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올린 "인터넷내용등급제 불복종 운동"

11월 1일,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시민사회단체와 문화예술계의 우려를 뒤로하고 마침내 통신질서확립법 시행령이 발효되었다. 인터넷내용등급제와 온라인 시위 불법화라는 독소조항을 안고 있는 이 시행령에 의해 대한민국의 모든 홈페이지와 인터넷 컨텐츠는 '청소년에게 유해함' 혹은 '청소년에게 유해하지 않음'이라는 2단계 등급 중 하나를 '자율적'으로 달아야만 한다.

'달아야만 한다'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는 전혀 '자율적'이지 않다. 뿐더러 인터넷의 모든 내용을 규제하고, 검열하겠다는 국가권력의 시커먼 속내가 담겨있는 전근대적인 법률이 바로 통신질서확립법이다. 아직 이렇다할 피해 사례는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학교, 도서관, PC방 등으로 이 제도가 확대시행되면서 조만간 '광범위하고도 심각한' 피해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피해사례가 발생하는 즉시 위헌소송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대항하는 한편, 인터넷내용등급제 폐지, 온라인시위 보장 등을 위해 정보통신부로 대표되는 국가권력과 강력히 싸워나갈 방침이다.
오늘(1일) 오전 11시, 명동성당 사거리 옆 한빛은행에서 그 첫 단추를 꿰는 자리가 마련돼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오늘 열린 "인터넷등급제 반대와 정보통신부 장관 퇴진을 위한 결사항전 결의대회"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고, 얻은 것이 많은 자리였다.

무엇보다 '인터넷내용등급제'의 유해성을 많은 시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지나가는 많은 시민들이 집회 내용에 관심을 보였으며, 홍보 유인물의 내용에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인터넷내용등급제 실시 첫날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이후 활동에 관심이 집중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오늘 집회는 또, 주최측인 정보통신검열반대공동행동(공동행동)의 조직적 역량이 뚜렷하게 드러난 자리이기도 했다. 비단, 집회참석 인원이 저조했다는 측면만 아니라, 아직까지 시민사회 및 문화예술계 내의 인식이 낮다는 사실을 오늘 집회는 여실히 드러냈다. 이는 향후 공동행동의 활동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오늘 집회에서는 "인터넷등급 표시를 거부하고 차단소프트웨어 설치를 거부하자!"는 구호가 선명히 부각된 점이 돋보였다. 이는 단순히 인터넷내용등급제의 유해성에 대한 법적 대응 등 제도적 차원의 소극적 운동을 펼치는 것보다는 적극적인 형태로 제도 시행을 거부하고, 국가기구의 검열에 의한 표현의 자유 침해에 강력히 저항하겠다는 의지가 포함된 구호로 해석된다. 일종의 불복종운동을 선언한 것이다.

집회 참석자들은 이밖에도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하는 인터넷내용등급제를 즉각 폐지하라!", "계속되는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정보통신부 장관은 책임지고 사퇴하라!"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었으며, 집회가 끝난 후 명동성당까지 행진하면서 인터넷내용등급제의 위험성에 대해 대국민 선전활동을 펼쳤다. 일부 참석자들은 지난해에 국회가 삭제한 인터넷내용등급제를 부활시킨 정통부의 행위에 대해 "의원들은 자존심도 없냐?"며 "국회를 무시한 정통부 장관을 반드시 퇴진시켜야 한다"며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오늘 집회는 투쟁경과 보고, '엑스존', '세이클럽' 등의 사이트 폐쇄 피해사례 발표, 결의문 낭독에 이어 풍물패 살판의 길놀이 공연을 시작으로 문화공연이 열리면서 절정에 다다랐다. 민중가수 연영석 씨와 행위예술가 지경씨의 퍼포먼스의 공연이 무르익자 추운 날씨에도 몰려든 행인들과 참석자들의 관심과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퍼포먼스를 통해 검열의 사슬이 대중들을 옥죄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인터넷등급제의 파시즘적 본성을 나찌즘 문양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집회의 의도가 선명히 부각되었다.

집회가 끝난 후 공동행동은 앞으로 시민사회 및 문화예술계의 인식확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며, 꾸준한 대중 홍보활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총 60일의 여정으로 진행중인 "인터넷내용등급제 폐지와 정보통신부장관 퇴진을 위한 1인 릴레이 단식농성"(http://news.jinbo.net/antirating)을 계속하는 한편, 단식 참여단체와 참가자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히겠다는 구상도 내비쳤다.

농성 11일째인 오늘(1일)은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사무국장이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단식을 계속하고 있으며, 2일에는 서동진 퀴어영화제 집행위원장이, 3일에는 알몸사진 게재 논란의 주인공 김인규 교사가 각각 릴레이 단식농성에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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