을 부르짖는 광화문은 애초에 선택지에 있지도 않았고, 기득권층이라는 게 뻔히 드러난 현 정권을 계속 믿고 응원하자고 하는 서초동 역시 선택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은 새로운 대안을 원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내 삶을 더 낫게 만들어줄 무언가를 바랍니다. 청년들은 늘 힘들었지만 언제부터인지 청년의 삶이 각박하다는 사실은 더 이상 주목할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청년 실업, 청년 부채, 청년 주거문제 등 청년의 현실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쯤은 인터넷 검색 몇 번만으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청년 문제를 많이 말하는 것에 비해 해결책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해결은 문제의 근원을 찾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대다수의 이들은 ‘청년이 힘들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 정작 그 고통이 경제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더 나아가서, 그 경제적 문제들을 하나의 이름, ‘자본주의’로 아우를 수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말하지 않았습니다.

청년 문제의 주범은 자본주의입니다

청년 문제는 자본주의 체제 때문에 발생합니다.

우선, 청년들이 취업을 못하는 이유는 청년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약 70만 명에 육박하는 취업준비생 수에 비해 기업은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일자리만 내놓고 있으니, 청년 개인이 아무리 ‘노오력’한다 해도 청년 실업 인구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들은 비좁은 ‘취업 시장’에서 더 나은 경쟁력을 얻기 위해 대학에 가지만, 그 대가로 수천만 원의 학자금이 빚으로 남습니다. 또, 대부분의 대학이 서울에 몰려있으므로 자취를 시작하지만, 4-50만원에 육박하는 월세를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기에 조금이나마 저렴한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선택하게 됩니다.

서울의 보증금과 월세가 너무 비싸고, 심지어 점점 오르는 것도, 대학이 서울에 몰려있는 것도, 최저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집을 ‘상품’으로 내놓는 것도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작동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청년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리는 것도, 애인과 마음껏 연애를 즐기지 못하는 것도, 하고 싶은 일 대신 취업이 잘 되는 공부를 하는 것도 모두 먹고살기 어려워서 생겨나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경제적 문제들을 통합하는 이름을 우리는 ‘자본주의’라고 부릅니다.

청년들도 나름대로 해결하려 했지만...

청년들도 자신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어떤 청년들은 개인적으로 해결하려 애쓰기도 했습니다. 월 175만원에 4평짜리 삶에 만족하거나, ‘소확행’이나 ‘힐링’과 같은 작은 숨구멍에 의존해 현실을 잊으려 하거나,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더 열심히 ‘노오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면으로의 침잠이나 현실로부터의 도피는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조국 사태를 거치며 청년들의 반응은 조금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청년들은 애초에 구조가 불평등하기 때문에 합리적 절차가 있어도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습니다. 최순실 사태에서 청년들이 불공정한 절차에 분노했다면, 조국 사태에서 청년들은 불평등한 기회에 분노했습니다. 한편, 어떤 청년들은 청년 문제를 ‘공정한 사회’ 건설로, 혹은 ‘소수자’끼리의 연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청년 문제의 본질인 자본주의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으면서 절차만 바꾸자는 식으로 ‘공정성’만 문제 삼는 방식이나, 청년도 하나의 사회적 소수자에 속하니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기를 함께 호소하는 방식으로는 청년 문제에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개인의 내면으로 침잠하거나, 법적 제도를 재정비하자거나, 청년의 어려움을 정권에 호소하는 방식으로는 청년의 삶을 나아지게 만들 수 없습니다. 20년 동안 역대 정권들이 청년 실업 문제, 주거 문제, 대학 등록금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며 온갖 ‘청년 정책’들을 내놓았지만,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런 식의 요구는 또다시 청년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 뻔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자본주의 체제를 바꿔야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조국 사태는 청년들로 하여금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눈뜨게 했습니다. 구조를 바꾸어야 청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음을 청년들은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안에서는 불평등한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제1목적으로 굴러가는 체제이므로, 이윤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미 만들어져 있는 불평등을 해결하려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기까지 합니다.

