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준 반미 구호 허약성 드러나

이제 테러는, 상징적인 위해에서 자본주의 문명에 대한 무차별적 파괴로 '승화'했다. 몇 세기에 걸쳐 쌓아 올린 황금 망루와 자본주의에 이르러서야 확립된 인본주의 - 노동력 보존이라는 신성(神聖), 고도화된 전쟁 장치가 중세적 야만의 자본주의적 양상인 아랍 쇼비니즘에 의해 침략당한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의 국가들은 단결했다. 북한, 중국, 리비아가 테러를 규탄했고,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장 아라파트는 몸소 팔을 걷어 부쳤다. 이 지점에서 국가들의 언술과 인민들의 정서는 괴리한다. '미친 짓'에 대한 분노야 어딘들 다를까 만은, 심지어 한국처럼 경직된 사회에서조차 내심 고소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전 세계 대부분의 언론은 부시 행정부의 확전 의지에 점잖게 훈수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정서들에도 불구하고 공식 국가들이 미국 정부를 지지하는 입장을 단호하게 밝히는 것은 어떤 이유인가?

광분한 대형(大兄)에게 찍혀 봐야 좋을 것 없다는 몸사림에서부터 이번 기회에 미국과의 관계를 다져보자는 주도면밀한 계획까지, 국제정치의 냉정한 이면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인민들은 알게 되었다. "미제에 불벼락을 안기자"던 자기 정부의 반미구호가 얼마나 허약하고 기만적인지를, 그리고 그런 모험주의적 태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를.

공식 국가들이 '테러 반대'에 연대한 진짜 이유는 인민의 학살용의자가 자신들이 아닌 일개 '민간' 테러리스트라는 사실 때문이다. 수단의 제약공장에 날아든 토마호크 미사일과 세계무역센타를 들이받은 비행기는 모두 미국 군수업체의 제품이지만, 그 명령자가 가진 명함만은 다르지 않은가. 아프카니스탄 목동들을 향해 로켓탄을 쏟아 붓던 무장헬기의 조종사와 무쇠 캐터필러로 위구르 어린아이들의 머리를 짓밟은 전차병의 어깨 위에는 소비에트연방과 중화인민공화국이 부여한 살인면허가 빛나고 있지 않았던가!
테러와 전쟁은 정치 수단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국제법은 테러를 유형화하여 전쟁이라 이름 붙였지만, 국제법에 정해진 합법적 개전과 종전 후의 처리원칙(용서)을 지킨 국가는 아직껏 존재치 않았다. 따라서 '테러=전쟁행위'라는 부시의 주장이 이번 사태에 대한 가장 정확한 진단이다.

현대 국가들은 타국에 대한 테러, 자국민에 대한 테러를 유효적절하게 사용해 왔고, 앞으로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보호코자 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테러 독점권한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민간 테러 뿐 아니라, 전쟁이나 사법의 이름을 빈 국가 테러 모두에 반대한다. 우리는, 노동력 재생산과 빈곤의 자유를 의미할 뿐인 자본주의 국가의 알량한 휴머니즘을 비판하고, "제국주의적 인권 기준을 거부한다"는 자칭 '사회주의 국가'들의 야만을 규탄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정한 인간안보와 사회적 평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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