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험해도 가야할 투쟁의 길, 우리는 간다!

아시안 게임 개막일, 이주노동자들 부산에 모이다

평등노조 이주지부 기고

부산아시안 게임 하루 전날,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6, 7시에서야 끝난 피곤한 노동을 마치고 평등노조 이주노동자 조합원들은 속속들이 약속된 장소로 모여들었습니다. 밤 10시경이 되어서야 부산행 버스에 오른 우리는 부산에서의 연대에 매우 들뜬 마음으로 결의를 밝히고 즐거운 여정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새벽녘 부산 해운대에 도착하여 해돋이를 보려던 계획은 때마침 몰려온 비구름 때문에 무산되었고, 부산대에서 진행하려던 출정식 역시 강한 소나기로 인해 난망하였었는데 민주노총 부산 지역본부에서 교육실을 긴급히 제공하여 주셔서 힘차고도 화기애애한 출정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주최측에서 집회 성사 여부조차 걱정할 정도로 쏟아지던 비는 오후가 되자 말짱하게 개었고, 오후 3시 30분경 부산역에 도착한 우리는 부산 시민을 대상 힘찬 구호와 유인물로 선전전을 진행한 후, 4시부터 부산지역 공대위 동지들이 준비한 '제 4차 이주노동자 대회'에 참여하였습니다.

비두, 꼬빌 동지 석방 캠페인 티셔츠와 조합 조끼를 착복하고 정연하게 구호를 외치자 부산지역에서 참가한 인도네시아, 베트남, 파키스탄, 중국, 필리핀 동지들도 금방 배워 함께 외쳤습니다. "누가 우릴 불법으로 만들었습니까?"라는 연설에 한 목소리로 "한국 정부"라고 대답하며, "우리는 Criminal(범죄자)가 아니다"라는 연설에 쏟아져 나온 공분은 집회의 열기를 더했습니다. "합법화"만이 유일한 대안임을 부산역에 모인 300여 이주노동자들은 확인하였습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중국, 미얀마(버마) 등 각 국 대표들은 연설을 통해 한결같이 "한국 땅에서 우리가 제일 어렵고, 더럽고, 힘든 일을 하고 있는데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를 부려먹을 생각만 할 뿐 우리에게 권리없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내쫒을 궁리만 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규탄하고 한국인들과 함께 싸워 우리 노동의 권리를 되찾자고 호소하였습니다.

평등노조 한 조합원 동지가 발언을 시작할 무렵, 무대로 뛰어오른 취객에 의해 잠시 발언이 중단되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그 동지는 "저런 나쁜 한국인도 있지만 우리와 함께 투쟁하는 한국인들도 많이 있기에 우리가 이 자리에 있다"며 "우리 노동자가 단결하면 방법이 있지만, 분열하면 방법이 없다. 단결만이 힘이다."고 역설하였습니다.

부산역에 울려퍼진 "두니아르 모즈두르 에∼코"(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우리는 "인종, 국가, 문화와 종교를 넘어"라는 슬로건을 걸고 있는 부산 아시안게임의 실상을 전 세계 노동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아시안이 대부분인 이 땅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수탈과 착취, 그리고 추방을 무기로 한 탄압의 실상을 우리 이주노동자 스스로 주지하고 또한 폭로하였습니다.

우리는 부산을 비롯하여 각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꾸려져 활동하고 있는 지역공대위 동지들과 더욱 가까이 연대하고자 하였습니다. 특히 부산지역은 지난 명동성당 농성시절 농성단이 모두 방문하여 지역 간담회를 가지기도 하였었는데, 이번 집회 참가를 계기로 하여 이주노동자 투쟁의 전국적 연대에 불씨를 더욱 당기고 서울에서의 힘찬 투쟁을 소개하고 서로 힘을 주는 자리를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우리는 평등노조 이주지부가 단지 서울경인지역의 한 개 노조로서만이 아니라, 이주노동자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기 위하여 전국적 연대와 실천을 촉진하고 각 지역에서의 노조 조직화에 기여하여야 한다는 소명감으로 투쟁하여야 함을 스스로 확인하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비두, 꼬빌 동지를 연행하고 아직도 마석지역에선 조합원들의 공장에 남양주 경찰서 이상열 경사가 돌아다니며 "집회 참가하면 비두 꼬빌처럼 잡아갈꺼다" 운운하며 위협을 해대고 있지만, 짓밟는다고 우리가 죽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집중단속의 폭풍 속에서도 지난 9월 8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 모였던 우리들은 다시 부산에서 우리가 건재할 뿐만 아니라 탄압할수록 투쟁의 의지는 더욱 고양됨을 적들에게 똑똑히 보여주었습니다. 적들의 탄압이 거세어질수록 우리는 시퍼렇게 날이 설 뿐입니다. 투쟁하지 않으면 앉아서 당할 뿐, 투쟁없이 쟁취 없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기에 우리는 갈 길을 갈 것입니다.

전국적 연대의 물결은 이제 시작이다.
부산아시안게임 개막일에 맞춘 전국집결 이주노동자 대회는 비록 전국 각지에서 이주노동자 참가 대오가 힘있게 몰려들지는 못했지만, 집회에서 한 번 만났지만 반가이 인사하고 집회 과정에서 하나된 이주노동자들의 모습 속에서 열려진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이주노동자 운동의 전국적 연대의 실천은 이제 시작입니다. 아직까지는 지역별 국가별 공동체간의 제한된 교류뿐이었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이와 같은 전국집결 집회 또는 노동절, 전국 노동자 대회 등에서 다시 만나고 일상적으로 연대 실천을 조직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번 평등노조 이주지부의 부산 집결투쟁에 반갑게 맞이해 주시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부산지역 동지들께 감사드리며, 특히 부산 외국인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사회당학생위 부산지역 동지들에게 다시 한 번 인사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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