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호/연재] 여성운동, 어떻게 됐는가? 3부 : 보다 넓은 그림

이민자 권리에서부터 반세계화 투쟁까지, 우리는 다양한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보다 많은 여성운동의 사례들을 생각해볼 수 있 다. 엡스타인이 "점점 더 고삐가 풀려가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것에 나는 동의한다. 하지

여성운동, 어떻게 됐는가?
3부 : 보다 넓은 그림

[먼슬리 리뷰」2000/10월호 헤스터 아이젠스타인*

인터내셔널뉴스 기획연재 '여성운동, 어떻게 됐는가?' 3부는 2부와
마찬가지로 바버라 엡스타인의 글에 대한 논평이다. 헤스터 아이젠스
타인은 엡스타인이 미국의 경제 구조조정과 정치적 반동화가 여성운
동의 쇠퇴에 미친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세계 곳곳에서 반자본 여성운동이 새롭게 부흥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지 않겠냐는 제기를 하고 있다.

나는 바버라 엡스타인이 이 글을 씀으로써 논쟁을 일으키려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또한 그녀의 노력이 페미니즘을 땅에 묻기보다는 다시금
부활시키려는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여성운동이 비판적 분
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그녀의 제안에 동의한다. 그러나 나는 사회
운동에 대해 그토록 예민한 분석가가 보다 큰 정치적, 경제적 맥락으로
부터 너무 고립된 그림을 그렸다는 데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보다 넓은 그림에 포함되어야 할 몇 가지를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바버라가 지적했듯이 1970년대 미국의 대중운동이 30년
이 지난 지금 특정 의제에 전념하는 여러 개의 그룹과 단체들로
나눠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시적인 여성운동의 힘이 미
국 내에서는 분명히 쇠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다른 곳에서는
지구화된 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지원과 자극을 받아 비록 격차가
있긴 하더라도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1)
여성의 권리를 위한 전지구적 투쟁은 심지어 주류 언론으로부터도 중
요한 세력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1995년의 유엔 제4차 세계여성대회
는 "여성문제를 국제 무대 위로 정당하게 올려놓았고, 전세계적 차원에
서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촉진시켰다."(2)

둘째로, 여성운동의 현황을 평가함에 있어 우리는 1970년대 급진적 페
미니즘이 설정한 범위와 야망을 감안해야 한다. 2세대 페미니스트들은
자신감있게 (그리고 순진하게) 모든 여성을 해방시키겠다고 표방했다.
자유주의적 그리고 급진적 진영 모두를 포함하는 운동이 부활한 지 30
년이 지나는 동안 사회 변화를 위한 의제는 점차 확산되어갔다. 근친상
간, 강간과 여성 및 아동에 대한 폭력에서부터 동일임금과 재생산권까
지, 성적 표현의 자유에서부터 에코페미니즘까지, 흑인, 치카노(메히꼬계
미국인 -옮긴이)와 아시아계 미국인 페미니즘에서 지구적 페미니즘까지,
여성운동가들이 제기한 이슈와 캠페인은 이제 너무나 광범위하게 뻗어
있어 이 모든 것을 단순하게 나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이슈와 캠페인이 확산한 현상 이면에는 중요한 문제가
한 가지 있다. 현대 여성운동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하고 야심적인 운동
이 역사적으로 있었던 적도 없다. 이제 -이미 밝혀진 바가 아니라면- 여
성을 해방시키겠다는 이 단순한 생각은 가족에서부터 국가와 전세계의
정치경제까지, 사회 전체의 거의 모든 구조를 해체시키는 것을 수반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 운동의 성과와 실패를 판단하기 위한 연혁
은 단지 한 두 세대를 넘어 훨씬 더 길어야 한다. 줄리엣 미첼이 일컬어
유명해진 '가장 긴 혁명'은 점점 더 반동적이 되어가는 미국의 정치적 분
위기 속에 그 영고성쇠를 한정시킬 수 없다.(3)

