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일반이 정파적으로 붉은 이반을 이용한다구요?"

민주노동당내 성적소수자들 본격 활동 돌입


지난 6일 민주노동당 정기 당대회가 진행되는 리틀엔젤스 회관 주변에서는 당내 성적소수자 그룹인 '붉은 이반' 당원들과 붉은 이반을 지지하는 '붉은 일반(가칭)' 회원들이 선전전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최고위원 선거 과정에서 이용대 정책위의장 후보는 웹진 '민지네'와의 인터뷰에서 "동성애 문제는 자본주의하에서 나오는 파행적 현상"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진선 최고위원 후보 역시 붉은이반이 보낸 성소수자 관련 질의서에 대한 답변으로 "기독교인으로서 동성애는 언젠가 이성애로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동성애자들은 동성애를 객관 존재로서의 정체성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고방식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당내 성적 소수자 그룹은 붉은 이반을 결성해 이용대, 김진선 후보에 대한 낙선 운동을 진행했다. 이러한 붉은 이반 당원들의 움직임에 맞춰 붉은 일반(가칭) 당원들의 지지서명과 모금운동도 진행되었다.

당대회에서 만난 성적 소수자 붉은 이반
붉은 이반 회원 여기동(남동을 지구당 당원)씨는 "진보정당 내에서조차 동성애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행동들이 나타나는 것이 참으로 슬펐다"고 당시의 심경을 표현했다.

여씨는 "성적 소수자로서의 커밍아웃이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지만 드러내서 싸워야 이슈화되고 그 과정에서 차별 받을 수록 투쟁은 강고해 질 것이라는 생각에 결단을 하게 되었다"고 그간의 어려웠을 결심을 담담히 전했다.

여씨는 또 "저희는 구걸을 하러 나선 것이 아니"며 "당내 전반에 흐르는 성소수자에 대한 무시와 폄훼에 대해 쐐기를 박고, 민주노동당을 진보정당으로 곧추세우기 위한 몸부림"으로 낙선운동까지 결심한 것이라고 낙선운동의 의미를 밝혔다.

여씨는 "붉은 일반 동지들이 정파적으로 붉은 이반을 이용한다는 옳지 않은 왜곡까지 있는 중에도 당내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에 당연히 같이 싸워야 하다는 진정어린 연대를 보여주는 동지들"이라며 붉은 일반 회원들에 대한 진정어린 감사를 전했다.

성적소수자 차별 철폐는 동성애자만 하는게 아니라 이성애자 그룹의 지지가 있을 때 더 의미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씨는 "이용대 후보가 결선 투표에 당선되어도 계속 당내 성적 소수자 문제를 이슈화하고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여씨는 또한 "무엇보다 이번 투쟁을 거치면서 동성애자 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나 이주 노동자 등 다른 소수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 있을 때 같은 마음으로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는 결심을 전했다.

익명이라는 이름 뒤에서 게시판에서 진행된 무수한 이성애자들의 공격이 어떠했는지 굳이 이 지면에 옮기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게시판에서 한 당원은 "진보정당에서마저 무시당한 '소수자'로서의 참담함과 그것을 돌파하기 위한 붉은 이반 동지들의 결의 과정은 마치 생존의 기로에서 헤메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함과 닮아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 처절한 과정을 거치고 난 뒤에 맨 모습으로 당대의원들에게 선전물을 바삐 돌리는 여기동씨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가파르지 않은 확신과 지치지 않은 미소가 머물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들의 정면 돌파가 당과 이 땅의 진보 운동을 한발 더 앞으로 이끄는 투쟁이라는 당당함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동씨의 활동은 '사회적 약자, 사회적 소수자와의 수평적인 연대는 우리와 진보의 존재의미'라고 말하기를 주저 않는 붉은 일반의 연대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붉은 일반 회원 견명인(송파을 당원)
*붉은 일반이 꾸려진 계기는
강령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민주노동당이 성적 소수자와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최고위원 선출 과정에서 성적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이 나왔다. 당원의 한사람으로 너무 부끄러웠다. 더욱이 총선 기간 붉은 이반 동지들이 얼마나 정열적으로 활동을 했는지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것이 당내의 문제라고 해서 덮고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낙선 투쟁을 계기로 당내에서 성적 소수자에 대한 어떤 정책과 입장들이 나와야하는지도 고민 할 수 있는 정책기구로 까지 나가려는 모임으로 확대되고 있다.


*같이하는 동지들 수는
현재 활동을 결의한 당원이 43명이다. 당게시판에서 짧은 기간 이루어진 과정이어서 실제로 더 많은 당원들이 추후에 함께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후에도 장기 계획을 갖고 모임을 정례화할 것인지
당내에 인권위나 여성위 등이 있지만 이런 소수자 문제들을 하부단위에서 평당원들이 함께 조직할 단위는 없었다. 오늘이 붉은 일반 공식 오프 첫모임이다. 오늘 이후 더욱 가시화된 발전 계획이 나올 것이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성적소수자의 문제에 대한 분명한 당의 입장과 정책적 대안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담보되어야 할 것이다.


*부분할당이 특정 단위에만 집중되어 있는데
붉은 일반의 최대 관심사도 그 부분이다. 할당의 정신에 맞게 성적 소수자나 장애인 등 당내 소수자들에 대한 할당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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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 붉은이반 , 붉은일반 , 성적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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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L

    허. 어디가나 포비아는 있군요.
    "진보"라는 명찰을 스스로 달고 있는 , 그리고 그 명찰을 스스로 가장 크게 만들어 내보이는 사람들일 수록 이런 작태를 보이고, 우리를 실망케 하는것 같습니다. 진보진영 안에서 소수자 문제가 입발린 소리로, 공허한 구호로 떠도는 것이 아니라 삶속에서 실천되었으면 합니다. 자신이 억압자적 위치-권력행사자-에 있을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해두고 반성해야 한다는 것만이 답이 아닐까요?

  • DaL

    아까는 사진이 없었는데.저 자보사진의 "하지만 동성애자들이 언젠가 비정??? 동성애를 극복 할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써있는건 뭐죠? 비 정치적? 비정-- 뭘까?
    여튼 골때리는군요,
    이름도 좀 거시기한데..붉은 일반이라니.
    "이반"이라는 말의 정치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이반에 대한 억압에 맞서고, 이반에 연대 한다는 의미에서 일반이라는 말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튼 저 자보의 잘린글씨. 굉장히 궁금하군요.
    동성애자들이 언젠가 ~~를 극복하길 바란다....~~에 뭐가 들어가든, 문제성 발언인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