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와 홍준표, 그리고 진주의료원

[참세상 논평] 홍준표, 대처도 못 건드린 공공병원 말살하나

‘철의 여인’이라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가 세상을 떠났다. ‘대처리즘’이란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로 대처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신자유주의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대처는 총리에 취임해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였고, 이에 문제를 제기하는 세력에는 “타협은 없다”거나 “다른 대안은 없다(Tina)”고 외치면서 비타협적 태도를 고수했다. 광산폐쇄에 항의하는 탄광노조의 탄압은 ‘브레스트 오프’, ‘풀 몬티’, ‘빌리 엘리어트’ 등으로 영화화됐다.

‘랜드 앤 프리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등으로 유명한 켄 로치 감독은 그녀의 죽음에 “그녀의 장례식을 민영화해서 가장 싸게 입찰하자”고 말했다. 총리 시절 철도, 가스, 광산 등 공공부문 민영화를 강력하게 밀어붙인 그에게 어울리는 조사일지도 모르겠다. 대처가 사망하자 영국에서는 그의 평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고, 죽음을 축하하는 시위까지 벌어졌다. 그만큼 대처가 영국사회에 남긴 상처는 크다.

수많은 공공부문을 민영화한 대처도 민영화하지 못한 영역이 하나 있다. 바로 국가보건의료체계 NHS다. 예산을 줄이고 운영메커니즘에 시장 논리를 도입하긴 했지만, NHS를 민영화하지는 못했다. 영국인의 삶과 생활 속에 NHS체계가 뿌리 내리고 있었기에 감히 엄두를 못 냈을 것이다. 하지만 대처 이후의 영국 정부, 특히 토니블레어의 신노동당 정부도 대처의 정책을 이어받아 인력과 예산을 축소했고, 공공병원 의료의 질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대처는 유명을 달리했지만, 대처리즘은 살아서 여전히 전 세계를 휩쓸고 있고 한국사회에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적자라서 운영이 안 된다”는 논리로 공공보건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논리는 대처가 영국의 공공부문을 민영화하면서 내세운 논리와 같지만, 신자유주의 원조 격인 대처도 공공병원은 건들지 못했다. 심지어 경상남도는 환자와 의사들을 내쫓고, 의약품공급을 끊는 비인간적인 행위까지 자행하고 있다. 새누리당까지 나서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권고했지만, 홍준표 도지사는 ‘강성 귀족 노조 때문에’라는 이유까지 들이밀며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타협은 없다”는 대처의 태도와 닮았다. 이러한 태도로 고통받는 이들은 결국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다.

홍준표 도지사는 “자치단체의 권한”이라고 표명했지만, 이제 진주의료원 문제는 전국적이고 정치적인 사안이 되었다. 진주의료원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진주의료원 사태를 공공의료의 역할과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홍준표 도지사는 근거 없는 정치논리로 폐업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먼저 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한국사회 공공의료도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만을 위한 시혜적인 의료가 아닌 모든 국민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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