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은 최빈곤층 최후의 주거공간"

빈민현장활동 참여단체 기자회견 열어

7일 2시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에서 '2004년 빈민 현장 활동'(빈활)을 진행 중인 5개 사회단체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작년 10월 27일 영등포구청은 녹지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영등포1동 쪽방지역의 180여 개(거주인 160여 명) 쪽방들을 철거하였고, 최근 언론을 통해 인근 영등포2동 철거 계획이 보도되고 있다. 현재 영등포역 인근에는 550여 개의 쪽방에 50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서울의 경우 2003년 기준으로 3년 전에 비해 1,271개가 증가한 4,247개의 쪽방이 형성되었고, 전국적으로는 9,030개에 이르고 있다.

작년 영등포1동 지역 쪽방들을 철거할 때 영등포구는 "1년 이상 거주한 자 중 주민등록을 등재한 사람에 한하여 1인 가구 기준 '420만 원의 이주비 또는 임대아파트 입주권' 선택"을 이주 대책으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최빈곤 생활자인 쪽방 거주자들 중 상당수는 주민등록을 등재하지 않았거나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들이며,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이주 비용을 보상받은 이들은 대략 60%에 불과하다. 또한 임대아파트의 입주권을 받는다 해도 이들에겐 최하 700여만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지불할 경제적 능력이 없다. 결국 한 달 수입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쪽방 거주자들은 보상을 받는다 해도 쪽방 이외의 주거지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영등포2동에 위치한 쪽방에서 거주하고 있는 김학식 씨는 "영등포 쪽방 지역을 500m만 벗어나도 보증금이 천만 원 이상이다. 서울 시내에서 보증금 없이 월세 15만원 정도의 방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보고 어디로 가라는 것인가?"라며 거리로 내몰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김 씨는 "그나마 쪽방은 우리가 저녁에 다리 뻗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구청에서 보기에는 더럽고, 없어져야 되는 최악의 주거지겠지만, 우리에겐 삶의 터전이다"라며 쪽방의 절실함을 강조했다.

쪽방은 저소득·불안정 계층, 주민등록 말소자 등 다양한 인구학적 특징을 지닌 빈곤 계층에있어 '최후의 주거지'이다. 따라서 쪽방 지역을 철거하기 전에 이들에게 있어 지불 가능한 주거지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단기간에 걸쳐 가시화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현재의 쪽방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행정적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빈활 단체들의 주장이다.

미국의 경우 '긴급조치'를 발동해 도시 노동자가 거주하는 한국의 쪽방과 같은 주택(SOR 주택)의 철거를 일시적으로 금지시키고 있으며, 시의 허가를 받지 않은 SRO 주택의 철거 및 용도전환을 막아 그 사회적 순기능을 유지시키고 있다.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노실사) 문헌준 대표는 "쪽방은 말 그대로 한국사회에서 '최후의 주거지'로서 기능한다. 정상적인 주거 형태가 아니더라도 그 순기능이 있다면 정책적으로 존재를 인정하고, 배려해야 한다"며 최빈곤 계층의 주거공간으로서 쪽방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문 대표는 "중앙정부가 개입해서 최빈곤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하는데, 정부는 예산부족의 이유를 들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영등포 쪽방촌처럼 최빈곤층의 주거지로서 순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은 별도의 보호와 배려가 필요하고, 행정적인 긴급조치를 통해 한시적이라도 주거지로서의 기능을 보호해야 한다"며 행정적 긴급조치를 통해 쪽방지역을 보호할 것을 촉구하였다.

빈활 참가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쪽방 철거 중단·용도 전환을 금지하기 위한 긴급적 행정조치 실시 이외에 △최빈곤층 1,2인 가구를 위한 다중주택 확보 △다중 주택 매입임대 정책 제도화 및 입주자격 현실화를 요구하였다.

