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녹색당 전당대회, "이것이 정치"

나토의 유고공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3일 열린 독일 녹색당의 전당대회는 당내 좌파 평화주의자들의 요구한 `나토 공습의 무조건 즉각 중단' 대신 당 지도부가 제시한 `나토 공습의 일시 중단'을 찬성 444대 반대 331로 채택했다. 이로써 독일의 적록연정은 가까스로 붕괴의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는 `녹색당식의 전당대회는 역시 다르다'는 점을 보여줬다. 우선 서로 입장을 달리하는 10여명이 나와 8시간이 넘게 논쟁을 벌였다. 말 그대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시민운동에서 출발한 이념정당으로서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녹색당 내에서도 나토의 유고공습을 반대하는 좌파 평화주의자들은 회의시작 직후 나토공습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과 당 지도부에 거칠게 항의했다. 코소보 전쟁에 반대하는 한 청년이 회의시작 직후 피셔 장관에게 붉은 색 페인트 봉지를 던져 귀에 물감이 들어간 피셔 장관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치료를 받고 행사장으로 되돌아온 피셔 장관은 “구호나 페인트로 코소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자신에게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피셔 장관의 연설 도중 흥분한 대의원들은 `위선자' `학살자'라는 구호를 외치고 호루라기를 불며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기상천외한 항의시위도 있었다. 한 청년이 공습에 대한 항의표시로 갑자기 단상쪽으로 뛰어나가 나체시위를 벌이다 행사 진행요원에 붙잡혀 자리에 앉혀졌다. 그러나 이 청년은 그 뒤에도 특별한 제지를 받지 않고 여전히 행사 도중 단상 주위를 맴돌아 대의원들로부터 폭소가 쏟아졌다.

이처럼 요란한 찬반 대결이 벌어졌지만 공습에 반대했던 좌파 평화주의자들도 대회가 끝난 뒤 일일이 피셔 장관을 찾아가 위로의 인사를 건네는 따뜻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뮌헨/백경학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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