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사회주의 후보, 공약만으로 충분한 지지 얻을 수 있다”

[사회주의 좌파 경선 후보 인터뷰②] 기호 2번 이갑용 후보

한국 사회 체제 전환을 내건 3명의 ‘사회주의 후보’가 20대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사회주의 좌파 정당과 단체로 구성된 ‘한국 사회 체제 전환을 위한 사회주의 좌파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공동투쟁본부(사회주의 좌파 공투본)’ 후보들이다. 이들은 보수 양당을 정치를 넘어, 자본주의 체제 전환을 통한 새로운 사회주의 비전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공투본은 12월 말 경선을 거쳐 사회주의 대선후보 1인을 선출하게 된다.

<참세상>은 ‘사회주의 대선후보’로 나선 3인의 인터뷰를 기호 1번 이백윤(사회변혁노동자당), 기호 2번 이갑용(노동당), 기호 3번 박성철(노동당) 순으로 게재한다. 인터뷰는 11개의 공통 질문으로 구성했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198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세상에 불만만 많던 시절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떠나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살았는데, 어머니와 3년은 채우기로 약속을 해서 떠날 수도 없었다. 그러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일어났고 회사에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1987년에 초대 대의원을 맡게 됐다. 그다음 해 운영위원과 교섭위원 등의 직책을 맡게 되면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1988년 128일간의 현대중공업 파업으로 간부들이 구속 수배당하며 중요 요직을 맡게 됐고, 이듬해 4월 구속됐다. 집행유예로 석방된 후에는 노조 선거에 사무국장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 수배됐고 부위원장들마저 회사에 넘어가 버렸다. 혼자 남아 1990년 골리앗 점거 농성을 했다. 그리곤 구속돼 2년 6개월을 감옥에서 살다 나왔다. 출소 후 엉망이 된 현대중공업 노조를 바로 세우기 위해 24일간 단식을 하고 8대 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다. 64일간 파업한 뒤 또다시 1년 6개월 감옥 생활을 했다.

노사정위 합의로 민주노총 지도부가 총사퇴했던 1998년, 선거에 출마해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당선됐다. 1년 6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서울에서 활동하려고 했는데 다시 울산으로 소환됐다. 당시 국회의원 선거에 정몽준이 출마했는데, 내려와서 싸워야 하지 않겠냐는 거였다. 할 수 없이 내려간 울산에서 정치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됐다. 결단하고 내려갔는데 결과는 패배였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창당됐고, 울산 동구청장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임기 4년을 채우지 못하고 3년 6개월 만에 또 쫓겨났다. 공무원노조 총파업에 참여한 공무원을 징계하라는 지침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 당시 탈당한 뒤 진보신당과 노동당을 거쳐, 8대 노동당 당 대표자를 지냈다. 지금은 노동당 울산시당 동구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27년째 복직을 못 한 현대중공업 해고자 신분이기도 하다.

사회주의 좌파 공투본 경선에 나서기로 한 이유가 뭔가.

대선을 치르지 않고는 지방선거 대응은 불가능하다. 노동당이라는 이름으로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그래서 대선 후보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우리끼리는 불가능한 일이어서 사회변혁노동자당(변혁당)과 함께 사회주의 후보를 내기로 한 거다. 현 상황에서 노동자 중심의 결선을 치르지 않으면 우리의 이야기를 세상으로 알리기 쉽지 않다. 결선을 치르기 위해 유리한 사람을 찾다 보니 이렇게 출마하게 됐다.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출마를 하고 보니 세 사람이나 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 했어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 (웃음) 어쨌든 이를 계기로 노동당이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가 확대될 거라고 본다.

현재 한국 사회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으며, 이번 대선은 어떠한 의미가 있다고 보나.

웹자보에 이렇게 슬로건을 적었다. 민주화 투쟁을 열심히 했더니 일부 세력이 민주화의 정권을 다 차지하고, 민중들이 촛불로 싸웠더니 민주당이 다 가져가 버린다. 우리는 왜 평생 약자로 살아야 하나. 노동자가 가장 많은 희생을 치렀고, 가장 많이 당하고 있는데. 이들을 세워낼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이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공투본의 대선 대응과 방향은 정의당, 진보당 등 다른 진보정당들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

