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파동, 그리고 자본과 제국주의

광우병 파동, 그리고 자본과 제국주의

강수돌/ 고려대학교 국제정보경영학부 교수


얼마 전만 해도 ‘대망’의 21세기라고 온 세상이 난리를 쳤지만 나는 이를 ‘크게 망한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싶다. 생명의 용솟음보다는 죽음의 공포가 온 세상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를 ‘미친 소‘ 이야기에서 본다. 최근 광우병 파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에서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을 하겠단다. 독일은 광우병을 우려해 도축할 예정인 소 20만 마리를 북한에 원조하겠다고 나섰고, 스위스도 침체한 쇠고기시장 재활성화와 소비자 불안 해소를 위해 700만 프랑 어치의 쇠고기를 북한에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유럽의 북한 지원 : 인도주의?

일단은 좋은 일 같다. 배고픈 사람들에게 먹을거리를 준다니까. 그런데 뭔가 석연찮은 느낌은 든다. 광우병에 겁나니까 인도적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려는 데서 오는 분노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선진 자본주의의 기업들은 자국 내에서 노동운동과 환경운동 등이 활성화되어 돈벌이가 시원찮게 되자 저임금, 공해, 저부가가치 산업을 해외직접투자의 이름으로 후진국에 이전해 왔다. 후진국에서는 노동권, 환경권에 대한 의식과 제도적 장치가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3세계 민중들의 노동 및 자연을 가혹하게 이윤극대화에 동원하였다. 부분적으로는 현재 한국자본도 중국, 동남아, 남미 등에서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 이번 북한 쇠고기 지원도 이런 맥락과 닮은 점이 있기에 매우 불쾌하다.

현재 제3세계는 이자만도 매년 450억 달러씩 선진국에 내야 할 정도로 외채에 시달리고 있는데, 외채탕감에는 인색한 선진국들이 소들을 선뜻 내놓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북한이 값싼 토지와 저렴한 노동력, 일부 풍부한 광물 자원의 공급지로, 중국이라는 큰 시장의 전초기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기에, ‘현재의 지원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개념 속에 이런 행위가 나오고 있다고 본다.

광우병의 근본 원인

하나만 더 따져보자. 바로 광우병의 원인이다. 광우병은 원래 채식 동물인 소가 동물성 사료를 먹어서 발생하는 ‘암’이다. 왜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가? 소를 공장식으로 대량 사육하고 빨리 살찌워야 하기 때문에. 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다. 결국 축산자본가의 탐욕 때문에 소, 양, 돼지, 닭들은 암모니아, 톱밥, 유해잉크가 들어간 잘게 잘린 신문지, 쓰레기 하수 처리물, 못 먹는 수지와 기름, 시멘트 가루 등이 들어간 먹이까지 먹는다. 게다가 살충제, 항생제, 호르몬제가 사료에 가미되며, 먹기 좋게 만들려고 인공조미료, 향료까지 곁들여진다.

사태가 이러한데도 축산업자들로부터 직·간접적 지원을 받는 의료계나 영양학계에서는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가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쇠고기 섭취를 권장한다. ‘고기 먹기’를 좋아하는 우리의 식습관과 축산자본가의 탐욕이 우리의 건강과 동물의 건강을 좀먹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광우병 파동과 쇠고기 북한 지원 논란을 계기로, 자본의 논리 속에 골병드는 우리 자신을 심각하게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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