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의 러시아 향한 동진정책, 우크라이나 위기 심화

[해외] “위키리크스, 우크라이나와 나토”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를 나토(NATO)에 가입시키려는 서구의 계획은 최소 2009년부터 논의돼 왔다.

2010년 11월, 위키리크스는 미국과 프랑스 외교관 회의를 기록한 비밀 외교문서를 공개했다. “A.S 파리 정책가와 고든의 회의”라는 제목의 이 문서는 2009년 9월 16일 미 국무부 유럽 담당 차관보 필립 고든과 프랑스 외교관 장 다비드 레비트, 다미앵 로라와 프랑소와 리시와의 회의를 요약한 것이다. 고든은 현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중동 특별 자문관이다.

외교문서는 이란에 관계된 서로 간의 우려가 대부분이지만, 마지막 항목 2번째에 “나토 확장 및 전략 구상”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2002년에서 2007년까지 주미 프랑스 대사로 일했던 레비트는 “(프랑스) 대통령 사르코지는 우크라이나가 언젠가 나토의 일원이 될 것이지만, 이 과정을 재촉해 러시아에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특히 우크라이나 여론 다수가 (나토) 가입에 반대한다면 더욱 그렇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고든은 레비트의 견해에 다른 말로 “나토는 문을 열었고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는 나토에 대한 사명이 있다는 것을 부쿠레슈티 회담 선언은 분명히 했다”고 표현했다. 레비트는 최근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2008년 4월 루마니아에서 진행된 나토 회의는 크로아티아와 알바니아에 가입을 제안했고 이들은 이듬해 나토에 가입했다.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결정은 2008년 12월까지 연기됐다. 하지만 2008년 8월, 조지아 군이 나토가 그들을 원조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남오세티야의 독립 지방을 공격하고 러시아와 짧고 위험한 전쟁을 감행하는 바람에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 가입 논의는 보류됐다. 우크라이나인 40%가 나토를 하나의 위협으로 여기며, 17%만이 우호적인 시각을 가졌다는 여론 조사도 이에 영향을 미쳤다.

나토의 동진, 1990년 2월 협약 정신 위반

[출처: https://portside.org/ 화면캡처]

러시아 국경 지방으로 동맹을 확장시키려는 나토의 움직임은 당시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미 국무장관 제임스 베이커와 독일 헬무트 콜 사이에 채결한 1990년 2월 협약의 정신을 분명히 위반하는 조치다.

당시 문제는 독일과 나토였다. 2차 세계 대전을 종결시킨 조약에 따라, 소비에트는 동독에 군대를 주둔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과 독일은 미국과 나토군을 서부에 주둔시키는 한편, 동부에 있는 38만 소비에트 군대를 철수 시키게 되는, 동-서독 통일 협상을 위해 애를 썼다.

러시아는 철군 의지가 있었지만 그들의 공백을 미국과 나토군이 메우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 였다. 2월 9일 고르바초프는 베이커에게 “나토 지역 확대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커는 그에게 “나토 관할지는 동부를 향해 1인치도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시켰다.

베이커와 고르바초프의 회의는, 고르바초프에게 “당연히 나토는 영토를 확대시킬 수 없다”고 보증한 서독 헬무트 콜 총리와의 회의 다음 날 진행됐다. 그리고 서독 외무장관 한스 디에트리히 겐셔와 소비에트 외무장관 셰바르드나제 간 회의에서, 겐셔는 상대편에 “우리에게, 나토가 동부로 확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적대세력에 에워싸인 러시아

하지만 어떠한 보증도 기록되지 않았고, 소비에트연합은 붕괴하기 시작했으며, 협정은 무시됐고 나토군은 동독에 주둔했다. 러시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동부를 향한 나토군의 행진에 대해 협정 정신을 침해한다고 불만을 나타냈으나, 러시아는 이에 대해 무엇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뉴리퍼블릭> 전 편집장 피터 베이나트는, <애틀랜틱>에 나토를 확장시키는 결정에 대해 많은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무모한 도발’로 간주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저명한 냉전 역사가 존 루이스도 “일반적으로 매우 논쟁적인 역사가들조차도 평소답지 않게 같은 의견”이라며 “그들은 나토 확장을 분별없으며, 시기적으로 부적절하고 무엇보다도 포스트 냉전 세계의 현실에 걸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심각하게 약화되며 냉전의 승리는 서방측으로 넘어갔다.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1995년 유고슬라비아에서 나토가 전쟁을 하도록 했고, 보스니아에는 군대를 배치했다. 1997년을 마지막으로 폴란드, 헝가리와 체코는 나토에 합류했고 이어 2004년에는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7개 소비에트 블록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했다. 나토의 “평화를 위한 파트너쉽”은 구 소비에트 공화국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을 대상으로 확대됐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연합의 ‘구제금융’은 키예프를 유럽 군사 조직에 묶어 두려는 조항을 포함한다. 요컨대, 러시아인들은 그들이 적대 세력에 에워싸여 있다고 느끼며, 비평가들은 이 사실을 크림에 대한 조치에 나선 모스크바에 대해 유념해야 한다.

나토의 무분별한 동진, 우크라이나 일대 피해

군사적 동맹을 잠재적인 적수의 국경으로까지 밀어 부치는 위험은 이번 주 나토가 발트해와 폴란드에 군대를 주둔시키기 시작하고 미국이 흑해에 유도미사일 구축함을 파견하면서 분명해졌다.

펜타곤(미 국방성)은 폴란드와 발트해 연안국에 F-16 전폭기와 F-15 전투기, 뿐만 아니라 C-130 수동기와 RC-135 공중급유기를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테스토니아의 경우, 이는 러시아 북방 국경에 대한 나토군 증강으로 이어진다.

미 해군 순양함(USS Truxtun)은 크루즈 미사일과 대함 순항 미사일로 무장된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이다. 쿠르즈 미사일은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다. 미 해군에 따르면, 미 해군 순양함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위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단순히 아주 작은 이 루마니아 그리고 불가리아 해군과 연합훈련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미 해군 순양함이 문제 해결에 투입되거나 F-15와 F-16이 러시아 MIG 전투기 그리고 수호이와 담력 겨루기를 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실수는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긴장이 높을 때 그렇다. 바로 현재의 상황이 고르바초프가 1990년에 피하려 했던 사태이고 이 상황 때문에 나토의 무분별한 동진이 우크라이나 일대에 피해를 준다.


[저자] 컨 할리난(Conn M. Hallinan)은 미국 대외정책에 관한 독립 칼럼리스트로, 캘리포니아대 인류학 박사다.
[원문] https://portside.org/2014-03-11/wikileaks-ukraine-nato
[원제] WikiLeaks, Ukraine & NATO
[게재] 2014년 3월 11일
[번역] 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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