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윤, 통신업체 앞세워 검열강화



'구국의 소리' 구실로 6백여사이트 '일망타진' 기도


정보통신윤리위(아래 정통윤)가 새로운 검열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정통윤은 지난 7월 19일 진보넷 등 8개 사회단체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올려진 '구국의 소리'를 불건전 정보로 심의·결정해, 같은 달 31일 온세통신, 한국인터넷데이터센터(KIDC), 아이아시아웍스코리아 등의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해당정보의 삭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진보넷, 전국연합 등은 정통윤의 이 조치가 인터넷 게시물을 문제삼아 진보넷, 전국연합, 전농, 통일연대 등 8개 사회단체를 인터넷 세상에서 격리시키라고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술적 수단 없는 업체에 '삭제요구'

온세통신 등은 단순히 회선제공업체 혹은 서버호스팅업체로서 '구국의 소리'를 삭제할 수 있는 서버관리자가 아니므로, 이들 업체들이 '해당정보'를 삭제하기 위해서는 진보넷이나 전국연합 게시판 등에 무단침입하는 방법말고는 아무런 기술적 수단이 없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불온통신' 규정에 따라 취해진 정통윤의 시정권고를 받은 업체들이 자신의 책임을 벗기 위해서는 ▲해당정보가 게시돼 있는 서버 전체의 이용을 중지하는 조치를 하거나, ▲회선을 아예 이용할 수 없도록 하거나, ▲해당 서버의 IP주소를 차단하는 근본적인 조치를 취하는 방법말고는 없다.

실제로 정통윤이 동성애 사이트인 이반시티닷컴(ivancity.com)의 웹호스팅 업체에 시정조치를 요구, 업체가 이 사이트를 폐쇄한 적이 있다.

사이트 폐쇄는 지난 3일 아침 현실로 드러났다. 전농·통일연대 등에 호스팅을 하고 있는 '사람들.net'이 웹데이터뱅크, 데이콤 측으로부터 싸이트 접속을 차단당한 것. 결국 '사람들.net'이 운영하고 있는 90여 개의 홈페이지들이 한꺼번에 폐쇄당한 것이다. 다행히 '사람들.net'이 "정통윤의 '시정요구'가 강제적인 것은 아니"라고 설득, 웹데이터뱅크 측은 이날 오전 10시경 차단 조치를 풀었다. 웹에디터 뱅크 측은 "자신들도 데이콤 측으로부터 압력이 들어와 어쩔 수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윤으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은 온세통신은 진보넷에 회선만을 제공하며, KIDC는 전국연합 홈페이지가 호스팅되어 있는 성남넷에 서버호스팅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다. 전농·통일연대의 경우는 '사람들.net', 웹데이터뱅크, 데이콤 등 3개의 전기통신사업자를 거쳐 KIDC와 관련을 맺고 있다.

3일 현재 진보넷이 민주노총 각 지역본부, 여연, 녹색연합, 민예총 등 526개, '사람들,NET' 90여개 그리고 성남넷 등이 호스팅하고 있는 사이트 수는 무려 6백여 개를 훌쩍 넘는다.

정통윤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몇몇 게시물의 삭제 혹은 홈페이지의 폐쇄를 요구한 경우는 많았지만, 회선제공업체 혹은 서버호스팅업체에 시정요구를 하는 것은 최근들어 새로운 경향이다. 진보넷의 장여경 정책실장은 "정통윤의 시정요구가 사실상 검열에 해당돼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며 이를 계속 거부했다"며 "이번에 게시물 삭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업체에게 압력을 가한 것은 새로운 형태의 검열수법"이라고 강조했다.

삭제권한도 없는 업체에게 '해당정보 삭제'를 요구한 이유에 대해, 정통윤 이문혁 불법정보팀장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16조의 4에 의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해당정보의 삭제 등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며, "법에서 말하는 전기통신사업자들에게 시정요구를 한 것"이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현재 진보넷은 전기통신사업자로 등록돼 있으며 이전에도 정통윤으로부터 직접 시정요구를 받은 적이 있어, 이 팀장의 설명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다.

이에 따라 진보네트워크센터는 2일 성명을 발표하고, 정통윤의 시정요구를 "진보네트워크센터와 노동사회단체들의 인터넷 활동에 대한 탄압"이라고 규탄했다.

정통윤의 '시정조치', 국가검열 효과

한편 이문혁 불법정보팀장은 "업체들이 시정요구를 안 지켜도 처벌규정은 없지만, '부담을 느껴라'고 요구하는 측면은 있다"고 말해, 검열을 강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특히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인식과 정통윤의 시정요구에 대한 법적 이해가 부족한 대부분의 전기통신사업자들은 정통윤의 시정요구를 거부하기는 대단히 힘들다. 이에 따라 정통윤의 '시정조치'는 국가에 의한 직접검열과 비슷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 팀장은 "우리는 법에 규정된 대로만 한다"면서, 정통윤의 검열근거 중 하나인 현 전기통신사업법만 들이댔다.

이에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싸이트 폐쇄를 경험했거나 위협당한 사회단체들과 함께 4일 오전 11시 정보통신윤리위 앞에서 항의집회를 연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민주노동당 등은 이미 "'정보삭제권'이 없는 업체들에게 삭제를 요구하면 어떤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냐"며 정통윤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냈으며, 이번 사안과 관련된 정통윤의 회의록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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