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해야 할 일은 전쟁이 아닙니다.

오두희 / 불평등한 소파(SOFA)개정 국민행동 상임집행위원장

토요일 오후, 번잡한 도시를 떠나 시골을 찾았습니다. 높고 파란하늘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맑은 가을 햇살에 곡식이 익어 가는 들판을 바라보니 편안함과 평화로움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뿐. 현재 지구 저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과 전운(戰運)이 생각나 우울하고 무거운 마음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오만한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불안한 마음은 최근 수개월동안 진행되어온 이스라엘의 무차별한 팔레스타인들에 대한 학살과 이를 지원하는 미국의 태도,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던져 저항하는 아랍인들을 보면서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떠나질 안았었는데 현실로 나타난 것입니다.


되풀이되는 미움과 증오

이번 테러로 갈등 상황과 전혀 상관이 없는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되었습니다.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른 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했으며, 미국인들은 집단적 공포와 불안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아픔에 뭐라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억울한 일이 있어도 테러의 방법으로 표현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말해주고 있습니다. 테러는 전쟁을 낳고, 전쟁은 또 다른 인류의 재앙을 낳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내에는 저주와 증오, 보복을 외치는 원시적 감정표출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신중한 대응을 하여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 상원은 "모든 필요한 무력사용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부시행정부는 "21세기의 첫 전쟁"이라 규정하고 핵미사일을 사용해서라도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를 따져보기 전에 "먼저 도발했으니 철저히 응징하겠다"는 호전적인 주장이 압도하고 이와 다른 의견은 설자리가 없다고 합니다. 이성은 사라지고 감정만이 온통 뒤덮고 있습니다.


미국의 자업자득

사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미국이 일방주의를 넘어 오만함에 가까운 '힘의 외교'를 펼쳐온 결과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문화배경이 다른 아시아와 아랍권에 대한 인종차별정책과,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정책을 강행하여 세계민중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또한 범세계적인 지뢰금지조약 서명 거부, 포괄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비준거부, 국제전범재판소설치 반대, 유엔분담금 지출거부, 지구온난화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 파기 등 국제적 합의사항이래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내팽겨쳤습니다. 최근 국제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하고 있는 MD정책은 미국의 군사적 패권주의가 그 극에 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에서의 미국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한반도를 분단시켰습니다. 그리고 반세기가 넘도록 미군이 주둔하면서 온갖 범죄를 저질러 왔습니다. 치외법권적 권리를 누려온 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사실상 테러와 다름이 없습니다. 50년이 넘도록 민간인을 상대로 일상적인 테러를 자행해 온 것입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정책이 세계 곳곳에서 거센 반미 감정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번 사태의 뿌리인 것입니다.
미국이 해야 할 일은 전쟁이 아닙니다. 평화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보복전쟁은 더 큰 폭력의 악순환입니다. 전쟁이 발생하면 인간이, 인간의 존엄성이 설자리가 없습니다. 오직 목숨의 부지만이 최고의 권리입니다.


전쟁은 더 심각한 테러

미국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면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희생자들의 가족과 친지들의 상처를 치유하며, 이번 테러의 배후를 의혹이 아닌 구체적인 물증에 의해 확인시켜내야 합니다. 또한 이에 대한 처리는 사법적 절차에 따르거나, 국제적 협의기구를 통해 결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그 역사적 교훈을 잘 판단하여 이성적 태도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어떠한 이유로든 전쟁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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