공약부터 다르다. 자본주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공약이 아니라, 언젠가 우리가 이뤄야 할 내용을 제시하는 것이 사회주의 공약이다. 20년 전 민주노동당 시절에 무상급식, 무상의료 공약을 했었다. 민주당까지 빨갱이라고 했던 공약이다. 지금은 국민의힘까지 다 가져간다. 이런 것들을 실현해낼 수 있는 것이 사회주의 공약이다. 비록 우리 것이 안 되는 한이 있어도 노동자 민중에 적용될 수 있다면, 미래를 바라보며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렇게 존재해 왔다. 이제는 예전처럼 지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진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직접 나서야 한다. 정의당이나 진보당의 색깔은 우리와 같지 않다. 정의당은 국참당과 손을 잡았다. 탄압했던 사람과 손을 잡는 것을 보며 김영삼과 조금씩 닮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예전에 사회주의를 내걸었던 386세대가 기득권을 지키는 사람으로 바뀌며 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드러났다. 각 당이 각자의 색깔을 드러내고 심판을 받아보고, 이런 과정을 거쳐 보자는 거다. 사회주의 후보가 올해 처음 등장했는데, 당장 집권이 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사회변화를 이뤄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사회주의’는 여전히 불편한 단어다. ‘사회주의’라는 선명성을 드러낼 경우 대중적 확장성에 한계가 따를 수도 있지 않나.

민주노동당은 사회주의를 표방한 정당이었다. 민주노동당에서 파생된 정의당과 진보당은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다 뺐다. 진보를 포기한 거다. 유일하게 남은 곳이 변혁당과 노동당이다. 우리는 그저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듣는 사람이 약화됐을 뿐이다. 사회주의를 말하는 진보정당이 많았다면 사회주의에 대한 인식은 달랐을 거다. 표를 받기 위해 사회주의를 삭제하는 순간 저변이 약해졌다. 1987년 학생운동 하던 사람들도 사회주의를 주장했었다. 지금 그들은 사회 기득권이 됐다. 사회주의가 낯선 것이 아니라 정당에 대한 인식이 다른 거다. 사람들은 문재인을 향해 서슴없이 좌파라고 이야기한다. 사회주의라는 용어도 거침없이 나온다. 국민이 사회주의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기득권과 언론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다. 우리가 실패한 문재인의 정책과 전혀 다른 공약을 제시한다면 달라질 거다. 이러한 정책을 통해 사회주의라는 말이 좀 더 쉽게 다가가게 될 거라고 본다. 노동당과 변혁당의 정책들은 기득권과는 상관없는 노동자 서민을 위한 정책들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사회주의’는 무엇인가.

나는 사회주의 공부를 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공부했던 이들과 다르다.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사회주의를 교조적으로 물어보더라. 나에게 있어 사회주의는 35년 동안 노동운동을 하면서 겪었던 노동자에 대한 차별들, 그러한 노동자를 위해 뛰고 그들의 원하는 것을 이뤄내는 것이다. 노동해방이란 노동을 그만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이 편하고 돈도 많이 받고 내 가족이 안정적이어야 하고, 그것이 노동해방이다. 마찬가지로 사회주의는 사회의 성원들이 힘들고 어렵지 않게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마르크스와 레닌이 쓴 이론을 종합해서 얘기할 수 있는 학자가 아니다. 그저 내가 체득해 왔던 경험들, 주변에 어렵고 힘든 사람들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회주의다.

현재 일부 진보정당에서는 양당제 종식을 위한 제3지대 공조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진보진영 안에서는 후보 단일화 등의 민중경선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향후 대선 국면에서 다른 진보정당들과 어떠한 공조 및 협력을 생각하고 있나.

우선 민중경선 동지들이 정말 많이 준비한 것 같다. 민중경선은 선거는 하나로 치르지만 각 당의 독자성을 인정한다는 것인데, 그게 사실 어려운 문제다. 다들 색깔이 다른 당들이다. 정의당과 결합한 국참당 사람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면 지지했지, 노동당의 사회주의 공약을 지지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민중경선은 의미가 크다고 본다. 국민이 사회주의 후보를 볼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야기를 알리기만 해도 싸움은 시작될 것이라 본다. 대개 결과가 획일적일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예전 선거 경험들을 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 우리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본다. 해방 전 사회주의를 염원했던 70% 이상 인민의 마음과 현시대의 사람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 잘못된 교육 등 때문에 주장하지 않을 뿐이다. 우리가 알려내면 또 달라질 수 있다. 갑자기 바꿔내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앞으로 10년을 바라보며 사회주의 정책들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면 충분히 바뀔 수 있다. 그런 확신 속에서 변혁당과 노동당의 통합 논의도 시작된 것이다. 지금은 경선 후보이고, 앞으로 선대본에서 논의해 결정할 문제이긴 하지만 민중경선은 사회주의 공약을 사회에 알릴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 넓은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유리한 방안이지 않을까 한다.

소수정당 후보자는 선거 운동 과정도 불평등하다. 자칫 운동진영 내부의 이슈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선거운동에서의 계획과 고민을 말해 달라.

과거의 선거운동이 협소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주로 투쟁하는 현장에서 선거운동이 이뤄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터넷이 발달해 이제는 충분히 미디어를 통한 싸움이 가능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능한 구조다. 10년 전 선거와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 본다. 오바마 이후 미국 대선에선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활발하다고 한다. 우리는 그것보다 훨씬 더 셀 거라고 본다. 20~30대 세대에선 컴퓨터를 못 하는 사람이 없다. 공약과 사람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선거운동도 충분히 가능하다.

