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인터넷 등급제 시행 ‘정보사전검열’비판고조


정부의 인터넷내용등급제에 대해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이 사전검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내년 7월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밑에 등급표시심의기구를 설치해 등급을 표시하지 않은 콘텐츠 가운데 등급을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등급표시기구가 직접 등급을 결정해 표시할 계획이다.

또한 정보통신부는 정보제공사업자가 자율적으로 표시된 콘텐츠 등급에 대해서 정보이용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도 그 적절성을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등급표시의 기준과 방법 그리고 심의 기준이 구체적으로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등급을 표기하거나 사업자의 등급을 심의하는 것은 자의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헌법재판소에서 현재 위헌여부를 가리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의 ‘불온통신'규정을 오히려 ‘불법정보'로 확대 규정하고 심의하는 것은 행정검열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도 물론 통신망의 음란·폭력물로부터 청소년이 적절히 보호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그러나 청소년보호라는 명분아래 통신내용(contents)의 제공자와 이용자에 대한 정부통제를 크게 확대함으로써 통신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실장은 "청소년 유해정보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사실 포괄적 해석에 따른 표현의 자유 침해 여지가 있다"며 "인터넷 정보내용 등급표시제는 사실상 검열이며 전면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종원 서울 YMCA 시민사회개발부장은 "불법정보에 대한 규정이 추상적이어서 행정당국이 자의적으로 이용할 여지가 있다"며 "등급표시를 공적기관에서 주도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정보통신국의 조형진씨는 "정보제공자가 자율적으로 표시한 등급이 적절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게시물이나 정보가 삭제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네티즌들도 정통부 게시판 등에 인터넷내용등급제의 철회를 요구하는 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PC통신 동호회 ‘넷츠고 통신 자유모임’은 "등급이라는 명목으로 사이트 폐쇄, 삭제 등이 남용되고 검열이라는 도구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우리는 과거의 우스꽝스러운 검열의 잣대가 첨단 인터넷 세상으로 회귀함을 반대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검열반대'라는 네티즌은 정통부 사이트에 "창작물에 대한 심의 등이 민간주도로 되어 가는 흐름 속에서 국가기관이 등급제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따라서 이 등급제는 네티즌들의 ‘알 권리'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완 정보통신부 정보이용과 사무관은 "내용등급표시제는 사전심의와는 다르며 자율등급제의 정착이라는 관 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홍 사무관은 "인터넷의 모든 내용을 심의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보호법에 의해서 청소년유해정보로 판정을 받은 내용이나 불법정보(수간, 강간, 아동포르노, 성폭행 등) 제공자를 대상으로 등급을 표시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홍사무관은 "지금은 심의단와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단계이며, 시민단체, 학계 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향닷컴/이유선기자 psstly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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