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질서확립법' 밀실추진

정통부에 권한 집중, 통신검열 우려

최근 정보통신부는 온라인매체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정보통신부 관련기구가 완성안을 만들어놓고 대통령이 주재하는 정보화전략회의에 보고하는 방법으로 법안의 내용을 기정 사실화시켜 관련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일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준비중인 법안은「개인정보보호및건전한정보통신질서확립등에관한법률」(이하 질서확립법)이라는 제목으로「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이하 이용촉진법)을 개정한 법률안이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12일 열린 정보화 전략회의에서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강화하고 인터넷 내용등급제를 도입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정비키로 했다'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공식화된 이 개정안은 20일 공청회를 거친 후 입법 예고되며 올 10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계획이다.

정보화 사회에서 밀실추진?

관련 민간단체들의 비판은 이런 일방적인 '과정'에 대해서부터 시작된다.

김기중 변호사는 "아직 법안을 공개한 것도 아니고, 이번에 공청회를 열어 의견수렴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은 밀실추진으로 봐야 한다"며 "현대사회에서 미리 내놓고 얘기를 해야지, 미리 완성된 안을 마련해 놓고 의견을 말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비난했다.

또 김종남 YMCA 열린정보센터 사무국장은 "질서확립법의 마련은 철저히 정보통신부 산하기구만으로 이루어진 작업이며 어떤 전문가들이 참여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정부가 이 법안을 추진한다는 것을 감지한 것은 2주도 채 되지 않는다"며 "정보화사회에 들어선 우리들에게 이런 문제는 철저히 공개되고 투명화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질서확립법'의 내용에 대해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온라인매체와 온라인커뮤니티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정보통신부와 산하단체에 집중된 점 △헌법재판소에서 현재 위헌여부를 가리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의 '불온통신' 규정을 오히려 '불법정보'라는 이름으로 확대 규정하여 사실상 '검열'로 작용할 수 있는 점 △섣부른 판단이 어려운 인터넷내용등급제의 도입을 규정한 점 △정보제공자 뿐 아니라 이용자의 책임을 과도하게 규정한 점 등을 들어 "인터넷을 포함한 정보통신망에 대한 정보통신부의 시대착오적이고 불건전한 권력적 개입"이라 반발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저지'해야 한다

그러나 '질서확립법'의 내용은 일부 언론에 의해 '개인정보 보호 강화'와 '청소년 유해정보 규제'로만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김 사무국장은 "개인정보와 청소년 보호는 당연히 동의할 원칙이지만 문제는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느냐에 있다"며 "질서확립법은 상식 이하의 방식을 택하여 정보통신부와 산하기관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 모른다. 어느 누가 그런 힘을 부여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일부 긍정적인 면보다는 전체적인 폐해가 큰 법안이기 때문에 '일단 저지'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정책실장은 '질서확립법'이 시행될 때 네티즌들에게 닥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온라인매체에 글을 올렸는데 '불법정보'란 딱지가 붙어 삭제된 상황이다. 이에 글을 올린 이가 항의하고 싶어 이의를 제기하면, 그의 글에 '불법'이란 딱지를 붙인 기관(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 '분쟁조정'의 권한도 갖고 있는지라 결국 '같은 기구'가 모든 상황을 처리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또한 수사기관에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정보제공을 요청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제공해야 한다. 이 경우 이용자 자신도 모르게 '감시'를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되며 모든 이용자가 컴퓨터범죄 혐의자가 된다. 표현물에 대한 불법성 판단은 사법기구도 어려워하는 일인데 그 불법성의 판단을 행정기구가 갖는 상황에서 '불량이용자'의 명단에 오른 이는 자신이 사용하던 기존 통신망 외에 여타 통신망의 이용도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즉 항시 통신이용권을 박탈당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한편 이 문제에 관하여 현재 진보네트워크, YMCA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류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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