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난민 농성 2주째, “정부, 단 한 번도 찾지 않아”

“몇 번이나 비가 왔지만 법무부는 단 한 번도”…15일부터 단식 농성 예정

이집트 난민들이 과천 법무부 청사 앞에서 난민 지위 인정을 촉구하며 농성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정부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난민들이 14일 오후 법무부에 자신들의 요구에 응답하라며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1일부터 이집트 난민 15여 명은 법무부 앞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이집트 독재 정권에 맞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당국의 탄압을 피해 한국으로 피신한 활동가들이다. 한국에 도착한 뒤 이들은 정치적 박해를 사유로 난민 인정을 신청했지만 대게 1년 이상 심사를 기다려도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서 함께 농성을 시작했다.

14일 열린 집회에선 이러한 난민들이 서로의 참담한 상황을 공유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A씨는 “1년 이상 난민 지위를 신청하고 기다렸지만 원인도 모른 채 강제출국을 앞두고 있다”며 “법무부에 국제난민협약에 부합하는 난민 신청 절차를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B씨는 “한국에서 이집트 정부를 비판하는 자신의 활동 때문에 본국에 남아 있는 형제가 4년 형을 받고 이미 7개월 형을 살았다”며 한국 정부에 “이집트 독재 정부를 지원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C씨는 “이집트 혁명 과정에서 친구 5명이 희생됐고 친척 1명이 사망했다”며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왜 한국 정부가 이집트 혁명 활동가들의 난민권을 인정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2주 간 법무부 바로 앞에서 농성했지만 정부는 단 한 번도 찾지 않았다. 최근 누군가 아랍어로 된 전단을 가져와 거리에 천막을 쳐선 안 된다고 공지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에 대한 난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깊다. 집회에서 한 난민은 “그 동안 몇 번이나 비가 왔고, 밤에는 기온이 떨어져 무척이나 춥지만 우리는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힘겹게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단 한 번도 우리를 찾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국내 인권단체 참가자는 “이집트 정권은 2013년에만 1천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정치적 탄압을 피해 온 이집트 난민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들을 강제 송환하는 것은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집트 난민들은 난민지위 보장 외에도 한국 정부가 이집트 독재정부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조치는 현지 인권과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군사협력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집트 난민들의 농성은 난민함께공동행동 등 국내 인권단체들이 지원하고 있다. 집회에는 이집트 난민들뿐 아니라 다른 지역 난민들도 연대해 참가했다. 참가들은 “난민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인간이다” “법무부는 정당한 요구에 응답하라” 등을 외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집트 난민들은 15일부터는 단식에 돌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