이것이 자본주의를 넘어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본주의 안에 머물러서는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사회주의를 당당히 주장합시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체제는 어떻게 바꿀 수 있고, 어떤 사회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 저희는 그 실마리를 사회주의에서 찾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청년들의 태도 전환에서 변화의 시작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지금 미국은 사회주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의 선두에 서 있는 것 같던 미국에서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은 미국 청년들의 태도 전환이었습니다. 2008년 대공황으로 고통 받던 미국 청년들은, 자본주의 체제가 우리의 고통을 야기한 주범이며 체제가 바뀌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청년들의 이러한 태도 전환은 대단한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사회주의자임을 표방한 청년 오카시오-코르테스가 하원의원에 당선되었고, 무려 60%가 넘는 청년들이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청년들이 기세등등하게 자본주의 반대, 사회주의를 외치기 시작하자, 겁먹은 자본가들이 앞다투어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지금, 한국도 사회주의 바람이 필요합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은 자본주의를 넘어서고자 하는 청년에게서 나옵니다. 청년 세대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직접 경험하며 살아왔지만 한 번도 자본주의의 부흥기를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우리들은 IMF, 2008년 대공황을 거치며 심각한 경제 위기 속에서 자라왔습니다. 10년, 20년 전에 터진 경제 위기였지만, 그때는 어렸던 90년대생, 00년대생이 청년 세대가 되어 노동시장에 뛰어들 시기가 된 지금까지도 경제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경제는 청년들이 망쳐놓지 않았지만 청년들의 삶은 경제 때문에 각박해지고 있는 셈입니다.

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것은 자본가들인데 왜 그 대가를 청년들이 치르고 있는지 체제에 책임을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물음은 누구도 아닌 청년들, 체제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우리들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청년이 나서서 우리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나’에게 쏠렸던 시선을 밖으로 돌려 세상을 바라봅시다. 세상과 사회를 향해 우리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요구하고,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청년 정책’을 개선하는 데 안주하지 맙시다. 함께 자본주의 체제의 변혁을 상상합시다.

‘(가칭)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은 청년들이 모인 모임입니다. 청년 문제의 주범이 자본주의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자본주의에 맞서는 대안인 사회주의를 공공연히 주장하고 싶은 청년이라면 함께할 수 있습니다.

‘(가칭)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은 이렇게 운영될 것입니다

‘(가칭)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에서는 청년이 겪는 문제에 대해 사회주의적 관점의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려 합니다. 무상교육, 청년부채, 청년주거 등 청년의 문제가 무엇 때문에 발생하는지 원인을 찾고, 사회적 해결을 도모할 것입니다. 그 시작으로 ‘(가칭)청년 사회주의자 모임 초동모임’에서는 다음과 같은 요구안을 제출합니다. 이에 대해 청년들 사이에서 열띤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⓵ 대학 기숙사비까지 포함하여 고등교육까지 전면 무상교육 실시
⓶ 학자금, 생활비 포함하는 청년부채 모두 탕감
⓷ 토지국유화 실시
⓸ 1가구 1주택 초과하는 주택 몰수하여 청년들에게 양질의 공공임대주택으로 저렴한 임대료에 공급


또, 청년 사회주의자들끼리 정기적으로 토론하고 교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청년들이 자본주의 체제의 대안을 모색하며 사회주의에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가칭)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은 청년들이 함께 사회주의를 공부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만들 것입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사회주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사회주의 관점을 더 확고히 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반자본주의, 사회주의를 공론화할 것입니다. ‘(가칭)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은 자본주의가 청년의 삶을 힘들게 하는 주범임을 꼬집고, 사회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청년 발언대회’를 2020년에 개최할 예정입니다. 청년 발언대회는 청년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자유로이 얘기하고,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장이 될 것입니다.

11월 10일, ‘(가칭)청년 사회주의자 모임’ 발기인 대회가 열립니다

‘(가칭)청년 사회주의자 모임’은 11월 10일(일) 오후 2시,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대강당에서 열리는 발기인 대회를 기점으로 정식 출범합니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청년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자고 외쳐봅시다. 내 능력 문제라고 자책하거나 나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납시다.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하는 ‘힐링’에 매몰되지 말고, 제도 안에서의 해결에 매달리지 말고, 더 넓은 세상을 상상합시다. 청년이 고통 받는 이유는 자본주의 때문이라고, 자본주의 한번 넘어서 보자고, 이제 사회주의를 해보자고, 당당하게 말해봅시다.

발기인 참여 신청은 kysocialist@gmail.com로 받고 있습니다. ‘(가칭)청년 사회주의자 모임’ 발기인 대회에 많은 청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