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통신사 <스쿠프> 인터넷판은 5일(현지시간) 미국과 호주는 TPP 협상의 3대 쟁점 중 가장 큰 논란거리인 의약품 특허 보호기간에 대한 이견을 좁혔지만, 칠레와 페루는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출처: 퍼블릭 시티즌] |
의약품 특허 보호기간 논란은 애초 미국 측이 한미FTA 체결 뒤 도입한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자료독점권 보호기간 12년제도를 TPP 조항에 도입하자고 발의하면서 불거졌다. 제약회사가 신생 의약품을 개발한 뒤 의약당국에 해당 의약품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임상실험 등의 자료를 제출하는데 이 자료에 대한 독점권을 12년 동안 보장하여 다른 제약회사로부터의 복제를 방지하는 제도다. TPP에 이 조항이 추가될 경우 의약품 개발에 대한 독점권이 강화돼 환자들의 이용권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 등은 바이오의약품 자료독점권 보호기간을 5년 이하로 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논란을 빚었지만 이번 각료회의에서 사실상 8년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칠레와 페루 등은 여전히 반대 의사를 내보내고 있다. 칠레는 이미 TPP 협상에 참가하는 거의 모든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상황이어서 추가 협상에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칠레는 또 지난 7월 하와이에서 진행된 각료 회의에서는 바이오의약품의 자료독점권 보호기간을 없애자는 급진적인 주장을 내기도 했다.
캐나다 언론 <아이폴리틱스>에 따르면, 칠레와 페루뿐 아니라 뉴질랜드 또한 5년 이상의 의약품 특허 보호기간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TPP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미국 애틀랜타 회의장에서는 미국 암환자를 비롯한 활동가들이 TPP에 대한 반대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한 유방암 환자가 시위에 나섰다가 회의장에서 수갑이 채워져 끌려 나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커먼드림스>에 의하면, 여성 암환자 차하라 헥셔(Zahara Heckscher)는 지난 30일 TPP 회의장 로비에서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헥셔는 “나는 암 투병 중이다. 나는 몇 년을 기다릴 수 없다”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TPP 반대시위를 진행했다. 그는 “나의 링거를 잘라내지 말라”가 적힌 링거를 들고 제약회사에 대한 독점권을 강화하는 이 조약이 환자들의 목숨을 빼앗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은 헥셔가 호텔 로비에서 성명을 낭독하기 시작하자 회의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시위 중단을 요구했다가 그가 경찰의 요구를 거절하자 이 환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연행했다.
“의약품 특허 보호기간 8년 조항은 환자에게 사망선고”
차하라 헥셔는 암환자 및 생존자 모임의 일원이다. 이 단체는 TPP 비밀 협상문 공개를 요구해왔다. 이들은 TPP 협상문을 공개하고, 최종 합의문에 ‘사망선고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가 '사망선고 조항'이라고 부르는 조항은 제약에 관한 독점기업의 권리를 사실상 8년까지 확대하는 내용으로서 미국 측 대표단이 제출해 협상문 초안에 수록됐다.
미국 소비자단체 ‘퍼블릭 시티즌’에 따르면, 헥셔는 유방암 투병 중이며 항암제 트라스투즈맵 등으로 치료받아 왔다. 그는 시위에 나선 이유에 대해 “TPP 때문에 수천 명의 여성이 유방암으로 죽을 수 있다”면서 “이는 끔찍하고 잔혹하지만, 미리 계획된 그러나 피할 수 있는 재앙이다. 이 약들 중 일부는 연간 수만, 심지어 수십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헥셔는 또 “당신이 지금 유방암에 걸렸다면 치료하는 데 6~8년이나 기다릴 순 없는 일이다. 암에 걸린다면, 치료가 1년만 늦어져도 사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TPP 의약품 조항을 사망선고 조항이라고 부른다. 이 조약이 통과된다면 나와 같은 수천 명의 여성은 죽음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회의장 밖에서도 여러 명의 암환자가 “우리는 8년을 기다릴 수 없다”는 문구를 들고 시위했다. 미국 TPP 반대 단체들은 지난 달 30일 TPP 협상 각료회의 개막에 맞춰 회의장 밖에서 반대 시위를 진행해왔다. 지난 2일에는 활동가 4명이 연행됐다.
이번 TPP 협상 각료회의는 지난 하와이 각료회의에 이어 낙농품 시장 개방, 자동차 교역, 의약품 특허 보호기간 등 3대 쟁점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각료회의는 애초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2일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4일까지 연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