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농부들, 트랙터 몰고 FTA 반대...브뤼셀 도심 마비

4,500명 유럽의회 포위...“우리는 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

자유무역협정을 저지하기 위해 유럽 농부들이 30대의 트랙터를 몰고 시위에 나서 브뤼셀 도심을 마비시켰다. 유럽 전역에서 몰려온 시위대는 유럽의회를 에워쌌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인형과 건초더미도 불태웠다.

<비비씨> 등에 의하면, 19일 EU집행위원회가 열렸던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약 4,500명(주최 측 집계)이 긴축정책과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출처: Corporate Europe Observatory]

시위는 벨기에 뿐 아니라 프랑스, 덴마크와 독일 등 유럽 전역의 농민단체, 노동조합과 환경운동 등 시민단체들이 결성한 ‘D19-20 동맹’이 주최했다. EU집행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은 19일까지였던 일정을 하루 앞당겨 종결했지만 활동가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예정대로 시위를 강행했다.

현장에서 사람들은 “긴축은 불평등을 확대할 뿐”이라면서 “의료비와 같은 중요한 사회복지비를 되돌려놓으라”고 요구했다. 또 “바닥으로의 경쟁을 강요하고 대기업을 위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시위에서 농부들이 몰고 나온 트랙터는 벨기에에서 가장 분비는 도로 하나를 완전히 마비시켰다. EU집행위원회 건물 인근에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인사말을 빗댄 “Merry crisis and happy austerity(즐거운 위기와 행복한 긴축)”이라는 문구가 걸렸으며 유럽의회 주변에는 참가자들이 불태운 건초더미로 연기가 자욱했다. 참가자 1인은 금속 기둥에 올라가 EU집행위를 반대하는 문구를 걸었다.

[출처: @CADTM_]

시위에 참가한 세바스티안 프랑코 활동가는 “이 회의가 이렇게 일찍 끝난 것은 처음”이라면서 “나는 우리 때문만이라고 말하진 않겠지만 우리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와 로비스트들은 저항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고 우리는 그들이 이 전투에서 패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벨기에 사회주의 노동조합 CGSP의 루디 잔쎈스는 “TTIP가 모든 것을 상품화할 것이며 환자 또한 소비자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채 농사를 짓는 티츠 볼렌스는 “우리 농부들은 식량 주권과 미래를 원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EU집행위원회는 내년 말까지 TTIP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유럽연합에서는 영국 정부가 이 자유무역협정을 가장 강력히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지난해 유럽 정치인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감시 사실이 폭로된 후 미국 정부가 유럽 동맹을 계속 감시하는 한 TTIP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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