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와 리처드 스톨만 비교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황제'로 통하는 빌 게이츠(44)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세계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사용자들이 `성 그누(GNU)시우스'라고 부르는 리차드
스톨먼(47)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두 거물이 같은 시간에 우리나라에 머무른다.

게이츠회장은 13일 밤 우리나라에 와 15일 아침 일본으로 갈 예정이고,
스톨먼은 14일 오후 도착해 19일까지 있는다.

둘은 마주칠 지 모르지만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게이츠와 스톨먼은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밥을 먹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둘 다 명문 하버드대학에서 공부했고, `해커' 경력을 가진 컴퓨터 전문가이자
프로그램 개발자다.

하지만 생각은 정반대다.

게이츠는 `카피라이트' 진영의 대표, 스톨먼은 `카피레프트' 운동의
선구자라 불린다.

카피라이트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려면 개발자에 대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카피레프트는 소스코드까지 공개해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공짜로
사용하고 변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사상이다.

게이츠의 저작권보호 정책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소프트웨어를 무단 복제해 사용하는 개인과 기업에게는 단속과 고발을 통해
철퇴를 가한다.

컴퓨터 운용체제 독점을 통해 소프트웨어 업계를 평정하고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됐다.

이번에 우리나라에 온 것도 소프트웨어 마케팅을 위해서다.

그는 아시아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 150여명을 불러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을 설명하는 `아시아 엔터프라이즈 서밋' 행사를 14일
주관한다.

이 행사는 게이츠 회장이 직접 최고경영자들을 설득해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게 하기 위해 매년 열고 있다.

게이츠는 이 자리에서 `차세대 윈도서비스' 전략을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스톨먼은 소프트웨어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스스로 이를 생활속에서 실천하고 있다.

83년부터 혼신을 다해 추진하고 있는 `그누(GNU)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그는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그누 프로젝트는 상업용 소프트웨어는 사용하지 말고 자유 소프트웨어만
사용하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

자유 소프트웨어만으로 컴퓨터를 사용하고, 소스코드의 완전 공개로 개발자가
곧 사용자인 세계를 만들자는 것.

그래서 스톨먼을 `정보사회주의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누 프로젝트는 아이비엠과 미국전신전화 등 컴퓨터 기업들이 유닉스를
상용화해 사용료를 요구하는 것에 반발해 시작됐다.

이는 그누가 `그누는 유닉스가 아니다'(GNU is Not UNIX)의 약자라는 데서도
나타난다.

리누스 토발즈가 리눅스의 창시자라면, 스톨먼은 이를 `윈도' 경쟁자 수준으로
키운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오픈 소스 운동과 리눅스가 마이크로소프트 앞날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스톨먼의 우리나라 일정도 리눅스 중심의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을
전파하는데 맞춰져 있다.

정보통신부와 프리소프트웨어재단 주최로 14~19일 열리는 `글로벌 리눅스 2000'
행사 참석이 주목적이다.

그는 15일 오후 3시 코엑스 3층 특별전시장에서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을
추진하게 된 동기와 리눅스의 미래에 대해 연설한다.

또 18일 오후 3시에는 연세대 대강당에서 `소프트웨어 특허의 문제점'에 대해
강연한다.

그는 비지니스모델을 포함해 소프트웨어 특허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카피레프트
운동의 의미를 강조할 방침이다.

추구하는 길이 서로 다른 만큼 생활도 딴판이다.

게이츠는 대저택에서 살고 출장 때는 고급 호텔에 묵는다.

대만에서 우리나라에 올 때도 전세기를 타고 왔다.

숙소도 신라호텔의 고급 객실로 잡았다.

스톨먼은 집이 없다.

또 연중 3분의 2 정도를 그누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개발자 집에서 지낸다.

이번에 한국에도 타이항공 일반석을 이용해 온다.

숙소도 별도로 잡지 않고, 리눅스코리아 이만용 이사의 8평짜리 원룸에서
지내기로 했다.

둘은 일정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게이츠는 14일 오전 `아시아…' 행사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기자간담회(2시),
마이크로소프트 미래기금 출범식(3시), 소프트웨어 개발자 초청 강연회(4시) 등
바쁘다.

또 중간에 짬을 내 안병엽 정보통신부 장관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컴퓨터·소프트웨어 업계 대표자들도 만날 계획이다.

반면 스톨먼의 일정은 상당부분 비어 있다.

공식일정은 14일 저녁 7시30분 코엑스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리는 리눅스
공로자 시상식에 참석하고, 15일 코엑스 전시장과 18일 연세대 대강당에서
강연하는 게 전부다.

이만용 이사는 “나머지 시간은 개발자를 찾아다니며 만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언제 누구를 어디서 만날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재섭 기자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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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 스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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