기자회견문 전문
쪽방 철거와 용도전환을 금지하는 행정적 긴급조치 실시하고,
최빈곤 단신 생활자를 위한 다중주택 확보하라!
우리 5개 사회단체를 비롯하여 많은 민간단체와 연구기관들은 그동안 쪽방이 열악하나마 도시 최 빈곤층의 마지막 주거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 역시 그 순기능을 중앙과 지방 정부가 보완하고, 쪽방의 기능을 대체할 '최저주거기준에 적합한 주택'을 마련·공급하는 것임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작년 10월 27일, 영등포구는 녹지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영등포 1동 쪽방지역을 대대적으로 철거하였다. 180여개에 달하는 쪽방들이 철거됨에 따라 그곳에 정착하며 삶을 일궈왔던 많은 빈민들의 삶도 허물어졌다. 영등포구는 1년 이상 거주한 자 중 주민등록이 등재한 사람에 한하여 1인 가구 기준 420만원의 이주비 또는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선택하라고 하였으나, 이들에겐 어떤 것도 주거지 확보를 위한 대책이 될 수 없었다. 더욱이 주민등록을 등재하지 않았거나, 거주 1년 미만인 주민들은 아무런 보상도 없이 터전을 잃고 노숙을 하거나 인근 쪽방촌을 배회해야만 했다. 더욱이 이런 쪽방 철거는 이제 더욱 광범위하게 일어날 전망이다. 최근 각 언론들은 인근 영등포 2동 철거 계획을 보도하였으며, 그 외 서울역 인근을 비롯한 여러 쪽방 지역 주민들에게도 철거 계획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버렸다.이는 명백히 공권력에 의한 빈민 생존권 박탈이며, 빈민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2000년 현재 절대빈곤층은 11.47%로 4년 전에 비해 두 배로 증가하였으나, 이들이 부담 가능한 영구임대주택은 전체 주택 재고의 1.5%에 불과하여 6만 여명의 대기자가 공가가 발생하기만을 고대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렇듯 무책임하고 형편없는 정부의 주택정책으로 인해 수많은 빈민들은 열악한 환경의 숙소(쪽방, 여인숙, 고시원 등)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서울의 경우 2003년 현재 3년 전에 비해 1,271개가 증가한 4,247개의 쪽방이 형성되었고 전국적으로는 9,030개에 이르며, 고시원은 이미 '빈민 아파트'라 불려져도 좋을 만큼 용도가 변경된 지 오래다.


지난 2004년 6월 8일, 건설교통부는 '서민 주거복지 확대방안'을 발표하여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에 대한 체계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주거환경개선지구 내 원주민의 재정착을 유도하며, 거주주민의 경제적 능력과 소득을 감안하지 않은 기존의 철거·재건축 위주의 정책을 수정할 것을 공포하였다.이렇게 중앙정부 스스로가 주거 빈곤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정책의지를 피력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쪽방촌 철거는 어떤 원칙에 근거한 행정인가!


우리는 실행력을 갖추지 못한 선심성 정책 앞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빈민들의 삶을 고발하며, 최 빈곤층의 '최후의 주거지'인 쪽방에 대한 철거와 용도전환을 하고 주거 빈곤 해소를 위한 노력에 정부가 즉각 나서기를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쪽방 철거 중단, 용도 전환을 금지하기 위한 긴급한 행정조치를 실시하라!


쪽방은 저소득·불안정 계층, 주민등록 말소자 등 다양한 인구학적 특징을 지닌 빈곤계층에게 있어 '최후의 주거지'이다. 따라서 쪽방 지역을 철거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있어 지불가능한 주거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때 이들이 선택할 곳은 거리뿐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단기간에 걸쳐 가시화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현재의 쪽방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행정적 '긴급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이미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긴급조치'를 발동해 도시 노동자가 거주하는 SRO 주택의 철거를 일시적으로 금지시켰으며 시의 허가를 받지 않은 SRO 주택의 철거 및 용도전환을 막아 그 사회적 순 기능을 유지시키고 있다. 중앙과 지방정부는 즉각 '긴급조치'를 발동하고, 쪽방 지역에 대한 대책 없는 철거를 중단 시켜야 한다.


둘. 최 빈곤층 1, 2인 가구를 위한 다중주택을 확보하라!


건설교통부는 소득 1, 2분위 계층을 위한 매입임대주택 정책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그 매입대상 주택을 보면, 2인 이상 가족을 위주로 한 다가구 주택에 국한되어 있다. 즉, 이는 매입에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만을 내세운 행정 편의적인 태도로서, 이미 그 비율이 급격히 늘어 나고 있는 1, 2인 가구를 의도적으로 묵과하고 있는 것이다. 쪽방 등 최 빈곤층의 주거형태는 일용 노동자, 독거 노인 등 단신 생활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며 건
설교통부 스스로도 확인한 바 있듯 '1인 가구'의 증가율은 점차 가속화될 것이다.건설교통부는 매입임대주택이 그 의도와 같이 영구임대주택에 갈음하는 최 빈곤층의 주택정책으로 효율을 거둘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1, 2인 가구'와 단신생활자를 위한 다중 임대주택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셋. 다중 주택 매입임대 정책을 제도화하고, 입주 자격을 현실화하라!


현재 빈곤층 주거 대책의 전부인 임대아파트는 지역적 배제 문제를 불러와 입주 빈민들은 경제적 박탈과 사회적 낙인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따라서 올 해부터 시작되는 매입임대주택 정책은 임대아파트와 함께, 제도적 안정성을 부여받은 빈곤층 주택 정책으로 보편화되어야 한다. 또한 그 입주 자격 역시 현재의'기초법 수급권'이란 획일적 기준에서 탈피해야 한다. 주거복지 정책은'주거 빈곤'을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는 만큼'가구규모 / 가구특성 / 지역'등이 고려된 합당한 지표를 발굴해야 할 것이며, 이는 시범사업 시기인 올 해부터 적용되어 점차 사각을 줄이는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2004. 7. 7


2004년 빈민현장활동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 도시빈민선교회, 민중복지연대, 빈곤사회연대(준), 전국노점상연합(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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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 , 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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