무엇보다 민주당을 비롯해 어느 당이건 사람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 언론이나 검찰이 막아주지 않으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사람들이다. 후보 검증만 들어가면 폭탄이 터지지 않나. 반면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깨끗한 사람이 많은데도 이야기를 할 공간이 없다. 우리 진영에 정치적 역할을 할 사람이 충분히 많다는 걸 보여주면 된다. 준비된 사람이 뛰어들면 이전과 다른 판을 만들 수 있다. 사회주의 공약으로 접근하기 시작하면 정책적 차별성만 가지고도 충분히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아무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였던 거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이 무역 규모 8위라고 자화자찬하는데, 사회의 빈부격차가 이렇게 극심한데 세계 8등이 무슨 의미냐. 이걸 줄이자는 게 우리의 핵심 공약이다. 세계 8위로 잘사는 나라가 되자는 것이지, 돈이 많은 나라가 되자는 것이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하게 내걸고자 하는 정책이 있다면?

첫 번째는 재벌 해체다. 재벌을 해체해 국고로 환수시키는 것이다. 그들이 3대, 4대에 이어 기업을 세습할 권한은 없다. 그것은 원래 노동자들 것이었다. 사회주의의 기본은 잘못된 재산을 환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일이다. 일제 강점기 것조차 환수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가능하냐는 얘기도 있지만, 그것은 못 한 것일 뿐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 국토의 반 이상을 재벌이 가지고 있다. 땅을 국유화하면 환경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모든 문제의 핵심은 재벌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공직사회 개혁이다. 구청장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공직자들의 부패만 잡아도 예산의 3분의 1을 절감할 수 있다. 공직자 부패는 하급 공무원의 문제가 아니다. 뼛속 깊이 위에서부터 곪아 있는 공직자들이 문제다. 이들이 내부고발이 불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 필요하다면 4급 이상 1만 명가량을 연수원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사회주의에 적응할만한 사람 외에는 그곳에서 정년퇴직하면 된다.

세 번째는 노동부 개혁이다. 현재 노동자를 위한 정부 부처가 없다. 심지어 노동부가 가장 앞장서서 노동자를 탄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자본가를 위한 부처가 다섯 개나 된다. 노동부도 거기에 속해 있다. 노동부 전체 직원을 일반 공무원이 아닌 노무사들로 채워야 한다. 그들에게 권한을 더 줘서 노동자가 다치지 않고 억울함을 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 절반인 2500만 명이 노동자인데, 그들을 위한 부처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지 않나.

현재 공투본 경선에 세 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다른 후보와 비교했을 때 본인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험이 많다. 단순히 이력이 쌓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각종 선거에 출마해 패하기도 하고 이기기도 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공직사회를 겪어봤다는 것도 중요한 경험이다. 그 외에 다른 장점은 하나도 없다.

사회주의 좌파 공투본은 대선과 지방선거 공동 대응을 위해 꾸려졌다. 이를 토대로 한 향후 사회주의 정당 운동의 계획은?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묶어내기 위한 공투본이 만들어졌다. 선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에 동의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공간을 넓혀가기 위한 것이다. 사회주의를 하겠다고 세상에 내보였던 민주노동당 시절에는 재산까지 털어서 운동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열정이 식고 공부했던 사람도 줄었다. 기존 정당들이 잘못하고 있다며 반대급부로 제3지대를 추진하는 것은 또 다른 기득권을 만들 뿐이다. 의석이 180석이면 무엇하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이제는 우리가 몸으로 뛰어서 사람들에게 확신을 심어줘야 하고, 그 공간이 공투본의 역할일 것이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사회주의를 이야기하고, 공간을 넓히고,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런 시도가 많아지면 사회는 바뀐다.

이갑용 후보 약력

- 노동당 전 대표 8대 2015년
- 울산광역시 동구 전 구청장 2002년 지방선거
- 민주노총 전위원장 1998년 2대
- 현대중공업노동조합 8대 전위원장 1993년
- 현대중공업노동조합 전 비대위위원장 1990년 골리앗투쟁
- 현대중공업 해고 노동자
- 민주노총 지도위원
- 노동당 고문
- 울산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 울산노동인권센터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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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험

    경험에서 배웠는지 의심스러운지 오래되었는데.

  • 이수헌

    갑용이 아저씨 하나 알려주까요. 헌중게시판 봐서 알겠지만 노동계는 당신 같은 같은 사람 쓸어내는 것이 급선무일거요. 구청장 했으면 만족하지 뭐하러 더 올려다보고 그러시오. 뒤에서 젊은 사람 밀어주면 더 좋겠구만, 이 양반아 나이값 하고 사소. 노동계 출신은 심상정 후보하고 한상균 후보가 제일 나은 것 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