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농성 1700일 넘긴 재능교육, 최종교섭 불발

“단체협약 복구 안하는 것은 기만” vs “양보할 만큼 했다”

1724일째 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재능교육 노조의 투쟁이 더 장기화 될 전망이다.

재능교육 사측은 지난 8월 28일 노조에 최종교섭안을 전달했다. ‘최종’의 뜻대로 사측은 더 이상 교섭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사측의 최종안은 과대 허위광고와 다름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최종교섭안을 받아 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능교육 노조와 사측은 지난 5월부터 12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다. 수 차례 교섭안이 오갔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했을 뿐 간극을 좁히지는 못했다.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의 유명자 지부장은 “그 동안의 교섭은 노동조합의 제안과 요구를 논의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회사의 입장만을 강요하는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사측이 제시한 최종교섭안의 내용은 △해고된 11명과 위탁사업계약 체결 및 계약해지 이전 소속지국으로 배치 △위탁사업계약 체결 즉시 단체교섭 시작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및 처벌불원 탄원서 제출 △생활안정지원금과 노사협력 기금으로 1억5천만 원 지급 등이다.

사측은 이같은 최종안을 제시하면서 노조의 요구를 충분히 수용한 전향적인 안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조 측은 사측이 제시한 안 모두 “사측이 외부에 사태를 포장하기 위한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11명은 해고자 전원이 아니다”

재능교육 사측은 최종교섭안에 “합의서 체결 즉시 ‘11명 전원’과 위탁사업계약을 체결하고 계약해지 이전 소속지국으로 배치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노조 측에선 “해직자는 11명이 아니라 12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명자 지부장은 “해직돼 투쟁을 이어가다 올 해 초 사망한 故 이지현 씨의 명예회복과 복직, 사망보험금 지급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전원 복직이 아니”라고 밝혔다. 투쟁과정에서 사망한 이지현 조합원 역시 복직자 명단에 올라야 하고, 또 부당해고자로 인정되면 지급될 사망보험금과 사측의 조의금 등이 전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 해 1월 사망한 이지현 조합원은 해직 이후 농성에 참여하다 사측과의 마찰 끝에 전치 3주의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사측은 “이지현 조합원의 명예회복은 노조의 주장일 뿐 유가족들의 뜻도 아니”라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단체협약 복구와 단체교섭 시작

사측은 최종교섭안에서 “위탁사업계약 체결 즉시 단체교섭을 시작한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노조는 “2007년 체결한 단체협상을 다시 원상복구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가 대법원 판례에서 볼 수 있듯 노동자가 아니며 따라서 노조 역시 정식의 노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능교육 사측 관계자는 “법적인 협약이 아니었음에도 회사는 법적절차를 지켜가며 협약을 해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에도 회사는 법적으로 노조가 아닌 이들과 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교섭을 시작한다고 했는데 노조가 일방적으로 교섭을 거부하고 협약의 원상회복만을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명자 지부장은 “1999년 노동부로부터 노조필증을 받고 인정받은 정식 노조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체결한 단협을 이후 4번이나 갱신했다”고 밝히며 “해고 이전의 단협은 회사가 일방적으로 파기했으며 따라서 이를 원상회복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재능교육 노사는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인 2007년에 단체협약을 타결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 사측이 단협을 파기하고 재능교육 노조가 법적으로 인정받는 노조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재능교육 지부 농성장


결렬로 가는 최종교섭...더 긴 투쟁으로 가는가

사측이 제시한 교섭안은 말 그대로 ‘최종안’이다. 앞선 관계자는 “사측은 최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이것과 다른 안은 없으므로 노조가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최종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끝을 보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자본의 시혜가 아니라 원칙을 포기하지 않는 투쟁으로 쟁취할 것”이라며, 사망한 이지현 조합원을 포함한 12명의 해직자가 전원 원직복직하고 단체협약과 노동자성을 인정해 줄 것을 끝까지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유명자 지부장은 “사측이 어떻게 알았는지 주변 연대 단체들과 개인 활동가들에게도 메일을 보내 마치 사측이 대단한 양보를 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이는 기만”이라고 주장했다. 유 지부장은 “사측이 노조법을 들먹이며 단체협약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투쟁에서는 국회를 상대로 한 노조법 개정 투쟁에서 재능교육의 상황이 부각될 수 있도록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1700여일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재능교육 노조의 투쟁은 거의 2년 만에 재개된 대화와 교섭으로 해결의 물꼬를 트는 듯 보였다. 그러나 사측이 제시한 최종교섭안에서도 서로의 간극만 확인한 채, 다시 더 긴 싸움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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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협약 , 재능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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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산교

    절대 이 사태를 절대끝내지 않을겁니다.
    문제해결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는게 노동계의
    판단이고 재능투쟁을 지지하던 많은 동지들도
    의구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금 본인이 노동계의 아이돌이라고 생각하며
    거짓눈물을 흘리며 하찮은 일개학습지 교사가 아닌
    어떤 아이콘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진보신당 비례대표를 욕심내고 있어 정치권과의
    대화도 활발하다고 들었습니다.
    본인의 욕심을 위해 노동의 가치를 유린하는
    이것이 사악한 자본과 어떤점이 다르다는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