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제 시행이후, 인터넷 통제의 시간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10월 22일 문화예술단체, 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 인권단체, 동성애단체 등 24개 단체로 구성된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이 명동성당에서 '인터넷 내용등급제 폐지'와 '정보통신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작년 7월 이후 시민단체와 네티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통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하 정통윤)가 인터넷에 대한 국가통제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단식농성을 활동의 주요 거점으로 삼아 투쟁의 수위를 높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내용등급제의 시행을 확정짓는 '장관고시'내용이 공개된 후 공동행동측은 등급제 하에서 인터넷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발생할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들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내용등급제의 시행은 정보제공자의 표현을 위축시키는 효과(chilling effect)를 불러올 것이고, PC방· 학교· 도서관에서의 정보접근을 제한받게 할 것이다.

등급제의 효과는 기존에 행해지던 법적 제재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인터넷 표현물의 대다수에 일률적인 국가 기준이 적용되는 과정으로, 법적 제재를 통해 PICS라는 인터넷 언어가 개별 표현물에 딱지붙여진다. 모든 표현물에 딱지를 붙이게 한다는 것도 무서운 발상이지만 붙여진 딱지를 통해 정보분류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다는 발상은 더 이상 할말이 없게 만든다. 이는 법적 효력이 미치지 못하는 새로운 영역에서 법을 대신하여 기능할 것이다. 딱지붙이는 작업이 대중화되어 질수록 이를 제거하고자 하는 시도는 성공하기 힘들어질 것이고, 여러 개의 응용 작업들이 늘어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architecture)적 변화가 인터넷을 통한 개별적인 힘의 발산을 억누른다는 데 있다. 더 이상 인터넷은 논쟁적인 주제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들춰내는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내용등급제의 도입은 개별 부모의 판단을 대신해 국가라는 단일하고 거대한 부모에게 통제권을 쥐어준다는 점, 이는 청소년에 대한 이익이 아닌 전체 구성원에 대한 정보접근권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점, 앞으로 인터넷은 거의 일상 영역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익보다는 해악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앞으로 몇일간의 투쟁은 이후 한국의 인터넷 환경을 좌우하게 될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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