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단체 홈페이지는 '19세미만 클릭불가?'.

공동행동 정보통신부와 한판 싸움 벌이겠다.
강남역 8번 출구 앞에는 30명의 활동가들이 피켓을 들고 모여 있다. 강남거리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련의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사생 결단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10월12일 정부가 '청소년유해매체물 표시방법'에 대한 정보통신부장관 고시를 발표한 후 처음 잡힌 '검열반대 공동행동'의 '장관고시' 항의 집회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많은 사회단체들이 공동행동의 내용등급제 반대 투쟁에 대한 관심을 넘어 행동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장관고시가 발표됨으로써 공동행동은 투쟁의 수위를 높일 계획을 세워 놓고 있기 때문에 보다 많은 단체들의 연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인터넷 시대, '내용등급제'는 사회단체 홈페이지 사실상 차단효과.
많은 사회단체들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하여 사업을 알려 내는 시대가 된 지금, 당장 정통부장관 고시에 따라 내용등급제가 실시되면 민주노총, 전농, 전국연합, 한총련, 진보네트워크등의 홈페이지를 pc방과 공공기관에서 볼 수 있을까? '이 상태에서는 결코 볼 수 없게 된다'가 정답이다. pc방등에서 이들 단체들의 홈페이지를 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두 가지 이다. 하나는 pc방에 pics에 따르는 소프트웨어를 깔지 않게 하던가, 각 사회단체에서 치욕스럽지만 자신의 홈페이지 헤드부분에 pics코드를 넣어야 한다. 물론 '우리 홈페이지는 전혀 청소년에게 유해하지 않은 사이트'라는 코드를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간단하지가 않다. 만일 지난 '구국의 소리'게시물 사건처럼 소위 '불온 정보'를 유통시켰던 사이트들의 경우 충분히 불온한 사이트로 지정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진보적인 영상매체들을 다루는 사이트들의 경우 국가보안법이 아니라도 투쟁영상 자체가 가지는 노동자들의 피가 난자하는 폭력, 경찰을 향에 노동자들이 내뱃는 언어 등의 문제로 페이지에 등급을 매겨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충분히 차단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19세미만 관람불가'이라는 어떤 형태의 표시를 매겨야 한다. 결국 지금 이대로 내용등급제가 시행된다면 홈페이지상에 '19세이상 이상 클릭가'라는 우스꽝스러운 표시를 하지 않거나 pics코드를 사용하지 않게 된다면 실질적인 홈페이지 폐쇄의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pics를 따르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 홈페이지는 볼 수 없다.
pics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pics는 하나의 기술표준이다. 통신질서확립법 41조상의 내용 선별소프트웨어나 동법 42조상의 청소년유해매체 등급제나 모두 pics라는 기술 표준에 의해 운영된다. 이번 장관 고시를 통해 발표된 청소년유해 매체 등급이 그 '차단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pics라는 기술표준에 의해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만 하는 것이다.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국의 모든 pc방에는 음란물차단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하며 이미 청소년 보호법에서는 도서관, 학교 등의 공공장소도 청소년들이 청소년 유해 매체 사이트에 접근하지 않도록 차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에게 선택은 실질적으로 단 하나 뿐이다. 형사처벌을 받거나 정보통신윤리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것뿐이다.

지금 www.playboy.com이라는 '플레이보이' 홈페이지에 가보라. 당신의 컴퓨터에서는 자연스럽게 플레이보이 홈페이지가 뜰 것이다. 그렇다면 플레이보이 홈페이지 화면 중간에 마우스를 놓고 오른쪽 버튼을 눌러 소스보기를 해보라. html소스가 뜰 것이다. 화면상단의 헤드태그부분에는 pics라는 단어가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플레이보이도 pics표준에 따르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차단할 소프트웨어를 깔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결국 정통윤이 강제하는 실질적인 차단이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전국의 모든 pc방과 공공장소에는 정통윤이 보급한 소프트웨어가 깔릴 수 밖에 없다. 만일 당신의 홈페이지를 pc방에서 보고자 한다면 전자적 부호표시를 정통윤에서 제공하는 pics라는 기술표준에 따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현행법을 보완하면 청소년은 보호 될 수 있다.
문제는 현행법이다.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청소년 보호법을 인터넷 시대에 맞추어 보완하면 된다는 것이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실장의 설명이다. 인터넷 내용등급제는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밖에 없는데 굳이 내용등급제를 실시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인터넷을 국가의 통제 안에 두겠다는 속셈이다. 지난 4월10일 대우자동차 영상물 이후 경찰들의 인터넷 사용방식에서 드러났듯이 국가는 더 이상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기에 현행법 보완으로도 충분한 인터넷 사용의 문제를 굳이 내용등급제로 강제하려 한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단체들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진보적인 단체들의 문제.
-관심을 넘어 연대 투쟁으로 가야-
앞에서 밝혔듯이 아직 공동행동의 투쟁에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표현의 자유 쟁취 투쟁"의 상황이다. 많은 단체들은 이미 오프라인 상에서 국가보안법이라는 괴물이 얼마나 많은 진보인사를 투옥시키기 위한 정치적인 기제로 사용되어 왔는지 잘 알고 있다. 인터넷 내용등급제는 온라인상의 국가보안법이라 불리운다. 과거 국가보안법이 민주적인 인사와 민주단체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했다면 내용등급제는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전제인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고 대중들을 상대로 민주단체들의 활동을 인터넷상에서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공동행동은 10월22일 오전 명동성당에서 연좌 단식농성을 시작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릴레이 단식 농성에 들어갈 계획을 밝혔다. 또한 보다 강고한 투쟁을 해 나갈 계획을 세웠다. 하기에 지금이야말로 진보적인 단체들의 힘을 모을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