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소식> 테러 사건을 보는 국제사회의 시각

미국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뉴욕의 맨해탄과 워싱턴 D.C.에서 끔찍하고도 비극적인 테러가 발생한지 3일이 지난 지금, 부시 대통령과 미 행정부는 미 국민 83%의 지지를 업고 대규모 공습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지구촌 곳곳에서 미국의 성급한 군사행동을 반대하는 목소리도점차 커져가고 있다. 주류 언론이라 할 수 있는 파이낸셜타임즈나 뉴욕타임즈는 말할 것도 없이 지식인들과 전 세계의 시민단체들도 미국의 무분별한 보복조치는 결국엔 미국을 테러범과 다를 바 없이 만들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저명한 미국의 월간 저널 '포린 팔러시'의 톰 베리와 마서 하니는 미국이 지난 과거에 오판을 통해 레바논과 이라크 등지에서 무고한 인명을 희생시킨 것을 상기했다. 미국은 과거에도 수단 최대의 제약공장 중 하나를 오사마 빈 라덴의 화학무기 공장으로 오판하여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고 수단내의 필수 약품의 공급을 거의 끊기게 했으며 이러한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진술했다. 그들은 공동 기고문에서 미국이 취할 적절한 대응책은 부시행정부 출범이후의 고립주의적·일방적·독선적 외교정책에 수정을 가하며 새로운 화합의 국제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들은 선동적인 군사조치는 미국이 인명을 테러리스트만큼 하찮게 생각한다는 이미지만을 전 세계에 남길 뿐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미국이 이번 사건의 조사, 범인 추적 그리고 기소를 전 세계 국가들과 공조를 이루어 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대학의 스테판 준스는 미국의 강경한 '대 이슬람' 정책과 지나친 이스라엘 감싸기, 그리고 그동안 계속된 테러에 대한 잘못된 대응 등을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진술했다. 준스는 미국이 지금까지 이슬람 근본주의자와 강경주의자들의 공격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군사력을 증강시켜 왔으나 실상 미국은 사우디 아라비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지에서 자국의 이익과 부합할 때마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협력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준스는 더 나아가 "역사상으로 볼 때 미국의 강경일변도 정책이 이슬람 강경주의자들의 목소리를 높여왔다"고 주장한다. 팔레스타인은 다른 이슬람 국가에 비해 온건한 정책을 유지해 왔으나, 미국이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와 요단강 서안 점령을 지지하면서 그에 대항하며 하마스를 비롯한 다른 급진적 이슬람 운동이 힘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1982년 미국의 지원 아래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하고 22년간 남부 레바논을 지배하기 이전까지는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이 한번도 정치적 주요 세력으로 등장한 적이 없다는 데에 주목했다. 결국 미국의 잘못된 외교 정책이 이슬람 급진주의자들로 하여금 테러와 같은 극단적 행동을 취하게 하며 이슬람국가들 내에서도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이 불러온 화"

저명한 석학 노암 춈스키도 기고를 통해 "이번 테러가 MD정책의 허구성과 비효율성을
증명했다"고 말하며 "이번 사건이 맹목적 애국주의자들이 득세하여 군사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강경 외교론자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되어선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유럽의 '평화와 미래연구를 위한 국제교류기금'(TFF)의 조너던 파워도 "많은 유럽인들이 미국이 고립주의적 행동으로 화를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미국은 이러한 새로운 경향의 테러와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종래와 다른 방식의 세계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의 시민단체와 기구들도 미국의 합법적이고 성숙한 대응을 촉구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12일 성명을 통해 "테러범과 테러범을 은닉한 자들에게 구분을 두지 않겠다"는 부시의 말에 우려를 표명하며 "범죄자와 단지 범죄자의 주변의 무고한 시민들은 반드시 구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시킨다고 믿을 수도 있지만 그러한 논리는 테러범의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9백50여 시민단체의 모임인 '하나의 세계' 역시 테러행위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그 응징은 정당한 절차를 통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하나의세계'는 미디어채널을 통해 미국 언론들의 강경 일변도 주장을 비판하며, 폭력은 폭력을 부를 뿐이며 강경한 보복조치는 그에 맞서는 강경한 대응을 낳을 것임을 경고했다.

아시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지지하기 위해 방콕에 모였던 아시아 12개국 인권 전문가들은 미국에 대한 테러를 반인도적 범죄라고 규정하고 미국이 이 범죄에 대항해서 폭력이 아닌 합법적이며 사법절차에 따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미국이 국제사회의 협력과 국제적 사법 절차에 따라 테러의 책임자를 응징하는 것으로 성숙된 민주국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시민단체인 크리스챤 에이드도 테러범들에 대한 조심스런 접근을 요청했다. 이 단체는 "지난 구호 활동을 통해 무고한 생명이 폭력에 희생되는 것을 목도했다"고 언급하며 "미국과 동맹국의 성급한 군사행동이 가난하고 힘없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챤 에이드는 "전 세계 시민들이 이러한 야만적 행동에 대해 문명화된 대응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세기 전 간디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정책은 모든 사람의 눈을 멀게 만들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워싱턴 포스트의 인터넷 토론방에서 한 중국인 네티즌은 말했다. "개가 사람을 문다고 사람도 개를 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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