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긴개긴’ 안철수-민주당, ‘통합신당’은 필연적

통합의 명분은 ‘정당공천제 폐지’ 뿐...거대 보수야당 탄생 출현 앞둬

안철수-민주당의 통합신당 창당 발표 이후, 양 측의 화학적 결합 방식을 둘러싼 갖가지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측은 민주당이 해산 절차를 밟은 뒤 신당에 개별 입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민주당 측은 신당에 새정치연합이 개별 입당한 뒤 ‘당 대 당’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통합과정에서의 여러 이견은 단지 ‘화학적 결합’의 성공만으로 일단락되지 않는다. 신당의 이념과 강령을 둘러싼 논쟁부터, 지분을 나누는 과정에서 또 다시 잡음이 흘러나올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양 측의 통합은 시기상의 문제만 있었을 뿐, 예견된 수순이라는 점에서 크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출처: 민주당]

단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가 통합의 명분으로 작용한 것도 허무한 지점이다. 이는 결국 ‘새정치’라는 단어 하나로 버텨왔던 안철수 측이 민주당과 크게 다른 이념적, 정책적 특색을 갖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이 올해 발표한 <새정치 플랜>은 ‘사람 중심 경제’, ‘경제민주화’ 등 기존에 민주당이 반복적으로 이야기 해 온 단어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심지어 ‘경제민주화’나 ‘복지국가’는 박근혜 정부도 언급하는 단어다.

지난 2012년 대선만 하더라도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모두 재벌 개혁이나 대기업 특혜 폐지 등의 공통된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걸었다. 금산분리 확대와 관련해서도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 9%→4% △보험 증권지주사의 일반자회사 소유 금지 등의 똑같은 공약을 발표했다.

순환출자 규제 방침의 경우도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는 유예기간을 두고 해소한다는 공통된 공약이었다. 또한 새정치연합은 <새정치 플랜>을 통해 현재 대기업의 독과점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상호 협력하는 다윈체제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민주당의 ‘골목상권과 중소기업 보호’와 맥을 같이한다.

민주당-안철수가 발표한 통합신당 추진 목표 역시 △2017년 정권교체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약속 이행 및 정치개혁 지속 추진 △대선 불법선거개입 등 진상규명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실현 등 민생중심주의 노선견지 등으로 기존에 되풀이해 온 내용들뿐이다.

단지 <새정치 플랜>에서 특이 할 만 한 점은, 정치 분야에 있어 현재의 양대 정당의 담합 구조를, ‘다당제’를 통해 다양한 협력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안철수-민주당의 통합신당은 거대 야당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으로, 오히려 양당 정치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

  4일 열린 제2차 신당 창당 추진단 회의 [출처: 민주당]

그럼에도 안철수 측과 민주당의 정책적 간극은 여전히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양 측의 ‘복지정책’은 일정한 온도차가 있다. 민주당은 현재 ‘보편적 복지’를 강령으로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 측은 사실상 ‘선별적 복지’를 추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복지포퓰리즘에 맞서는 성장친화형 복지 정책을 내세우며, 언론 등을 통해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택적 복지를 늘려가자는 것”이라고 못을 박은 상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당 창당 과정에서 그동안 ‘보편적 복지’등 강경 노선을 추구해 왔던 친노 세력을 배제하고, 보수적 정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새정치연합은 ‘합리적 보수, 성찰적 진보’라는 기조를 내세운 바 있으며,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사이에서 일정정도 보수적인 포지션을 취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곤 했다.

강동진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안철수의 복지 공약에서 보편적 복지에 가까운 것은 거의 없다”며 “그렇다고 대선 시기 민주당과 많은 차이점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사실상 공약 수준에서 양 측은 별 차이가 없었고, 이후에도 복지공약과 관련해 더 나아갈 정책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통합신당이 출범한다고 해도 지금 정책보다 후퇴하지는 않겠지만,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정치적 수사는 되풀이 될 수 있다. 이후 쟁점은 복지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논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동정책 역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양 측의 일정한 차이가 나타났다. 당시 민주노총은 문재인 후보에 대해 “주요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노동정책과 공약을 제시했다”고 평가했지만, 동시에 기존 노동소외 체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 측에 대해서는 “노동 없는 공약으로 노동자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고 비판했다. 공약 대부분이 ‘착한기업’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노사관계나 노동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다는 비판이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민주당과 안철수의 노동정책은 도긴개긴일 뿐이다. 특별히 다르다고 할 만한 것은 안철수 측이 노동정책에 있어서는 좀 더 보수적이었다는 것”이라며 “이는 ‘노동정책’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었던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안철수 의원이 통합을 선택한 것도, 지난 문국현 대선 후보 사례와 같이 재정적 부담의 위험 등을 피하기 위한 실리적 선택이었을 것”이라며 “일단은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에 통합신당이 친 노동 성향을 보일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정책적 변화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노동계로서는 안철수-민주당의 통합신당 창당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정호희 민주노총 대변인은 “민주노총으로서는 거대 보수 야당이 창당하는 것 뿐, 큰 기대나 관심은 없다”며 “내부에서도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그냥 잘 하셨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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