그리고 바로 이것은 나의 세번째 문제제기와 연결된다. 엡스타인의 분
석은 (여성운동이) 가치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준
순간부터 여성운동을 압박하기 시작한 강력한 힘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
다. 많은 관계자들은 1973년 '로우 대 웨이드' 재판 (4) 에 대한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결(미국 헌법에서 언급하고 있는 사생활 보호의 원칙 하에
서 낙태를 사고하게 만든)을 페미니스트들의 정치적 영향의 최고 수준
으로 간주한다. 이 때는 또한 우익 근본주의자와 기업 간 동맹의 긴 행
진이 시작될 때였다. 폴 웨이리치와 (5) 기타 전략가들이 새로운 보수주의
연합을 형성하기 위한 공동의 적(敵)으로서 여성해방운동을 특정적으로
지목했었다.(6)

또한 여성운동이 어떻게 되었는가를 물을 때, 노동조합의 영향을 효과
적으로 후퇴시키고 너무나 많은 여성(그리고 남성)을 빈곤으로 몰아넣고
부의 불평등을 점점 더 심화시키기 시작한 1970-80년대의 경제적 구조
조정을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 정치적
변화가 수반한 이데올로기 전쟁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수잔 파루디
의 책 (7) 에서 매우 훌륭하게 요약된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은 시민권 운
동, 게이 및 레즈비언 운동, 사회복지에 의존하는 흑인 및 히스패닉 어
머니들, 불법 이민과 함께 여성운동을 사회적 붕괴의 원천으로 규정함으
로써 사회 변화의 진정한 추동력으로부터 훌륭하게 (대중의) 이목을 분
산시킬 수 있었다. (8) 대중의 머리 속에 형성되었던 혼란은 몇 년 전
내가 강의하던 여성학 개론 수업에서 한 남학생이 1980년대 후반 재정적
자의 주된 원인이 여성이라고 주장했을 때 상기되었다. 만약 여성운동이
가지고 있던 영향력을 어느 정도 잃었다면, 그것은 일부분 미국 정치 지
형의 변화 때문이다.

여성학을 언급한 김에 말하자면, 나의 네 번째 지점은 여성학
자들이 성공을 위한 일에만 전념한다고 엡스타인이 안타까워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고위급 학자들이 주도하는 여성학 전공과정
의 설치는 여성운동의 이념과 역사를 새로운 세대에게 가르치고
유색인종 여성, 레즈비언과 젊은 여성들 간 관점의 차이로부터
비롯된 갈등이 해소되고 논쟁될 수 있는 안정적 공간을 대학 내
에서 확보한 것을 의미한다. 여성학이 학계의 '스타 시스템'을 습
득하고 포스트모더니즘, 후기구조주의와 퀴어 이론(Queer
Theory)의 난해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의 대가로 후한 보
상을 받는 고귀한 학자들을 배출시킨 것은 사실이다. 흑인 연구
(Black Studies) 학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시민권
운동과 마찬가지로 페미니즘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접근권, 즉
이전까지는 부르조아 백인 남성들에게만 열려있던 모든 자리와
지위를 노동자계급 및 다양한 종족의 여성과 남성들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었다면, 그 중 몇몇이 학계의 고위급
에 도달했다는 것에 대해 불평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공공 영역의 중요한 부분으로서의 공공 교육을 수호하기 위한 투쟁에
투신하고 있는 진지한 학자들을 또한 언급하지 않은 채 이와 같은 상황
을 언급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뉴욕 시티대학에서는 '뉴 코커스(New
Caucus)'라는 활동가 그룹이 2000년도에 교수 의회(교수 노동조합)의 지
도부로 선출되었다. 조합의 새로운 위원장 바버라 보웬은 뉴욕시 최고의
공립 대학으로서 뉴욕 시티대학의 올바른 위상을 회복시키기 위한 투쟁
에 상당한 학자적 그리고 분석적 기술을 투입한, 훌륭한 셰익스피어 연
구자이자 페미니스트이다.(9)

