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윤리위 '차단목록' 열람기>

<정보통신윤리위 '차단목록' 열람기>

동성애사이트에 철조망을 치다

우이현주 (한국여성성적소수자 인권운동 모임 '끼리끼리' 회원)

6월 20일, 끼리끼리, 동인련, 평화인권연대를 비롯한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 활동가들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12만여 건에 이르는 '차단
목록'의 '일부'를 열람했다.

이 '차단목록'은 각 업체의 소프트웨어에 장착되고 PC방, 공공도서관등에
의무적으로 설치된다. 이 '목록'에 오른 사이트는 인터넷에서 차단, 격리되는
셈이다.
'차단등급' 부여과정은 해당사이트를 찾아오는 기술적 경로 그리고 이에 일일이
등급을 부여하는 과정으로 나뉜다. 포르노 사이트에 링크된 사이트들을 기계가
자동으로 긁어 오면 3명의 모니터(아르바이트)들이 '노출, 섹스, 혐오, 퇴폐,
폭력, 사행, 불법'의 등급기준으로 나누고 그 정도를 표기한다. 윤리위원회는
차단목록의 99%가 '포르노'이고 '음란물'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단지
3명이 하루에 3백여건 씩 처리하다보니 자의적이고 포괄적인 차단이
이루어진다. '아르바이트'의 고정관념에 어긋나면 차단되는 것.

자의적으로 '차단' 여부 결정

동성애 관련 사이트들은 b, c, g(노출, 성, 퇴폐) 범주에서 2, 3, 4등급으로
고루 나뉘어져 있었는데 그나마 약하게 분류된 g-2등급에는 인권운동 사이트,
동성애자 뉴스 사이트도 속해 있었으며 b, c-4등급으로 분류된 사이트 중에는
여행안내 사이트, 각종 생활정보를 주는 사이트, 동성애관련
지역정보(gaytoronto, gayvancouver) 사이트 등이 있었다. 이외에도 클린턴도
표지인물로 등장했던 '가장 진지하고 엄숙한 동성애 잡지(advocate.com),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동성애자 인권운동 네트워크(ilga.org)도
차단대상이다. 동성애자들은 뉴스를 공유해도 안되고 자신들의 인권을 보장받기
사이트를 만들어도 '퇴폐 등급'에 의해 세계에서 차단된다.

동성애자들은 자신의 권리도 이야기 할 수 없다는 것일까? 결국 이 목록에
들어있는 동성애 사이트들은 그저 '동성애' 사이트이기 때문에 포함된 것이다.
'진짜 차단되어야 하는 사이트'에 '링크돼 있다는 이유'로, '사이트에 뜬
광고가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동성애 사이트들이 차단목록에 오르게 된다.
광고가 잘못되었으면 그 광고를 낸 쪽에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고, 링크시킨
사이트가 잘못되었으면 그 사이트와 해결을 봐야지 왜 멀쩡한 사이트를 목록에
올려놓고 퇴폐네, 음란이네 하느냐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는
'동성애자=변태, 동성애=비정상적, 퇴폐적'이라는 고정관념을 충실히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

이런 등급을 부여받은 해외 동성애 인권운동 사이트나 뉴스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당신들의 사이트가 퇴폐 사이트로 분류되었습니다. 당신들의
사이트는 한국 네티즌은 도저히 접근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라고 서신을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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