마지막으로 여성운동의 현황에 대한 분석은 현재의 경제적, 정치적 상
황에 대한 문제제기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엡스타인이 가
한 가장 심한 비판은 "페미니스트들이 보다 나은 세상에 대한 비젼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페미니스트들을 의미하는가? 오히려, 정
치적 투쟁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1970년대 페미니스트들의 전망이
이제 재편되고 갱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보다 나을 것 같다. 우
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흑인 페미니즘 이론가 중 한 명인 안젤라 데이
비스가 감옥과 사형제도 모두 철폐하고자 하는 새로운 '폐지
(abolitionist)' 운동을 이끌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10) 캘리포
니아 버클리에 있는 '유색인 여성 자원센터(Women of Color Resource
Center)'는 개도국의 구조조정을 미국의 복지 '개혁'과 연관시키는 실천
적이고 창의적인 자료집(11)을 이용해 여성운동가들을 위한 워크샵을 운
영하고 있다. 이민자 권리에서부터 반세계화 투쟁까지, 우리는 다양한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보다 많은 여성운동의 사례들을 생각해볼 수 있
다. 엡스타인이 "점점 더 고삐가 풀려가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것에 나는 동의한다. 하지만 나
는 미국과 전세계 모두에서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정확히 바로 이 지점
에 초점을 (이미) 맞춰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헤스터 아이젠스타인은 뉴욕 시티대학의 퀸즈 칼리지 및 동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강의하고 있다. [Contemporary Feminist Thought](G. K. Hall,
1983)와 [Inside Agitators: Australian Femocrats and the State](Temple
University Press, 1996)의 저자이다. 아이젠스타인은 현재 젠더, 세계화와
국제여성운동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 후주

1) 암리타 바수의 [The Challenge of Local Feminisms] (Boulder:
Westview Press, 1995)의 서론을 보라.

2) 엘리스 코우즈, "Shining a Light on Our 'Dark Corners'" [타임]지,
2001년 7월 16일 자 29쪽. 남아공 더번에서 2001년 8월에 개최되었던
유엔 인종차별철폐대회와 비교하면서 주장.
3) 줄리엣 미첼, [The Longest Revolution] (New York: Pantheon Books,
1984)으로 재출판된 "The Longest Revolution", [뉴레프트리뷰] 40호
(1966년 11-12월호).
4) (옮긴이 주) 1970년 택사스 주에서 한 미혼 여성 제인 로우가 당시 택
사스 주 검찰이었던 웨이드를 대상으로 낙태를 금지하는 택사스 주의
법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대법원에서 승소해 당시 낙태권
논쟁이 뜨거웠던 미국에서 이 재판은 여성운동의 큰 승리로 평가되었다.
5) (옮긴이 주) 미국의 유명한 보수주의자로 70년대부터 지금까지 자유의회
재단(Free Congree Foundation)의 의장을 역임하고 있다. 자유의회재단
은 미국의 보수주의 '씽크탱크'라 스스로 칭하며 특히 법계에 대한 감시
를 주된 활동으로 삼고 있다.
6) 로살린드 폴락 펫체스키의 [Abortion and Woman’s Choice](Boston:
Northeastern University Press, rev. ed., 1990)를 보라.
7) (옮긴이 주) 1992년에 저널리스트 수잔 파루디는 [반격: 미국 여성에
대한 선포되지 않은 전쟁(Backlash: The Undeclared War Against Amer
ican Women)]이라는 책에서 미국 여성들의 삶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으나
마치 그렇다는 듯이 대중매체가 그려냄으로써 조용한('선포되지 않은')
반격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8) 수잔 파루디, [Backlash] (New York: Crown Publishers, 1992)
9) 노동조합의 웹사이트(www.psc-cuny.org)를 보라.
10) 안젤라 데이비스와 지나 덴트의 "Prison as a Border: A Conversation
on Gender, Globalization, and Punishment” [사인즈]지 26호 (2001년
여름).
11) 미리암 루이와 린다 번함, [Women's Education in the Global Economy]
(Berkeley: Women of Color Resource Center, 2000). www.coloredgirls.
org을 통해 연락을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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